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에펠탑만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겠다 생각했다. 반짝반짝 눈 앞에 있는게 에펠탑인지, 그림인지 영상인지 비현실적인 야경에 분간이 가지 않았다. 눈을 일부러 더 크게 뜨고 또렷이 봤다. 보고 싶었던 그 에펠탑이 맞았다. 이 날은 유독 "좋은 인생이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에펠탑의 밤
야경을 보려고 바토무슈 유람선을 탔다. 너무 추워서 진짜 오들오들 떨며 사진 찍었다. 바람이 너무 차서 사진은 몇 장 찍지도 못했다. 1월이라 추운건 너무 당연한데, 이번 유럽여행 내내 날이 너무 좋았어서 '밤의 유람선'이 괜히 더 춥게 느껴졌다. 특히 유람선 상부는 바람이 많이 불어, 온갖 찬 바람을 얼굴로 맞아야 했다. 그래도 2층은 절.대.포.기.못해. 이 파리 야경 보겠다고 돈 낸거니까...
아무래도 '패키지'라 선택관광이 있는데, 이 유람선도 그 중 하나였다.
한 번 가는 거 그냥 싹다 해보자 싶어 모든 옵션을 다 신청했다. 적어도 우리 모녀에게는 100% 옳은 선택이었다. 솔직히 블로그 후기도 잔뜩 찾아보고, 유럽 여행 시작 당일에도 '대체 어떤 선택 관광을 해야 하나요?'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서치했다. 누구는 별로다. 누구는 괜찮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진짜 의견이 다 달랐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론만 말하면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고추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지 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 (선택관광에 대한 건 나중에 한 번 싹- 정리해보기로!)
영국, 스위스 유람선도 탔었는데 이번 스케쥴 중, 야경을 본 유람선은 프랑스가 유일했다. 다리가 이렇게 운치있을 수 있구나. 행복했다. 어떤 다리를 통과할 땐 배에 탄 사람들이 "와~~~~"하며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갑분 당황) 다소 '관광'스러운 쇼맨십이었지만, 그냥 관광자들의 낭만이겠거니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멋쩍게 웃었지만 뒷자리에 앉은 20대 남자 3명은 전혀 거리낌없이 있는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파리 유람선 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2가지는 1)야경, 2)20대 남자 셋이 수다를 떠는 장면이었다.
줄 설 때부터 계속 시끌시끌하더니, 남자 셋이 깔깔거리며 우리 바로 뒷자리에서 계속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대충 대화는 이랬다. "와,, 낭만. 쥑이네", "아~ 나중에 아내될 사람이랑 오고싶다". "그래도 오니까 좋지 않냐" 등 각각 해외에서 유학중인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젊은 시절에 친구들끼리 유럽 여행하는 것 자체가 마냥 부럽고 좋아보였다. 청춘 그 자체랄까. 서로 티키타카하는 대화에 엄마랑 나는 귀가 크게 열려서, 그 대화 들으면서 웃겨죽겠다고 같이 받아줬다가..ㅋㅋ 덕분에 정신없는 유람선을 탔지만 기억에 남는다. 나도 절친이랑 꼭! 유럽가서 수다 한바탕 떨어야지..
프랑스 대화 예절
프랑스에서는 길을 물을 때도, 하이 or 봉쥬하고 꼭 '인사'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들었다. 진짜였다.
베르사유궁에서 끝도 없이 방만 있길래, 도대체 공원으로 어떻게 나가냐고 물어보려고 당연히 excuse me부터 먼저 뱉어버렸다. 근데 대화의 물꼬안내원이 큰 키에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며 "Hi. Hi. Hi"를 한 3번 말하는게 아닌가. 그때서야 정신을 확 차렸다. 불어 스터디를 (아주아주아주 잠깐) 했을 때, 인강쌤이 프랑스인들에게 꼭 인사를 하며 말 걸어야 한다고 했는데..이게 진짜구나. 설마 내가 인사부터 안해서, 지금 대답을 안해주고 계속 Hi라고 인사하는건가.. omg,.(맞았음)
실제로 찾아보니, 인사는 '공손'의 핵심으로 여겨지며 상점에 들어가서 인사 안하면 예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허허. 인사하면 '나'지 스스로 나름 친절하고 싹싹하게 인사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머쓱.. 사소한 대화를 통해 또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프랑스에 관한 추억
26살 때, 한창 영어 배우기에 꽂혀 겁도 없이 카우치서핑으로 프랑스인 1명을 재워본적이 있다.
그것도 다섯명이서 복작복작 사는 집에서ㅋㅋㅋㅋㅋㅋ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대책없는 행동이었는데, 26살에 우리집에 약 6개월 간 중국인 친구가 가족과 함께 같이 산 적도 있다. 집이 커서가 아니다. 진짜 코딱지만한 집에 외국인을 들여 6명이서 살았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들도 다 지금은 웃으며 '소중한 경험'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참 대책없이 영어 환경에 노출되고 싶었고, 외국인과의 교류를 통해 어떻게든 오픈 마인드를 기르고 싶었던 것 같다.
무튼 굉장히 핸섬한 프랑스인이 2박 3일인가 3박 4일 동안 우리집에 머물렀고, 온가족이 어린이 대공원까지 놀러가 딸기를 나눠먹었던 추억이 있다. 그 친구는 파리가 아닌, 외곽지역에서 왔는데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는 이렇게 해외로 나오는 것 자체가 특이한 선택이라 했다. 보통은 평생 그 지역 안에서만 공부하고, 일하고 자기는 더 넓은 세상을 많이 경험하고 싶어 아시아를 돌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가 나보다 2-3살 어렸던 것 같은데, 이후로 프랑스에 관심이 갔던 것 같기도. 아무튼 불어가 제일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프랑스 방문은 이러나저러나 꿈만 같았다. 갑자기 딴길로 샜는데, 나중에는 꼭. 프랑스의 외곽지역도 돌아보고 싶다. 프로방스가서 라벤더향 잔-뜩 맡아봐야지.
어쨌거나, 에펠탑의 밤은 황홀했고, 파리는 여전히 나에게 낭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