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는 즐기러 온 것이지 경쟁하러 온 게 아니야"

포르투갈 어르신의 말씀

by 조재현

2020/01/26
준비를 끝내고 알베르게에서 나왔다. 공기가 상쾌하다. 코로 들어온 공기는 적절히 쌀쌀하면서도 기도를 타고 폐까지 차가워지게 만드는 이 느낌. 비 오고 난 다음날의 공기는 좋다.

알베르게를 나온 뒤 걸어가다 찍은 포도밭.

섭이 형님은 아쉽게도 아픈 다리 때문에 점프(버스를 타고 도시를 넘어가는 것)를 뛰신다고 하신다.'로그로뇨'라는 대도시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버스를 타러 가신다. 아픈 다리가 안타까웠다.
몇 분 걸었다. 순례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보인다. 물통에 와인을 담았다. 섭이 형님이 이곳을 엄청 기대했는데 같이 못 와서 안타까웠다. 어머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에 카톡을 보내셨다. 다리가 아프지 않은 내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와인이 나오는 수도. 성당에서 무료로 채워준다.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는 조금 지나니 갈림길이 나온다. 한 곳은 짧고 다른 곳은 길다. 짧은 곳은 산을 들러서 그런 듯하고 긴 곳은 마을을 들리기 때문에 그런 듯했다. 네 명이서 얘기를 했다. 나는 힘들 것 같지만 산을 지나면 예쁜 광경들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짧은 곳을 택했고, 양희님과 병찬이(어머님과 아들)은 편한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유하는 나 혼자 다른 길을 택하니 나를 따라갈 것처럼 얘기한다. 여기서 갈렸다. 나중에 길의 종착지인 '로스 아르고스'에서 만나기로 하고 찢어졌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풍경

산길을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넘으니 탁 트인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유하도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잘 온 것 같다고 얘기한다. 양희님과 병찬이도 여기로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산의 공기는 맑았다.

산길을 지나 마을도 거쳐서 걸어가는데 어머님과 병찬이가 보인다. 반가웠다. 결국에는 다시 만나는구나. 또 같이 걸어갔다.

'로스 아르고스' 입구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맑다. 그리고 탁 트인 경관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이 경치는 최고로 좋다. '로스 아르고스'를 지날 때 배가 슬슬 고팠다. 베이커리에 들어가서 피자빵을 사서 광장에 있는 벤치에서 먹었다. 홈메이드라는데 피자맛이 그저 그랬다. 앞에 성당이 있어 스탬프도 찍었다.

그림자가 예뻤다.

"우섭 씨 지금 오고 걸어서 오고 있대요. 좀 기다리면 어떨까요?"
양희님이 카톡을 보더니 우리에게 물어보신다. 우섭이 형님은 와인 꼭지 가는 것을 엄청 기대했다. 마을과 가까운데 있다고 말한 카톡을 보고 오늘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걸어오고 있다고 한다. 20분 있다가 섭이 형님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출발했다.

로스 아르고스 성당에서 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토레스 델 리오'라는 도시에서 머물기로 했다. 도시의 초입에 들어서 알베르게를 찾는데 스페인어를 잘하는 그 한국인이 건물 안 벤치에 앉아 우리에게 인사한다. 그분이 있는 건물은 알베르게이고 시설도 괜찮아서 거기서 묵는다는 것이다. 우리도 거기서 묵기로 했다.

'토레스 델 리오'로 가는 길
말을 타고 가시던 분

그곳에서는 7시에 식사도 제공해줬다. 시간이 돼서 다 같이 밥을 먹었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한국인, '푸엔타 레이나'에서 처음 만났던 한국인 여성분, 처음 생장에서부터 봤던 포르투갈 어르신, 며칠 전에 만난 독일인 어르신 이렇게 식사를 했다.

식당과 같이 있었던 알베르게

옆에 있던 포르투갈 어르신이 첫날에 같이 있던 한국인 어르신들 어디 있냐고 묻는다. 그들은 이미 저 멀리 있다고 하니깐 놀랜다. 그 어르신도 한국인 어르신이 신기했나 보다.

포르투갈 어르신은 베테랑이었다. 순례길을 엄청 많이 걸으셨다고 한다.
"힘들거나 아프면 점프하거나 그냥 쉬어. 카미노는 즐기러 온 것이지 경쟁하러 온 게 아니야."
나지막이 우리에게 조언했다. 그의 마인드가 너무나 멋있어서 존경스러웠다

잠깐 사진도 찍어봄

-Puente La Reina에서 Torres Del Rio까지 갔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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