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나눈 초능력 방귀남매

하루를 버티게 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by 전이야

왼쪽에는 아들

오른쪽에는 딸


아이들을 재우려고

나는 그 사이에 눕는다.


“우리 엄마야.”

“아니야, 내 엄마야.”


웃음 속에 아이들의 진심이 조금씩 섞여 있다.

하루 종일 나를 나눠 써야 했던 아이들의 작은 질투.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 전에 자주 울었다.
낮에는 씩씩하던 아이들이

불을 낮추고 방이 고요해지면,

이상하게도 눈물이 많아졌다.


아들은 말했다.
“엄마… 도둑이 들어오면 어떡해?”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


문은 잠겼고, 경비실도 있고,

가스렌지도 껐고, 빨간 불 스위치도 다 껐다고 안심시켜도

아이의 머릿속에는 이미 불안의 그림자가 있었나보다.


“엄마가 있잖아.”


그렇게 말해도 아이는 잠들기 전까지 내 곁에 꼭 붙어 있었다.


딸은 또 달랐다.


“아빠 왜 아직 안 와?”


퇴근 못한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던 아이가 밤이 되면 그리움이 밀려왔다.


그러다 아빠도 있던 어느 날,
“할머니 보고 싶어서…” 하며 울었다.


특별히 할머니를 떠올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정말 누가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울고 싶은 걸까.


낮 동안 지나치고 있던 것들이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이유를 하나 골라 붙잡는 건 아닐까.

아빠가 핑계가 되기도 하고, 할머니가 핑계가 되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조금 마음이 불안해서,

조금 더 안기고 싶어서,

조금 더 확인받고 싶어서.


딸은 울면서 내 팔을 더 끌어안았다.
“엄마 여기 꼭 있어”

그 질문은 누가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진짜 같았다.


딸은 특히 예민했다.


“엄마 먼저 자지 마.”
“엄마 자면 나 무서워.”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


“엄마 귀 만져줘.”
“배 쓰다듬어줘.”


귀를 만져달라는 아이의 손이 내 손등을 만진다.

배를 천천히 쓰다듬다 보면 호흡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다 보면 내 팔이 저려왔다.


그런데 내가 멈추면 아이 눈이 번쩍 뜨였다.


“엄마?”


솔직히 말하면 그 밤들이 늘 다정하지만은 않았다.

내일 또 일어나야 하는데, 또 하루를 버텨야 하는데.

짜증이 목까지 차오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울음을 삼키며 내 손을 더 꽉 잡을 때면 알았다.

이 아이들은 잠이 싫은 게 아니라 고요가 무서운 거라는 걸.

하루의 모든 자극이 사라져 릴렉스해진 그 순간,

마음이 더 크게 동요된다는 걸.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래동화+명작동화 짜집기였다

잘 아는 흥부놀부이야기를 바꾼다,

박이 아닌 파인애플을 타게 하고,

도깨비 대신 뽀로로를 등장시키고.

놀부가 독사과를 건넨다.

그래도 무서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던 어느 날.

엄마표 엉뚱창작동화가 시작되었다.


“옛날 옛적에… 방귀남매가 살았는데…”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 남매는

방귀를 자유자재로 뀔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냄새도 파워도 마음대로 조절 가능했다.


향기방구!
치킨피자방구!


그 냄새를 맡으면 사람들이 행복해졌다.


그리고 악당이 나타나면?


독가스방구!
냄새폭탄방구!


악당은 그대로 쓰러졌다.


“도둑이 오면?”

“방귀남매가 독가스방구로 물리쳐!”


아들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아빠가 늦게 오면?”
“점프방구로 회사까지 날아가서 데려와!”


딸이 웃었다.


방귀남매는

용도 물리치고, 공주도 구하고,

도둑도 쫓고, 회사까지 날아갔다.

논리도 없고 현실성도 없었지만

그 이야기 안에서는 무엇이든 해결됐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쉽게 잠들지 않았다.


“엄마… 다음 편은?”


나는 눈을 감으며 속으로 말했다. 이제 좀 자자.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하루를 버티게 해준 나의 장치였다.


낮에는 밥하고, 치우고, 혼내고, 달래고.

밤이 되어서야 아이들과 나 사이에 조금 느슨한 시간이 흘렀다.


귀를 만져달라던 손.
배를 쓰다듬어달라던 숨결.
도둑이 무섭다던 아이.
할머니를 핑계 삼아 울던 아이.


그 재우기 힘들었던 밤들이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은 아이들의 예민함을 함께 견뎌낸 시간이기도 했다.


도둑도, 야근도, 어둠도 방귀 하나면 해결되는 세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안심했고,

조금씩 잠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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