말과 글은 꽤 다른 온도를 지녔다.
말이란 건 뱉는 순간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깊게 생각할 시간도 부족하고,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휘발성이 강해서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반면에 글은 조각과 같다.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깎고 다듬을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은 지우고, 더 적절한 단어를 골라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전까지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글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한번 완성되어 세상에 나온 글은 말보다 훨씬 긴 수명을 갖는다. 종이에 인쇄되거나 서버 어딘가에 저장된 글은, 쓴 사람이 잊어버린 후에도 그 자리에 남아 누군가에게 읽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속성이 기묘하게 섞여버린 '문자'다. 문자는 분명 텍스트로 이루어진 '글'인데, 주고받는 방식은 '말'을 닮아있다. 마치 말의 가벼움과 글의 무거움,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면들만 교묘하게 합쳐놓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자를 보낼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너무 오래 생각하면 상대방에게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준다. 말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속도를 기대하는 메신저 공간에서의 긴 침묵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니까.
그렇다고 말하듯이 생각 없이 전송 버튼을 누르면, 지울 수 없는 실수가 화면 위에 '박제'된다. 말실수는 흘려듣기라도 할 수 있지만, 잘못 보낸 문자는 영원히 남을 수도 있다. 빨리 답장해야 한다는 속도감과 기록으로 남는다는 무게감. 문자는 이 양극단의 압박을 동시에 준다.
생각할 시간을 길게 가지자니 타이밍을 놓치고, 속도를 맞추자니 실수를 범할까 두렵다. 엄지손가락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기 직전, 늘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적당한 속도와 적당한 깊이,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난해한 숙제다.
오늘도 나는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잠시 멈칫한다. 너무 늦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는 않게. 나의 마음이 부디 오해 없이 안착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