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1 아침 일찍 일어나 미룬 것들을 다 해결했다. 배가 슬슬 고파져서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빵이랑 주스를 먹었다. 맛있진 않다. 몇 시간이 걸려서 작업을 하는데 동양인 아저씨가 나한테 오더니 "korean?"이라고 묻는다. "아 네 한국인 맞아요."라고 대답하니 나를 반가워한다. 타지에서 본 한국인이라 반가울 법한데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말을 걸어올 때 적정거리 이상으로 내게 가까웠다는 것, 그리고 일그러져서 말하는 표정이 본능적으로 가까이하고 싶지가 않았다.
"함부르크 가는 법 알죠? 저 좀 가르쳐주세요!" "저도 아직 모르는데요..." 나도 모르는 해결책을 자꾸 물어서 대충 얼버무렸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다시 내게 온다. "아니 저기 카페 직원한테 물 좀 달라고 했거든요. 1유로 달라기에 줬는데 물에다가 손가락을 집어넣으면서 주는 거 아닙니까? 아놔 열 받아서 소리 지르고 나와버렸어요!" 아까 전 누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이 저 아저씨가 낸 소리인가 보다. "아... 네 그 사람 너무하네요."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줬다. 그러더니 본인의 방으로 달아가신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은 밤 9시 반이다. 나가기 전에 만찬을 즐겨야지. 미리 신청하지 않았던 저녁을 구입해서 먹었다. 뷔페식으로 되어 있었다. 맛있는 것들이 꽤나 많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캐비어! 연어알 옆에 검은색 동글동글한 것들이 뭉쳐있길래 오디열매인 줄 알았는데 캐비어였다. 웬 떡인가 싶어서 많이 퍼담아 먹었는데 그냥 그랬다. 뭐야 이거.
배에서 나갈 시간이 되어 출구 앞으로 나갔는데 아까 그 아저씨랑 마주쳤다. 내게 오더니 "가는 법 알죠? 같이 갑시다." 타지에서 길 물어오는 요청을 거절하기 그래서 내키진 않지만 승낙했다.
배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길을 찾기 힘들었다. 차를 가지고 배를 탔으면 나가기 편한데 맨몸으로 오니 나가는 게 영 별로다. 조만한 문으로 나와 항구 밖으로 나왔는데 버스터미널 같은 거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풀숲을 뒤지며 가는 법을 찾는데 아저씨가 계속 나한테만 의지해서 아무것도 안 하신다. 약간 화났는데 참았다. 계속 "어디지? 여기 길 맞아요?"라는 말만 하신다. 그냥 버리고 가고 싶은 나쁜 마음이 생긴다.
가까스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 기다렸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여기서 버스 타고 '뤼벡'역으로 가서 거기서 함부르크로 가면 된다. 뤼벡 역에 도착해서 표를 사려는데 아저씨가 안 보인다. 뭐지? 약간의 황당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몇 분 찾다가 포기하고 함부르크행 기차를 타버렸다. 내가 더 친절했다면 아저씨는 나와 계속 동행했을까? 자꾸 후회가 밀려온다.
호스텔이 함부르크 역 바로 앞이라 함부르크에 오자마자 편하게 호스텔로 왔다. 인터넷이 안돼서 불편했는데 내일 유심을 새로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