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친절이 그 나라를 사랑하게 만든다

길에서 받은 고마움

by 조재현

2020/01/28
새벽 2시에 일어나 예비 수강신청을 했다. 4학년이라 정원이 0명이다. 좋다. 끝내고 다시 잤다. 7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 어머님께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자신은 여태 음식을 별로 안 한 것 같아 이번에 직접 하시겠다고 한다.


열쇠를 방안에 넣고 방문을 닫았다. 아차 싶었다. 이어폰을 놓고 온 것 같았다. 열쇠가 없으면 안 열리는 문이라 주인장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전화했다. 주인은 자고 있는지 소용이 없었다. 문 앞에서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다른 분들은 떠났고 유하가 혼자 남아 기다려 주고 있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나도 기다려줘야겠다. 이어폰은 새것으로 사야겠다.

IMG_0769.jpg 출발

구글을 보면서 길을 찾는데 어리바리 까고 있었다. 그런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길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 까미노 길을 알려준다. 과분한 친절이 감사했다. 유하가 감동을 받았는지 스페인이 좋다고 연신 얘기한다. 이런 사소한 친절들이 모여서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 같다.

오리와 거위들이 돌아다니던 어느 공원

도시를 지나니 호수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걷는데 백조와 거위가 보인다. 이런 건 순례길에서 처음 본다. 한 시간 정도 걸었다. 저 멀리서 앞에 간 일행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고개를 내젓는다. 평상시 걸음으로 왔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빠른 듯하다. 빨리 걷는 유하가 더 대단했다. 평지와 내리막에서는 가끔 나보다 빠를 때가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나헤라'로 가는 길

오늘 묵으려는 마을 바로 전 마을에 도착했는데 bar가 있어서 다 같이 들어갔다. 우섭이 형님과 유하가 생맥주를 시키길래 따라 시켰다. 술 마시면 엄청 피곤해지는데 살짝 걱정이다. 걱정이 그래도 실현됐다. 2시간 남짓이면 가는 길에서 잠이 쏟아진다. 눈을 감으면서 발이 따라가는 데로 걸었다. 잠 와 죽는 줄 알았다.

IMG_0790.jpg 오늘 묵을 '나헤라'에 도착

마을을 와서 알베르게를 찾았다. 알베르게는 기부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오늘 이분들의 친절함을 보고 돈을 결정해야겠다.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씻었다. 침대에 누우니 잠이 바로 와서 3시간을 자버렸다.

IMG_0792.jpg 양들이 엄청 많았다.

우섭이 형님이 늦게서야 도착했다. 형님은 다리 있던 고통이 허리까지 타고 와서 이젠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신다. 점프를 결심했다. 당분간 같이 못 걷는 게 많이 아쉬웠다.

씻은 뒤에 잠깐 자고 있었다. 유하가 갑자기 깨워서 빨래를 달라고 한다. 내 건 내가 챙겨야 되는데 피곤해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맙게도 빨래를 주니 아무 말 없이 챙겨간다. 세탁기를 돌리고 돌아와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고 말한다. 7시에 문을 여니 가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한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는데 왠지 있을 것 같았다. 오케이하고 다시 자버렸다. 오늘 유하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게 많다.

IMG_0780.jpg 오늘 보았던 풍경. 구름이 예뻤다.

7시에 유하가 깨운다. 식당에 갔는데 역시나 스테이크가 있어서 시켰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동네를 혼자 한 바퀴 걸었다고 한다. 오늘 아침부터 여행이 너무 편하다면서 혼자 걸으면 어떨까를 몇 번 말했다. 의중을 물어보니 조만간 혼자서 걸어보고 싶다고 한다. 이제 좀 정이 들었는데 떠난다니 아쉬웠다. 그래도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 말릴 순 없을 것 같다.

IMG_0777%20(1).jpg 나헤라로 가는 길

-Logroño에서 Nájera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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