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본격 여행 1일차. 아침마다 눈 뜨고 조식먹는 일상이 당분간 내 일상이라니.
매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케쥴은 좀 고되었지만 매일 눈 뜰마다 새 풍경을 마주하는 삶이란 생각보다 훨씬 행복했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와 머문 숙소는 이비스 호텔. 호텔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색감 자체는 통통 튀는 편이었다. 테이블, 엘레베이터 사인물 톤만 봐도 그렇다. 호텔 매니징하는 스텝도 쾌활&MZ 그 자체..!
유럽은 로비를 0층으로 표현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어느새 0이란 숫자에 익숙해지고 있다.
아무튼 오늘은 베르사유 궁전 방문기!
이번에 방문하는 서유럽 4개국 중, 스위스를 제외한 나머지 3국에 세계 3대 박물관이 있었다. (영국-영국박물관, 프랑스-루브르박물관, 이탈리아-바티칸박물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박물관은 아니지만, 내부 전시 규모는 박물관 급이었다. 하긴 800개 넘는 방이 있다고 하니.. 그냥 궁 그 자체가 대규모의 전시인 것이다. 정말 이번 유럽여행은 날씨운, 전시관 오픈운이 모두 좋았던게 방문한 날에 루이 15세 전시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화려한 프랑스 궁전보다, 엄마의 소원성취였다. 엄마는 어렸을 적 존재했던 '들장미 소녀 캔디, 베르사유 장미'라는 만화들 때문에 베르사유궁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땐 1월이라 두눈을 씻고 봐도 장미 하나 없었다. 엄마는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방문한 것만으로, 무척 좋아하셨다. "엄마 어릴 때 만화에서 자주 나왔던 정원이 여기 있는데~#@(#&!" 신난듯 계속 옆에서 중얼거리는 엄마의 텐션에 왠지 뿌듯해져버리는 유럽여행.
살아 생전에 또 한 번 엄마와 유럽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동유럽이다! 외쳤지만, 사실 서로 안다. 쉽지 않다는 걸.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건, 돈이 없지 마음이 없냐는 것. 냉정하게 말해 부모님이든 나든 아프면 모든게 소용없고 멀리 갈 수 조차 없다. 갈 수 있을 때 가야한다. 그러니까 훗날, 돈 걱정에 다른 상황적인 걱정에 부모님과 퀄리티 있는 시간을 미루려고 하게 된다면, 이 글을 다시 꺼내보고 무조건 하는 쪽으로 결정하자.(스스로에게 하는 말)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 남서쪽으로 22km쯤 떨어진 베르사유 시에 위치에 있다. 루이 13세가 지은 사냥용 별장이라는데, 루이 14세가 대정원을 지은 후, 증축하여 대궁전으로 만들었다고. 태양왕이라 불리는 루이14세는 44살에 자신의 왕실을 모두 데리고 베르사유궁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랑스 왕들이 전국 각지에 성을 두고 이동하며 사는 방식을 취했는데, 정치/경제/전염병 등 각종 이유들 때문이었다. 루이 14세 때는 왕의 명령이 지방까지 하달되어서, 중앙집권형으로 정치를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얘기는, 프랑스 왕의 경우 백성들에게 '왕실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옷만 갖춰 입과, 예를 지킨다면 누구나 왕궁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왕실의 입장에서는 꽤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따로 별장을 가기도 했다고. 문화/역사적 관점 차로 인해 왕실이 백성에게 매우 오픈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현대에서도, 대통령이 지내는 곳은 보안이 매우 철저한데 하물며 왕실이 왕궁을 오픈하다니.허허..
외부는 화려함 그 자체다. 왕궁의 위엄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들의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도
역사적으로 찾아보면 루이 14세 때가 베르사유궁의 전성기였고, 루이 15세는 성인이 된 후 베르사유로 와서 다시 이 곳이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루이 16세 때는 프랑스 혁명 때문에 왕가의 거처가 파리로 밀렸다고 하는데, 이처럼 베르사유궁은 역사적인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사용 및 증축되었다. 모든 걸 노출시킬 순 없었기에, 왕가가 궁 아네 사적인 공간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또 궁보다 넓은 공원 부지가 존재하고,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비주얼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궁임에 틀림없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왕관도 있음.
큐피트처럼 보이는 석상도 있음.
여기서부터는 도구, 가구들.
800개가 넘는 방.
진짜 방 하나 하나 허투루 꾸민 것이 없을 정도로, 색감도 양식도 컨셉에 딱 들어맞게 잘 꾸몄다.
그리고 마지막은 베르사유 공원. 부분만 찍어서 광활함이 잘 티가 안나는데, 진짜 넓긴 했다.
관람 끝. 밖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아주 조그마한 파리 에펠탑 키링을 파는 남자 상인들로 가득했다.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이었는데, "아이 러브 코리아! 싸게 해줄게요~ 몇 개에 얼마~"를 외치며 서글서글 5060 아주머니들이 마음을 녹였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런가 싶은데, 정말 말 그대로 저랬다. 엄마도 너무 웃긴다면서 하루종일 저 얘기만 하고 주변 아주머니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그렇게 또 패키지 동행분들과의 작은 추억도 쌓아갔다.
여기까지 4일차 오전. 체감상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이게 오전 내내 움직인 동선이다. 꽤 넓은 궁을 돌아보려면 오전에 6-7시에 밥 얼른 먹고 준비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빡센 패키지의 일정 되시겠다. 그래도 괜찮다. 오후에는 개선문, 파리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를 즐겨야 하니까!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