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는 그 행동을 하지 못할까

by 전이야

아이들 중에는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기보다, 말없이 상대를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엄마의 손님, 엄마가 어려워하는 윗사람, 공적인 관계에 있는 어른 앞에서 아이의 표정은 더 굳어진다. “인사해야지.” 엄마가 말을 건네면 아이의 몸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쭈뼛쭈뼛 고개를 숙이거나, 작게 인사를 하거나, 아예 시선을 피한 채 가만히 서 있기도 한다.


그 순간 엄마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공손하지 않아 보일까 걱정되고, 상대가 아이를 어떻게 볼지도 신경 쓰인다. 그리고 그 시선이 아이에게 향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나를 어떻게 볼지도 마음에 걸린다. ‘왜 인사를 안 하지?’라는 시선이 아이에게 향할까 불안해지면서, 동시에 부모로서 기본을 못 가르친 사람으로 비칠까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엄마는 그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진다. “원래 아이가 좀 부끄러움이 많아요.” “낯을 많이 가려서 그래요.” “쑥스러움을 많이 타요.” 아이를 보호하려는 말이지만, 이런 말들은 그 자리에 붙는 순간 아이의 행동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에게 하나의 라벨이 된다. 부끄러운 아이, 낯을 가리는 아이, 쑥스러운 아이. 그 라벨은 그날의 한 장면을 넘어서 아이의 성격처럼 굳어지기 쉽고, 아이 역시 ‘나는 원래 이런 아이’라고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말들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엄마들도 있다. 미리 설명하고, 미리 연습시킨다. 엄마는 아이가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고, 다음에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행동해 주길 바란다. “오늘 만나는 사람은 엄마랑 친한 사람이야.” “어른 보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돼.” “인사 잘하고 나면, 그다음엔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이런 설명과 연습은 아이에게 상황의 틀을 알려주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지금 이 장면에서 무엇이 요구되는지를 미리 짚어주는 일은 중요한 과정이다. 요즘처럼 밝고 발랄한 아이들이 더 쉽게 환영받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엄마들은 아이의 어색한 행동을 그냥 두지 않으려 한다.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교정하고, 수정하려 한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에게 친사회적인 행동을 형성시켜 주기 위해 엄마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노력은 틀린 방향이 아니다. 아이를 위한 마음에서 출발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아이는 엄마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 설명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던 걸까. 앞서 말한 상황은 아이에게 ‘예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전에 ‘낯선 사람이 있는 상황’ 일 수 있다. 상대의 표정, 엄마의 미묘한 긴장, 익숙하지 않은 공간, 처음 듣는 목소리. 아이의 머릿속에는 이미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지금은 웃으며 인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사회적 의미까지 동시에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이의 행동은 그 순간 아이가 이해한 만큼만 나타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서 행동을 더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춰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행동만을 따지기보다, 그 행동이 나오기까지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어떻게 상황을 해석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아이의 행동 앞에는 늘 하나의 과정이 있다. 상황을 보고, 중요한 정보를 골라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행동 이전의 과정이다. 이 과정이 바로 아이의 행동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그 과정이 충분히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행동을 설명하고 연습시켜도 아이의 반응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그 공백을 보지 못한 채 행동만 바로잡으려 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아이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인지적 해석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서.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사회적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 어디에서 해석이 좁아지고, 왜 한 가지 의미에 머무르게 되는지, 몇 가지 중요한 지점을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덧말 : 이 장에서 사용한 ‘행동 이전의 과정’, ‘인지적 해석 과정’이라는 관점은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 이론과 Crick & Dodge의 사회적 정보처리 이론(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Model)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사회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해석의 차이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과 인지적 유연성 개념과도 연결된다.



이전 01화프롤로그 : 사회성이 문제라고 말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