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일차 오후. 영국 박물관을 향했다. 대영박물관이라고도 하는데, 실제 영어로 'the British Museum'이므로 그냥 '영국박물관'이라 표현하면 된다.
어떤 관점으로 봐도, 여러 국가의 소중한 문화재가 약탈당한 채 고이 박물관에 모셔져 있는게 많아 절대 고운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이 한 곳에 들러 이만큼 넓고 다양한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영국에 갔다면 꼭 들러야 하는 세계 3대박물관이다.
사실, 언제 또 와보겠나 싶어서 영국 박물관에서 꼭 봐야만 하는 리스트업을 몽땅 조사해서 꼼꼼히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내 말했듯이 딱히 공부할 시간도, 조사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너무 고마운 지인이 있었다.(정말 유럽여행 준비 땐 생각지도 못한..ㅋㅋ)
영국에서 아는 목사님이 공부하고 계셨는데, 영국에 있다는 스토리를 보시고 어찌저찌 파리에서 잠깐 보기로 했다. 근데 너무 너무 고맙게도, 영국 박물관에서 꼭 봐야할 작품에 관한 리스트를 주셨다.(물론 목사님이시기 때문에 기독교 역사 관점에서 짚어주심) 이거라도 다 보고 가야지 했는데 실제로는 너무 피곤해서 가기 전 날에 슥- 한 번 읽어보고 갔다. 사실 간과했던 사실 하나는 '패키지'의 경우, 세계적인 박물관에서도 '다같이' 잃어버리지 않게 꼭 붙어 다녀야만 한다. 그래야 특정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박물관이 너무 넓은 관계로 가이드님이 콕- 짚어주시는 유명한 작품 위주로 주어진 시간 내 관람이 가능하다. 잠깐의 자유시간을 구역별로 주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작품을 원하는 시간내 절대 못본다는 소리..(또르르)
어쨌든,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목사님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thank you!! xD
어떤 연이든 귀하게 여기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본 포스팅을 통해 가이드님이 소개해준 작품들 중,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던 몇 가지 작품을 공유한다.
1. 파르테논 신전 갤러리 - 엘긴마블(Elgin Marbles)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뜯어온 조각상들. 그리스가 반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만, 끝까지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알못이라 다른 게 확- 와닿기보다 이걸 조각한 사람이 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세밀하게 조각했다는 점이 경이로웠다. 영국박물관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한 작품이 뭐냐-라고 했을 때 나는 무조건 엘긴마블의 뒷면을 말할 거다. 단단한 대리석을 디테일하게 조각한 것도 어려웠겠지만, 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뒷면까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극정성으로 미친듯 노력했을 마음. 초보자로서 브랜드를 이끄는 나에게 꽤 큰 영감을 주었다. 브랜드는 결국 누군가의 삶을 섬기는 일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데, 그 정도의 마음으로 Product를 만들고 있는지 돌아봤다. 보이지 않는 세심함까지 신경쓰는 브랜더가 되고 싶다. 일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2. 파르테논 신전 갤러리 - 그 자체
내가 오래도록 보고 싶어서 남겨두는 사진들. 역동적으로 신체 근육을 하나하나 살린 것이 포인트다. 아니,.. 저 시대 때 어떻게 저걸 하나하나 조각했냐고요. 언젠가 꼭 그리스에 반환되어서, 그리스에 가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3. 람세스 2세 흉상(Bust of Ramesses II)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유명한 람세스 2세의 흉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걸 두 눈으로 보다니. 좀 이상했다. 진짜가 눈 앞에 있는데, 비현실적이라 가짜같은 느낌이랄까.
람세스 2세는 대단한 업적도 많이 남겼지만, 자기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는 조각상도 남겼다. 그때 당시 수명이 35-40세 정도랬는데, 67년간 통치했고 90살까지 살았다니. 그 동안 수많은 전쟁과 역사에 남을 협정을 맺었다던 람세스 2세. 얼마나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을까. 대단함을 넘어 인간의 욕망이 느껴졌던 흉상이었다. 언젠가 이집트까지 가볼 수 있을까?
4. 미라
최근, 한국에서도 미라전을 다녀왔다. 사실 영국박물관에서 이미 미라란 미라는 죄다 봐서 큰 감흥은 없었다.
고대에도, 현대에도 인간은 영생을 원하고 있다. 신의 권위. 우주의 권위. 도전하면 안되는 권위에 자꾸 도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동시에 인간은 계속해서 발전을 추구할 거다. 나 역시 내가 사는 세상에서 더 오래 살고 싶은 욕구. 잘 살고 싶은 욕구를 품고 살아갈 것이다. 그냥 인간의 당연한 욕구 같다. 근데 그 욕구가 고대에서는 '미라'라는 방식으로 존재한 것 같다.
흥미로운 건, 저 때 당시 별별 미라가 다 있는데 (인간, 조류, 파충류 등).. 그런 생각조차 지금과 맞닿아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저 땐 굉장히 수직적인 계급 사회라 자신이 아끼던 충신을 '바(bar)'로 만들어 같이 넣어두었다는 사실이 소름돋았다. 죽어서까지 갖고 가려 했던건 무엇일까. 만약 내가 죽음 이후에 뭔가를 소유하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이런저런 상상으로 뻗어갔다.
5. 사자상
남서쪽 터키에서 가져온 사자상. 메인에 있다. 딱히 엄청난 인사이트가 생각났다기보다, 유럽 이곳저곳에서 사자상을 만났는데 영국꺼는 전혀 아니지만 모든 사자가 다 지치고 울상이어서 남기고 싶었다. 7톤이 넘는 사자상. 진짜 죄다.... 어떻게 가져온거지 싶고..
헤헤. 무튼 이렇게 영국박물관 탐방도 끝!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를 찍으며 드는 생각은.. 내가 보는 세계는 되게 좁았다는 것. 과거-현재-미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인데, 너무 현재에만 매몰되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부지런히 박물관을 통해 더 넓은 통찰력을 쌓아보자. 한국에 돌아가서도!
다음 포스팅에서는 파리에서 만나요!
*영국-번외
64-73 Minories, London EC3N 1LA 영국
꽤 맛있었던 피쉬앤칩스 가게라, 기록해두기. 토마토 스프와 식전 빵부터 피쉬앤칩스까지 노멀하게 다 괜찮았던 맛집이다. 구글 평점 보니까 4.2! 정작 피쉬앤칩스 사진은 없음..ㅋㅋ못다한 기록물은 나중에 유튜브로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