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재현 Jan 02. 2022

두 명의 여성과 함께한 오사카의 하루

두 번째 기록

2018/01/22


"승객 여러분, 지금 세계 최장 현수교인 아카시대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실 스피커로 나오는 안내방송은 나를 깨운다. 패딩만 걸치고 밖으로 나가봤다. 느낀 건 현수교가 상당히 길었고 밖이 추웠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잤다.


"7시 30분이 되면 아침식사를 시작합니다. 아침식사를 신청하신 분은 식사 티켓을 들고 7시 30분에 나오시길 바랍니다."

아침식사 안내방송이 나온다.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식당으로 다. 어제의 그 모녀는 미리 나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했다. 아침도 역시나 맛있었다.

뒤에 보이는 다리는 간사이 지방과 시코쿠를 잇는 아카시대교

오사카 입항시간은 10시. 하지만 사람들은 8시부터 출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 사람이 줄을 서고 있거나 캐리어가 사람을 대신해서 서있다. 한국인은 역시나 빠르다. 9시 50분쯤이 되어서 나왔다. 하루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낸 모녀와 작별했다.


10시쯤 배는 오사카항으로 입항했다. 배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일본의 모습은 한국이랑 닮았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항구여서 그런 거 일수도 있겠다. 10시에서 30분 정도가 지나 출구의 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나가기 시작했다.


선박에서 나오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장에 들어서서 여권을 검사하고 짐 검사를 했다. 파란색의 옷을 입은 경찰이 나의 입국 이유를 깐깐하게 물었다. 아마 돌아가는 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저 일본 두 달 동안 여행할 거예요!! 교토에서 지낼 거예요! And my brother lives in Tokyo! Don't worry!"

들뜬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본어와 영어, 몸짓과 손짓을 섞어 말했다. 그 경찰은 웃으면서 나를 들여보내줬다.


수속을 다 마치고 오사카항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늦게 타서 앉지는 못하고 손잡이로 몸을 지탱한 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한국이랑 다른 운전대 방향과 차선, 그리고 길거리에 보이는 히라가나로 적힌 간판들은 내가 일본에 왔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오사카 중심부이지만 오사카항 근처도 이런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다. 티켓을 사려고 하는데 오류가 자꾸 뜬다. 영어로 화면을 바꿔 계속해봤다. 기계는 여전히 먹통이다. 옆에서 같은 배로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서양 여자 두 명도 헤매고 있었다. 15분 정도 계속 헤매다가  답답한지 내게 말을 건다. 서로 머리를 싸매도 도저히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다. 안내원을 찾아가서 물어봤다. 안내원은 처음부터 하나하나 친절히 다해주고 우리가 안으로 들어와 내려가는 것까지 보고 다시 돌아가신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일본에 와서 들떴다.

지하철을 타면서 방금 그 서양 여성분들과 얘기를 했다. 두 분 다 미국인이다. 한 분은 검은색의 머리이고 자신은 캐서린(katherine)이라고 한다. 분당에 살면서 계원예고의 영어선생이라고 했다. 성남에 1년 동안 살았던 나는 분당 말에 엄청 반가웠다. 다른 한분은 빨간 머리를 하고 계셨다. 데이나(dana)라고 하고, 뉴욕에 살고 있다고 했다. 빨간색의 머리여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직업이 헤어디자이너라고 했다. 캐서린이 데이나의 단골이어서 둘은 친하게 됐다고 한다. 언니 동생 하는 캐서린이 한국에서 일을 하니 그녀를 보러 한국에 왔고,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여행하다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숙소 찾으면서 가는 길에 찍었다.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물었다. 계획한 게 딱히 없다고 한다. 오늘 그럼 셋이 같이 돌아다니자고 제안했다. 두 명은 바로 오케이 한다. 우선 서로의 숙소 찾아주는 것부터 했다. 그녀들의 숙소는 오사카 시내에 있는 혼마치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혼마치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다. 20kg의 캐리어에 배낭이 2개나 더 있어 계단을 오르는 게 겁이 났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하게 올라왔다.

