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독일로 가자

헬싱키에서 함부르크로

by 조재현

2020/01/10
오늘은 독일 함부르크로 가는 배를 타는 날. 출발은 5시이지만 터미널이 한 시간 거리에다가 체크인을 일찍 하기에 늦장 부리지 않고 바로 나갔다. 터미널에 이른 시간에 도착해버렸다. 가방을 사무실 안에 놔두고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5일교통패스권이 있어 버스가 공짜니 잠깐 나가봐야지.

헬싱키 전철 안

근처 마을에 와서 둘러봤다. 한적하면서도 현대적인 건물들이 즐비했다. 뭔가 익숙한 느낌의 거리. 마치 '판교'의 부촌 거리 같았다. 하얀색의 벽에 검은색의 지붕. 여기가 유럽인가 한국인가? 항상 생각하는 유럽의 고풍스런 느낌은 어디에도 없다. 어느 정도 둘러보고 배를 타러 갔다. 배 안으로 들어갔는데 배 상태가 좋았다. 방은 어떨지 궁금했다.

부두 근처의 마을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4명이 들어가는 방에 나밖에 없는 것이다. 방도 호텔방 같았다. 이게 웬 대박이냐? 나는 짐들을 막 풀어헤치고 침대에 누웠다. '나만 쓰니깐 막 써야지! 얼마 만에 느끼는 호텔방이냐?'
하는 순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찌든 담배냄새와 함께 어떤 아저씨가 들어온다.

하... 잠깐 좋았네.

풀었던 짐들을 다시 정리를 했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아저씨가 들어오고 또 다른 분이 들어온다. 4명이 꽉 찼다. 오늘 사람도 별로 없던 거 같던데 그냥 각자 다른 방에 넣어주지...

배에 있는 bar

두 번째로 온 핀란드 아저씨가 말이 많았다. 누워서 쉬려고 하는데 자꾸 쓸데없는 걸 내게 묻는다. 몇 번 대답하다가 지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TMI를 자꾸 알려준다. 그만 좀 해라.

얘기가 잠깐 끊겼을 때 기회다 싶어 태블릿을 들고 로비로 나갔다. 적당한 음악소리와 약간의 시끄러움이 사진 작업과 글쓰기가 딱이었다. 오늘은 미룬 글을 다 써야지. 창문을 잠깐 바라봤다. 보름달이 밝았다. 카메라를 들고 갑판으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안으로 곧장 로비로 들어왔다. 로비 옆에 사우나가 보인다. 나중에 가보기로 한다.

배에서 찍은 달의 모습

글과 사진 작업을 어느 정도 하고 사우나에 들어갔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좋았다. 몸을 지지고 있는데 아저씨 두 명이 들어온다. 그 아저씨들은 맥주를 들고 와서 사우나에서 즐기고 계신다. 음주 금지인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선 사우나에서 맥주도 먹는구나.

사우나를 하고 씻는데 코피가 난다. 많이 피곤한가 보다. 글과 사진을 더 쓰려다가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와 쉬었다. 아까 말 많은 아저씨가 사우나에 가자고 한다.

'난 이미 갔다 왔지롱~.'

미리 갔다 온 게 다행이었다. 같이 사우나에 있었으면 얼마나 더 피곤했을까?

아저씨가 나가고 잠시 누워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글 써야 되는데 써야 되는데...' 이 생각만 수십 번 하다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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