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차 밤. 유로스타에 올랐다. 목적지는 파리 북역.
약 3-4시간 걸렸던 것 같다. P.a.r.is. 다섯 글자만 봐도 두근두근하는 나에게 누군가 가장 기대되는 도시가 어디냐 묻는다면 "뭘 물어, 당연히 파리지"라는 식으로 답했다.
'파리'는 환상의 도시다. 드라마, 유튜브로 보면 땅덩이가 넓은 미국인들조차 파리에 환상을 가졌다. 대체 파리의 어떤 면이 그런 낭만을 심어줬냐고 묻는다면, 글쎄.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몽마르뜨 언덕. 샹송. 둥글둥글 알 수 없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불어'로부터 비롯된 낭만일수도.
기차역에는 오후 4-5시쯤 도착했다. 오후 6시쯤 기차를 탔는데, 대기시간이 꽤 길었다. 약 1시간?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같은 곳에서 죽치고 기차를 기다리는 식이었는데, 온갖 국적을 가진 이들이 서서 앉아서 복작복작하게 기차를 기다리는 광경이 흥미로웠다. 피곤한 와중에도 사람 구경 참 열심히 하게되는 유럽여행.
시간이 지나도, 스크린에 기차 승강장이 빠르게 안떠서 좀 당황하긴 했다. 아마 우리 기차는 임박했을 때 번호가 떴나보다. 가이드님이 짬으로 대충 맞춘 출입구가 맞았는데, 가이드님이 으쓱해하시며 눈치로 대강 맞춘다는데 신기했다.
저녁으로 김밥과 물을 제공받았다. 오후 6시 30분~9시 30분 대충 요 시간 동안 기차를 타기 때문에 어디 식당을 들리기도 애매했다. 런던 시내를 미친듯이 걸었더니 너무 피곤해서 김밥 먹는 건 패스. 우리나라 기차처럼 앞방향, 뒷방향의 좌석이 있었고 우리 자리는 서로 마주보는 4좌석으로, 앞에 외국인이 탔다.
패키지 특성 상, 외국인들과 말을 막 섞을 기회도 없어 혹시나 했는데 딱히 어떤 대화가 오가진 않았다. 책을 읽다 잠들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목사님과 잠시 만나기로 했는데 '만약 못 마주치면 어떡하지?'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갔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패키지'로 갔다보니 해외에 지인이 있다 해도 만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인 분이 패키지 리드 경험까지 있는 분이라, 대충 북역 앞으로 마중 나가면 무조건 볼 수 있다라는 정보를 알고 계셔서 별탈없이 만날 수 있었다.
(조금 더럽지만) 화장실은 이렇게 생겼다. 나름 쓸만함. 변기 윗쪽에 달린 스티커 안내판도 귀엽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각 도시를 어떻게 디자인 했는지. 작은 것 하나하나 살펴보는게 재밌다.
악.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 낯선 파리 기차역의 공기가 생생하다. 차가운듯 따뜻했고, 영화 속 한 장면에 갇혀있는 느낌이 매우 좋았다. 저 출구를 나서면 진짜 알고지내던 사람과 마주칠 수 있다니. 새로운 경험이다 싶었다. 해외에 나오면 아는 지인과 만나는게 참 귀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파리 북역에서 만난 목사님이 건네준 한국 과자들(주륵ㅠ) 소중하다 소중해. 패키지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본격 파리 여행전, 파리로 넘어가는 밤을 떠올린다. 꿈의 도시로 가는게 믿기지 않았다. 실제 파리로 넘어가서는 더 그랬다. 분명 보고 있는데,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이유는 아무래도 너무 바라왔던 순간이라서 그렇다.
대신,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떼제베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겼다. 원래도 기차를 좋앟자지만, 기차에서의 순간들이 너무 좋았다. 나중에 미주 기차 일주라도 할까봐..!
끝
다음편은 진짜 파리가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