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나는 솔직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을 '오타쿠'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할로윈 코스프레 때나 볼 수 있을법한 매우 심한 코스튬(costume)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아. 오타쿠..'라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 애니를 좋아한다하면 왠지 모든 전자기기의 배경화면이 애니메이션일 것 같은 그런 느낌.
글을 쓰는 나도 사실 '글오타쿠'이다. 유투브를 좋아하는 나는 '유투브오덕'이다. 녹차를 좋아하는 나는 '녹차덕후'다. 영어를 좋아하는 나는 어쩌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아닌 '영어오덕'일지도.(아니다. 아직..이건 해야한다,라는 느낌이니까 취소!) 어쨌든 위에서 나열한 것들 역시 비슷하지만 왠지 어릴 때부터 생겨버린 일본 애니에 대한 편견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 분명 난 일본 만화책을 본 적도 있으며 가끔 투니버스에서 나오는 일본 만화를 보기도 했던 그 시절을 살았음에도 일본문화의 열성팬들을 '오타쿠'로 지칭한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누군가는 욕할지도 모른다. 다양함을 존중해야한다는 마인드 따위 어디갔냐 내 자신에게 따지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내 안에 'A는 B다.'라고 결정지어 버린 것들이 많다. 아마도 일생동안의 목표 하나는 이러한 편견을 하나하나 내려놓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보통은 나이가 들면서 편견이 하나하나 더 쌓인다고 하니 두렵다. 역주행하고 싶다. 2017년 나만의 단어는 아마도 '역주행'으로 정해야 할 듯.
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다가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어제 코엑스 가서 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와 함께 풋풋한 사랑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인생이 담긴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내 남자친구는 위에서 언급한 그 일본 애니 덕후다. 처음 그의 방에 걸어놓은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보고 속으로 너무 놀랐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내 지인 중 이렇게나 일본 애니를 좋아하던 오덕이 있다니, 게다가 지금은 내 남자친구라니.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행히 코스튬까지는 아니다.
(어감이 좋지 않았다면 죄송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ㅋㅋ) 그러나 내 평생에 들어가보지도 않아본 일본 만화 가게를 어디 큰 쇼핑몰에 갈 때마다 들락날락거리고, 서점에 가서도 애니메이션 코너에 서성거려보기도 하고. 그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사실 난 남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또 나름 만화는 재밌으니까~ 하는 긍정마인드로 일본 애니를 몇 편 보게 되었다. 일본 영화의 느낌과 비슷하지만 좀 더 방대하게 판타지적 느낌이 많았다. 또한 그 시장 역시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넓은 듯 했고, 매니아층도 어마어마한 것 같다. 더 깊숙하게 들어갈 생각도 없지만 굉장히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가 있고, 팬층 역시 상상 이상으로 전세계에 있을 거라 추측해본다. 나 역시 남자친구와 공통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하게 한국드라마를 볼 때처럼 이번 시즌 월화 드라마가 무엇인지, 주인공은 누구인지, 작가는 누구인지 신경쓸만큼 관심이 있지도 않다. 그리고 흥미로웠던 게 또 하나 있었는데 캐나다에 있을 때 스타벅스 3군데 매장을 일하면서 각 매장마다 1명씩은 꼭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느끼는 일본과 캐나다 다문화 국가에서 느끼는 일본은 많이 다를거다. 한국보다는 일본의 문화가 앞서 들어온 것도 맞고, 또 그 시장이 넓은 것도 맞고.
자, 돌고 돌아 온 이야기. 위에서 말한 어제 봤다던 그 영화는 요즘 핫한 기대작인 <너의 이름은>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다. 작가 역시 꽤 유명한 작가였다.(나는 모르지만) 그래도 언어의 정원이라는 포스터는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지 눈에 익었다. 결론은 볼 수 있다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꼭 보고싶다.
그리고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어졌다. 참, 문화라는게 콘텐츠라는게 신기하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귀해지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영화ost를 들으며 썼다. 고등학교 때 기본적인 일어를 배웠음에도 지금은 무슨 말이고 뜻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좋다. 선율에 내가 어제 봤던 그 동화같고 현실같은 풋풋한 이야기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매듭에 대한, 이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또한 ost 역시 다 좋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Gf9JKzWWnqQ) 한글 가사가 첨부되어 있으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감상용으로도 좋다.
몸이 뒤바뀌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전개지만 저어어어언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며 마음 안에 진하게 영화장면들과 대사들이 남는다.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시 보면서 대사를 곱씹어 보고, 아름다운 장면들도 다시 꼭 한 번씩 짚고 넘어가고 싶다.
갑자기 생각났다. 초등학교 친구였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같이 다녔던 동네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친구인데 그 친구 역시 오타쿠였다. 보통 일본어를 애니로 자연스럽게 입문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어느정도 말은 알아듣는 그런 애들 말이다. 원피스는 나름 누구나 좋아했던 애니였는데 나 역시 가끔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 보고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우연히 그 친구가 들려준 원피스 ost를 듣고 너무 좋아 '나 팬 할래!'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 나도 사실 부분적으로 오타쿠였던 적이 있었나보다. 그리고 어린 둘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 한 공연장을 찾아 내한공연장을 찾았다. 그 분들은 그 후로 해체되었는지 활동이 뜸해져 사라진 것 같다. 소니뮤직 소속이었는데.. 여튼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내가 언제쯤 '문화'로 정당하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어가 아름답다고, 일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번 영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로 내 머릿 속 2번째로 일본 애니의 아름다움, 일본스러움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준 영화였다. 꼭 꼭 보길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는, 글쎄.. 음ㅋㅋㅋㅋㅋ어떻게 마무리 지어야할지 모르겠지만 내 안에 어떠한 편견을 내려놓고 나 역시 자유롭게 애니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 더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딴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미스테리 하나는 일본의 오픈된 성문화 때문에 애니메이션 역시 그런 부분에 굉장히 오픈마인드고, 100%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스토어에 가서 야한 느낌의 여자 혹은 남자 인형을 파는 걸 보았는데 물론 그 세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지언정 애니메이션에 이제 막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선 오히려 불쾌감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 생각은 못 했는데 생각을 쭉 쓰다보니 조금 자유로워졌다.
막내동생이 일본 애니, 그리고 일본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같이 일본어 공부를 해볼까? 제안했다.
영어나 잘하자, 싶지만 일어가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한 이상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자친구랑 공감대도 만들고. 이렇게 점점 내가 말한 그 오타쿠의 세계로 빠져들지도 모른다..ㅋㅋㅋ
어쨌거나 나는 이 영화를 꼭 한 번 다시 볼거다!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고:) 다들 보기를 추천합니다!
Q. 지금까지 봤던 애니메이션 중 좋았던 시리즈 or 영화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