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에 힘겨운 날

태풍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처럼

by 새벽의숲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서일까. 내 마음을 몰라줘서일까. 흔히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결론은 나를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타인의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어쩌면 관계의 스트레스는 상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닐까.


붐비는 거리에서 누군가가 내 발을 꽉 밟고 지나간다. 순간 미간이 찌푸려지며 욱하고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비난의 말이 떠오른다. 그때, 그 사람의 손에 들린 흰 지팡이가 눈에 들어온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화가 증발했다. 나를 무시해서도, 악의가 있어서도 아니었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구나. 상황은 변한 게 없었다. 밟힌 발은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상대가 이해되는 순간 내 마음을 짓누르던 불쾌함은 사라졌다.


물론 살면서 겪는 모든 무례함에 타당한 이유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날을 세울 때, 잠시 멈추어 이런 상상을 해본다. 오늘 하루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어디선가 마음이 크게 다쳤나 보다. 정확한 사정은 몰라도, '저 사람에게는 저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의 여지를 남겨둔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파도는 조금 잠잠해진다.


그럼에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마주할 때가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이 무너질 때면, 나는 창밖의 날씨를 생각한다.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나 거세게 부는 태풍을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태풍이 불면 창문을 닫는다.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할 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그냥 지나가는 자연재해라고 생각해 본다. 태풍에게 소리를 질러봐야 내 목만 아프고, 비를 원망해 봐야 옷만 젖는다.


타인을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이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지는 말자. 이해는 상대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평온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


오늘은, 그 주도권을 조금 더 내가 쥐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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