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깔의 바람이 부는 스페인의 주말

'부르고스'에서의 하루

by 조재현

2020/02/01
'부르고스'에서의 두 번째 날이다. 이곳 알베르게는 특이했다. 연박이라도 8시에 퇴실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입실시간에 다시 체크인을 해야 했다. 짐들을 알베르게 창고에 맡기고 일행들과 다 같이 나왔다. 아침을 먹으러 바에 갔다. 타파스 하나와 오렌지주스를 시켜먹었다. 배가 그렇게 차진 않았다.

'부르고스'의 아침

시간이 9시가 되어가는데 할 일이 없었다. 관광으로 가려는 부르고스 대성당은 10시가 되어야지 문을 연다고 한다. 식당에서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가랑비를 얼굴에 맞으면서 설렁설렁 걸어서 성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10시가 되지 않았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했다.

부르고스 대성당으로 가는 길

부르고스 대성당에 들어왔다. 성당은 대단했다. 여행을 한 50일 동안 거의 매일을 성당을 봤던 것 같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관광지에 성당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성당은 이제 많이 질린다. 대충 후딱 보고 나왔다.

부르고스 성당의 외부

밖으로 나오니 어떤 한국인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서로 반가운 마음이 있었는지 누가 먼저랄것 없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들은 8명 정도였다. 그중에는 일본인도 있었고 독일인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지만 이리저리 하다가 쉬면서 왔다. 그래서 우리 일행과 오늘 마주치게 된 것 같다. 10분 정도 이야기를 하고 우리 일행은 밥을 먹으러 다른 곳으로 가보았다.

성당 내부
성당 내부

점심을 먹기엔 살짝 이른 시간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와인과 타파스를 먹었다. 얇은 베이컨이 올려져 있는데 괜찮았다. 1시가 되어서 바로 옆 수제버거집으로 들어갔다. 양키라는 이름의 수제버거를 시켰는데 양이 어마어마했다. 배 터져 죽을 것 같았지만 다 먹었다.

점심 전에먹은 타파스와 와인, 점심으로 먹은 수제버거.

2시에 다시 체크인을 해서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먼저 5명이서 다 같이 빨래를 돌렸다. 빨래는 한 시간 정도 지나 끝났고 또 다 같이 널었다. 양희님과 병찬이, 우섭이 형님은 쉬고 싶다고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유하는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야 해서 둘이 나갔다.

부르고스의 거리

슈퍼마켓 가는 길에 광장을 지났다. 노천 테이블이 깔려있다. 저곳에서 술 마시고 싶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노천 테이블이 깔린 식당에서 모히토 한 잔 시키고 여유를 즐겼다. 술기운이 올라온 얼굴은 서서히 빨게 지는데 구름이 걸친 하늘은 파랗다. 얼굴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도 파란 색깔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술이 전혀 취하지 않는다.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해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은 주황색이 살짝 섞인 파란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스페인의 주말은 여유롭다.

모히또 한잔하실?


"며칠 전에 말한 거처럼 내일부터는 혼자 걸어갈 거야. 중간중간에 우연히 만나면 그때 같이 가자."
같이 술을 마시던 유하는 그렇게 말을 했다. 이제 올 것이 왔다. 같이 걸으면서 말이 잘 통해서 심심하지도 않았고 걷는 속도가 잘 맞아서 이곳까지 서로 많이 으쌰 으쌰 하면서 왔다. 그런데 이젠 따로 걸어야 된다고 하니 많이 아쉬웠다. 며칠 동안 정이 많이 쌓였나 보다

"그래. 각자 따로 걷다가 나중에 사리아(마지막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100km 남은 도시)에서 다시 만나서 다 같이 순례길 마무리 짓자."
뭐 유하의 의지가 강하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각자 걸어야지. 아마 나도 이젠 혼자 걸을 것 같았다. 다른 세명과 걷는 속도가 많이 달라서 자연스럽게 격차가 날 것 같았다.

temp_1611846547644.1764717519.jpg 부르고스의 저녁. 엄청 분주했다.

저녁에 일행 다섯 이서 다 같이 나가서 도시를 둘러보았다. 며칠 전 명언을 해주신 '포르투갈' 할아버지가 느긋하게 걸어오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걸어가신다. 아마 우리가 머무는 알베르게로 갈 것이다. 돌아보니 밤이 되었다. 클럽이 있는 거리를 지났다. 밖에까지 춤추는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낮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북적인다. 식당마다 만석이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도 겨우 찾았다. 밤 10시에 알베르게가 문을 닫아 버리니 그전에 돌아왔다. 스페인 도시의 주말을 느낄 수 있는 게 좋았다.

'부르고스'시내에 있던 동상

-이날은 'Burgos'에서 하루 더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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