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by 조재현

2019/12/17

창문 너머의 러시아는 깜깜했다. '아직도 밤인가?' 휴대폰을 켜보니 아침 8시이다. 그때까지도 해가 뜨질 않았다. 그래서인지 몸도 찌뿌둥하다. 계속 자는 게 맞다. 12시가 다 돼서 다시 일어났다. 기차 안은 러시아 승객으로 차있다. 말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분의 눈빛이 무뚝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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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한 역의 풍경

옆 옆칸에 있는 한국인 남녀에게 가보았다. 그분들도 일어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역시나 남매가 맞다.
"혹시 사는 곳은 어디세요?"
"저희 성남 살아요."
"저도 성남에 있어요! 저는 태평동에 살아요"
"오! 저희도 거기 살아요. 대박이넹." 그들과 나는 같은 동네 사람이었다.
"저는 가천대 다녀서 태평동 살고 있어요.
"저 이번에 가천대에 들어가요. 20학번이에요,:
둘 중에 동생인 여자분은 이번에 나의 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한다. "내년에 대학 가는 거 너무 설레요!"
대학 가는 게 설렌다... 잊어버린 19살의 설렘을 내게 말해준다. "저는 종강해서 너무 설레요!"
많은 생각이 났지만 나는 그렇게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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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와 이야기를 하고 내 자리로 돌아가는 중 었다. 옆칸에서 어제 기차를 탈 때 잠깐 도와준 한국인 여자분을 보였다. 식사 준비 중이었다. 눈이 마주쳐서 자리에 앉아 소소하게 얘기했다. 나와 동갑인 그녀는 모스크바까지 간다고 한다. 남매에 관해서 말했다.

"01년생이 벌써 스무 살이에요? 내가 이제 서른 살이라니... 나는 나이만 먹은 거 같은데... 아직 어른 아닌 거 같은데..."
그녀의 진심이 느껴진다.
"나중에 식사하시고 제 칸으로 오세요. 한국인 남자분도 계세요."
그 말에 바로 흔쾌히 승낙했다. 여자분은 많이 심심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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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를 하면 차장님이 얼음을 깨고 계세요.

식사를 마친 그녀는 내 자리로 왔다. 얘기를 하는데 우리 칸의 한국인 남자분이 능글맞게 자리에 들어온다. 그는 스무 살이다. 그 또한 모스크바로 가는 것이다. 1월 1일까지 있다가 돌아간다고 한다. 사귄 지 한 달 된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한다.
"연말에 여자 친구랑 같이 있어야지 여행 왜 온 거예요?!" 나와 여자분이 장난으로 따졌다,
"사귀기 전에 예약을 다 해놔서 어쩔 수 없었어요... 하하하. 한국 돌아가면 바로 만나야죠!"

좋겠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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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러시아 풍경


셋이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땐 한국인은 웬만하면 안 만나려 했지만, 여기 기차 안에서는 한국인들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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