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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Mar 01. 2021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길

제주도 부부와 함께

2020/03/04

정균이 형과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겼다. 오늘은 모로코의 끝판왕인 사하라 사막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형님은 나를 배웅해주러 버스터미널까지 같이 가시기로 했다.


정균이 형님과 걸어가며 어제의 이야기를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아시아 인들을 코로나로 무시합니다. 기분이 상당히 더러웠어요. 빨리 이 나라를 뜨고 싶어요."
"헤이 꼬로나! 꼬로나!"
어제의 이야기를 하자마자 어떤 꼬마 아이 두 명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놀린다. 정균이 형은 정색하더니 걔네들한테 오라는 손짓을 한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무서움이 있었다. 쭈뼛쭈뼛 걸어서 왔다.
"Don't say Corona to me. I will kill you."
정균이 형은 세게 말하였다.
"이렇게 말 안 하면 애들 딴 데서도 또 그래요." 정균이 형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꼬마들을 혼내고 돌려보내니 "뻐뀨 뻐뀨 코로나" 하면서 뛰어간다. 에휴 답도 없는 녀석들.


버스 출발은 1시였다. 형님과 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도 주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 커플이었다. 자연스레 말을 걸었고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분들은 제주도에서 살고 계시는 부부이신데 휴가로 이곳까지 오신 것이다. 오늘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페스'까지 가시고 나는 거기보다 더 나아가 사하라 사막까지 간다.

버스에 타면서 정균이 형과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한국인 커플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보다 형님 누나이시다. 나는 5년 전에 제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았다.  그분들은 게스트하우스를 하신다고 한다. 공통분모가 있어서 말이 잘 통했다. 내가 일했던 곳을 잘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신다. 세상이 참 좁다.

제주도 부부 희정누님과 양홍이형

내가 앞좌석에 앉고 그분들이 내 뒤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뒤를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멀미가 심하게 나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이야기를 멈추고 눈을 감고 잠을 잤다. 앞쪽에서 어떤 사람은 참질 못하고 토까지 한다. 비록 에어컨은 켰지만 더운 버스 안과 심하게 구불구불한 도로 상태 때문인 것 같다.

양고기집

몇 시간을 자다가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휑한 황무지에 건물이 하나 있는 게 다였다. 건물 앞에서 양고기를 바베큐로 팔고 있었다. 배고팠는데 잘됐다. 생고기 하나와 양념고기 하나를 주문했다. 양고기가 누린내가 심해서 배만 채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고기를 한입 넣고 달라졌다. 그냥 숯불에 구웠는데 정말 맛있다. 여태 먹은 양고기 중에 최고다. 이 식당을 통째로 한국에 들고 가서 장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숯불 양고기에 휴게소 안에서 산 코카콜라를 들이키니 모래밭의 천국이었다.

양고기를 굽고 있다.

다시 버스를 탔다. 잠은 오지 않아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다. 모래밖에 없다. 풀도 듬성듬성 나있다. 5시가 가까워졌다. 버스는 '페스'에 도착을 했다. 버스에 내려 조금 걸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한국인 커플분에게 아는 척하는 기사 한 분이 계셨다. 형님 누나는 '쉐프샤우엔'에 오기 전 '페스'에 이틀 있으셨는데 그때 택시를 타셨는데 그때 친절하게 대해주신 기사님이라고 하신다. 그분의 택시를 탔고 '페스'에서 사하라 사막이 있는 '메르주가'로 가는 버스를 터미널로 먼저 갔다.

맛은 기가 막혔다.

그곳에서 작별을 하려고 하는데 형님 누나께서 호텔이 근처이니 여기서 표를 끊고 짐을 놔두었다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하신다. 나도 이렇게 작별하는 건 아쉬우니 승낙했다.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시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휴게소에서 먹은 양고기가 인상 깊어 여기서도 양고기를 시켰다. 그리고 전통음식도 주문했는데 둘 다 맛이 그냥 그랬다.

그렇게 식당에 앉아있는데 옆에서 현지인 소녀가 우리를 쭈뼛쭈뼛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소녀의 어미니가 오시더니 딸이 한국 팬이라면서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신다. 모로코에서 인기스타 다 되었다. 이런 맛에 연예인하나 싶었다.

모로코 소녀들과 사진을 찍었다.

버스는 8시 반에 출발을 했다. 형님 누나는 터미널까지 나를 배웅해주셨다. 이틀 후에 사하라 사막에 올 것이니 거기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버스는 떠났다. 불빛이라고는 버스의 헤드라이트 밖에 없는 깜깜한 길을 달렸다. 어제 예약해 둔 사하라 사막 투어 업체인 '하산네'에서 새벽 4시에 도착하는 나를 픽업해준다고 했다. 안심하고 잠을 잤다.

페스의 밤

-이 날은 'Chefshaouen'에서 'Fez'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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