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성격이 아니라 인지의 문제인 건 아닐까

by 전이야

“원래 성격이 그래요.”

“소심해서 그래요.”
“사교성이 없는 편이에요.”


아이의 사회적 행동이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설명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결론에 가깝다. 인사를 못 하면 소심한 아이, 친구 말을 끊으면 이기적인 아이, 기다리지 못하면 충동적인 아이. 행동을 성격으로 설명하는 순간, 그 행동은 더 이상 살펴볼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그런 아이’가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같은 아이가 어떤 날은 인사를 하고,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친구를 잘 기다리다가도, 다른 장면에서는 금방 참지 못한다. 성격이라면 늘 비슷해야 하는데, 아이의 사회적 행동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걸까.


아이들은 사회적 상황을 어른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어른에게는 한 번에 묶여 보이는 장면이 아이에게는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들어온다. 누가 있는지, 지금 어떤 분위기인지,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는지, 지금 나에게 기대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이 정보들을 동시에 처리하고, 그중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 하나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작업이다.


아이들 중 일부는 이 과정에서 자주 막힌다. 상황을 읽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한 번 떠올린 해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행동이 늦어지고, 반응이 어색해지고, 알고 있는 행동을 그 순간에는 쓰지 못하게 된다.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지의 문제일 수 있다.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 사회적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아직 단순하거나, 좁거나, 느린 아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바라보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가 아니라 “이 아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왜 또 못 했을까?”가 아니라 “이 장면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을까?”


사회성을 성격으로 보면 아이의 행동을 포기하게 되지만, 사회성을 인지로 보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사이에서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아이의 이해가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에서.


이제부터는 아이들이 사회적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어떤 정보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해석이 좁아지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왜 , 그 지점을 함께 들여다보 설명이 어떤 아이에게는 작동하고, 어떤 아이에게는 공허해지는지, 왜 알고 있는 행동을 그 순간에는 쓰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행동이 아닌 이해의 구조에서 살펴볼 것이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성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졌던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고쳐야 할 행동이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해의 지점으로. 그 지점을 함께 들여다보자.



덧말 : 이 장에서 사회성을 성격이 아닌 인지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은 사회적 정보처리 이론(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Model)과 마음이론(Theory of Mind), 집행기능 중 인지적 유연성 개념에 근거한다. 이 관점은 사회적 행동의 차이를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해석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 과정의 차이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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