그녀들이 머무는 호텔

나의 휴대폰으로 구글맵을 켜서 그녀들의 호텔을 찾아봤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현지 유심을 사놔서 네비는 나만 할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그녀들의 호텔을 발견했다. 체크인 시간이 되질 않아 그녀들의 짐만 놔두었다. 이젠 나의 숙소를 찾을 때였다.

숙소로 가는 길

나의 숙소는 도톤보리라는 곳에 있었다. 30분 걸어가면 된다. 20kg의 캐리어와 2개의 배낭 때문에 가는 게 너무 불편했다. 게다가 10분 정도 걷는데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하아...

한숨을 쉬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우산을 샀다. 배가 고파 그곳에서 군것질을 조금 했다.

비가 내린다.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나의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은 내팽겨 친 채 여권과 지갑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시작했다. 비가 내려서인가 많이 춥다. 히트텍 입고 나올 걸...

오사카 거리

우선 먹을거리가 넘치는 번화가, 도톤보리 거리로 갔다. 거리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다. 길거리의 상점 간판은 히라가나로 도배되어 있지만,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일본어 조금에 한국어가 많이 들린다. 한국사람은 오사카를 사랑한다

시킨 음식


식당을 찾다가 전부터 먹고 싶었던 규카츠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으로 갔다. 2층으로 올라가 규카츠 3개와 타코야끼, 생맥주를 시켰다. 생각보다 일찍 음식이 나왔다. 규카츠 3 접시와 고기를 굽는 철판이 나왔다. 고기 한 점을 들어 철판에 놓았다.


-치이이익

규카츠를 익혔다.

아직 먹지는 않았지만 철판에 익어가는 소고기 소리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와사비를 얹어 기름장에 찍은 후 입에 넣었다

'와!'

내가 상상한 맛처럼 규카츠는 맛이 괜찮다. 거기에 생맥주를 들이켰다. 술이 약한 나는 몇 분 후 얼굴이 뜨거워진다.

?!

식당에서 나와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한 오사카 교통카드를 찾으러 JR난바역으로 갔다. 가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교통카드를 받고서 오사카의 중심인 신사이바시랑 도톤보리를 구경했다. 거리의 크기는 한국보다는 좁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추웠다.

캐서린은 자신이 알아본 예쁜 카페를 가보고 싶어 했다. 날씨도 추우니 그곳으로 갔다. 큰길을 따라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이 엄청 일본스러웠다. 한국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외국에 온 느낌이 났다. 카페에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 수다를 떨다 나왔다

카페에서 마신 것. 녹차라떼였나 그랬을 것이다.

저녁은 스시를 먹기로 했다. 도톤보리에 저렴하면서 유명한 스시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줄이 끝도 없이 길다. 사람의 행렬이 도톤보리 끝까지 있을 정도다. 이곳은 포기하고 옆에 있는 스시집으로 갔다. 식당을 하면 맛집 옆으로 가라는 어른들의 옛말은 틀린 게 없다.

Welcome to Osaka

옆집도 사람이 꽤나 있었다. 스시세트를 시켰다. 어딜 가나 스시는 맛있었다. 본고장 일본에서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저녁으로는 스시세트를 먹었다.
오사카의 야경

저녁을 먹고 잡화점들을 더 둘러보았다. 별에 별것들이 있었다. 나는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었다. 하지만 캐서린과 데이나는 여자여서 귀여워 보이는 기념품을 많이 산다. 게다가 캐서린은 옷가게에 들려 금색의 용이 새겨진 블루종 점퍼도 하나 구입한다. 너무 화려해서 나는 별로지만 캐서린은 흡족하는 미소를 띄운다.

둘러봤던 잡화점 중 하나.

오늘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들과 함께 보냈다. 도톤보리 거리 끝자락에 다 달았다. 왼쪽은 그녀들의 호텔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나의 호스텔로 가는 길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들과 안녕의 포옹을 하고 기념사진도 헤어졌다. 9시가 돼서 숙소로 돌아왔다.

데이나와 캐서린

-타닥타닥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사카로 떠나는 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