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
집에서 나오자 푸른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콧등을 스쳤다. 나의 몸을 휘감아 어서 책방으로 가라고 등을 밀었다. 나는 총총 책방으로 내려갔다. 오늘 책방에서는 어떤 재미있는 일이 생길까. 하루를 상상하면서 내려갔다.
저게 뭐야? 속도를 늦췄다. 책방 앞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보였다. 누가 다쳤나?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맙소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책방이었다. 책방은 이미 문이 열려 있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서 다급히 마당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입니까?”
“누구시죠?”
“책방지기입니다.”
“아.” 그가 문을 지키던 경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은 길을 비켜줬다. 나는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따라 들어왔다.
카운터 앞 바닥에 누가 쓰러져 있었다. 과학수사대원들이 사진을 찍고 지문을 찾고 있었다.
“저 자가 죽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그가 명함을 주면서 말했다. 강력계 문 학 팀장.
“어제 몇 시에 퇴근했습니까?”
“열시에 퇴근했습니다.”
“보통 그때 퇴근하나요?”
“아니요. 어젠 북클럽을 했고요 평소에는 일곱시쯤 퇴근합니다.”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책방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서성였다든지.”
“아니요. 특별히 눈에 띄는 일은 없었습니다.”
팀장은 현장을 면밀히 관찰했다. 다락에서 누가 내려왔다. “어때? 밀실 살인 사건인가?” 팀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다락방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하 같은 사람이 대답했다.
“누가?”
부하가 수첩을 펼친다. “음, 햄릿, 그레고리, 지니 .....”
“저 자가 죽을 때 그들이 이곳에 있었단 말이지?”
“예.”
“주변에 무슨 증거 같은 건 없나?”
“고양이 발자국이 있고 저 자의 혀가 사라졌습니다.”
“고양이가 저 자의 혀라도 먹었단 말인가?”
“저 자는 꿀 먹은 벙어리란 셈이죠.”
“누가 신고했나.”
부하는 수첩을 눈앞에 가까이 대고 더듬더듬 말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입니다.”
“두 사람을 데려오게.”
부하는 구급차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데리고 왔다.
“넌 저 자의 가능성.”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의 어깨를 밀면서 말했다.
“네가 아닌 넌 저 자가 지나친 모퉁이.” 에스트라공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블라디미르는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자가 고도?”
“그럴 리가 없어. 아마 그 소년일 거야.”
“그 소년이 나이가 들어서 저렇게 자랐다고? 우리는 그대로인데?”
“고도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려고 왔다가 죽은 게 틀림없어.”
“맙소사, 고도가 언제 오는지 이제 알 길이 없단 말이야?”
“사람들이 다 들어 진정해.”
“고도가 누굽니까?” 팀장이 물었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을 꼬집었다.
“아!” 에스트라공이 소리쳤다. “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자가 고도인가요?”
“고도가 저 자일까?” 에스트라공은 저 자와 블라디미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고개를 힘차게 흔들었다. “아닙니다. 아닐 겁니다.”
그때 다른 부하가 책방으로 들어왔다.
“팀장님, 동네를 다니면서 탐문조사를 했는데 저 자가 부활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뭐? 죽은 저 자가 부활해? 바쁜 사람 데리다 놓고 지라르을 한다. 됐고. 저 자에게 가족은 없나?”
“얼마 전에 결혼한 부인이 있습니다.”
“아하, 남편이 죽었으니 범인은 바로 부인입니다.” 다락에서 내려왔던 부하가 말했다.
“알리바이는 있나?” 탐문조사를 마친 부하가 물었다.
“예, 삼일 전부터 병원에 있었답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저 자의 사망추정시간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반장은 한숨을 쉬었다. “저 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이라. 의미심장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