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키워드를 자유로운 상상으로 잡고, 구체화시키지 못한채 1월이 가고 있다.
평일은 하루 1시간도 나를 위해 온전히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핑계다.) 하루치 스트레스 받은 것을 날리기 위해 배달 음식을 먹고, 넷플릭스를 켜고 어느새 귀한 저녁시간은 11~12시를 향해간다. 마무리 일을 하고 자면, 하루의 첫 시작도 끝도 회사 일로 꽉 채웠고.. 자유로운 상상은 텍스트 그대로 희미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 요즘 작게 시작한 게 있다. 내가 바라는 '씬'을 아침 출근길마다 상상해 보는 것. 내 삶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심상화 해보는 거다. (비슷한 종류의 상상은 20대에도 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하는 상상은 조금 더 간절함에 가깝다.)
무튼 요즘 나 스스로 매우 솔직하게 떠올리는 한 장면이 있다. 2015년도 밴쿠버 워홀 시절, 가장 좋아했던 메인스트릿 거리가 선명히 펼쳐진다. 메인 스트릿의 자유로운 풍경 속 가장 카텀스 도넛과 럭키스 도넛을 쭉 지나치면 홀푸즈 마켓 코 앞 사거리가 보인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길목이 반복적으로 생각난다. 해외를 쏘다니는 디지털노마드의 삶. 그렇다. 해외의 삶을 무작정 동경하는 자아가 내 의식 속에 10년이 지나도 그대로 살아있다. 영어를 계속 배우고 싶은 욕심, 해외에 살아보고 싶은 욕구는 10년이 지나도 내 안에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최근, 트레바리를 재등록하고『사업의 철학』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가 뒷통수를 탁 맞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사업은 최우선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도 당신은 놀라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최우선은 당신이다. 혹은 내가 사업은 당신의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이 곧 삶은 아니라고 말해도 당신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중략) 하지만 사업의 역할에 대해 논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형태의 삶을 원하는가? 나는 내 삶이 어떤 모습, 어떤 느낌이기를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주요목표이다.
- 마이클 거버, 『사업의 철학』, 174-175
돈을 벌겠다고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내 삶의 '주요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그 사업과 일이 방향에 맞게 얼라인 된다.
무작정 열심히 사업하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성취해야 할 선명한 목표를 스스로 정확히 아는 것.
그걸 알아야만, 매년 같은 목표를 세우고도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에 나온 몇 가지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1. 장례식장에 올 문상객들에게 들려줄 인생 이야기가 있다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해본 적이 있으나, 그 종이가 어디로 갔었더라. 다시 써보기로 했다.)
오늘 저의 마지막날에 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한평생 살아오면서 이렇게나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사실이 가장 기쁨이었습니다.
마지막 이 세상을 떠나는 자리엔 감사함만 남겨두고 떠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 넓은 세상을 두루두루 여행하며 따뜻하고 다정한 세상을 충분히 누볐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30대의 어느날, 20대 내내 꿈꾸고 동경했던 삶을 진지하게 저질러보며 살아보기로 굳게 다짐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 날부터 제 삶은 또 한 번 아주 크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어느덧 사람들이 우주까지 여행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가장 인간다운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다양한 뿌리가 살아있는 땅을 밟아본 것이 가장 소중한 추억입니다. 이 세상에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한 번 더 전해야겠습니다.
두 번째, 일상에서 가장 '안정감'을 느꼈던 2층짜리 보금자리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주택을 뭐하러 사냐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지만, 주택을 돌보는 일은 곧 저를 돌보는 일과 같았습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늘 안온하게 나의 하루를 정리했던, 제 마음 속 가장 안전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안아주던, 내 손으로 열심히 감각적으로 꾸며봤던 나의 집이 그 어느 곳보다 그리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을 더 자주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애정하는 사람들을 넉넉하게 초대할 수 있게 해준 이 집은 엄마,아빠,동생 둘, 남편과 늘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여러 추억을 보내온 집이라 그런지 눈을 감는 순간에도 생각이 많이 나네요.
세 번째로 감사한 것은 사랑하는 일을 오래오래 해왔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상상화그리기, 만들기 이런 것을 좋아했던 저는 손맛은 없지만, 결국 커서도 크리에이티브한 일의 매력에 빠졌는데요. 다양성, 조화와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던 저에게 '기획 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뿌리 내리게 하는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모쪼록 저의 크고 작은 일들이 세상을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보는 관점이었길 바랍니다.
감사한 세 가지를 돌아보니..
아침엔 명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치 수다를 떨고, 그날그날 정성을 다해 살고자 했던
매일의 사소한 시간들이 저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었네요. 나를 위한 기도도 했지만, 여러분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따스한 다정을 건넨 손길 덕분에 잘 살다갑니다. 태어나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안녕!
2.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가?
① 사랑
내가 가장 가치를 두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허나 사랑이 없으면, 일이 무슨 소용이고. 가족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게 내 지론에 가깝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생각의 씨앗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기독교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더 깊이 나아가서 사랑 아니고서는 인간이 하나의 '생명'을 정성스럽게 길러내는 것이 말이 안되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사랑'에 있다고 믿는다. 하기 귀찮은 일도 하게 되는 게 사랑이고, 죽음이 두려워지는 것도 사랑 때문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사랑'을 가치로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살고 있는가? 네니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 사랑을 실천하는데 있어, 부지런히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사랑의 곳간이 조금씩 바닥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작 사랑의 가치를 부여해야 할 대상을 다르게 인식하고 사는 것일까. 생각 위 파도를 둥둥 타는 느낌이다. 어쨌거나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앞으로 살아갈 시간 속에서 이 '사랑'의 가치를 가장 최우선으로 살고 싶은 것은 맞다.
②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감정
따스함, 다정함, 벅차오름, 설렘, 영감, 안온함,
저렇게 살고 싶다는 어떤 욕망. 커뮤니티(이런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하나둘 적다 보니, 나는 보통 이런 감정을 느낄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 구나 싶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들과 유사하다. 그래서 내가 언젠가 사업을 한다면, 거창하지 않아도 저런 감정을 전달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③ 창작
요즘엔 비즈니스 구조를 잘 짜고 돈을 잘 버는 일 역시 '창작'에 가까워 보이지만, 꽤 오랜 세월동안 장인 정신, 크리에이터 등 자기만의 것을 이야기로 쌓아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치앙마이에 가면 '반캉왓'이란 예술가 마을이 있다. 마치 그런 느낌이랄까. 창작하는 일에 꽤 많은 의미부여를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어떨 땐 창작만이 유일하게 내 앞에 펼쳐진 '맞는 길'이라고 집착하며.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창작'에 관심이 있는가?
- 영상
특히 적합한 음악 고르는 일이 매우 즐겁다.
- 글쓰기
생각을 다듬을 수 있다. 기획의 기본 요소, 어릴 때부터 글짓기를 좋아했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 표현법도 더 줄어들었다는 사실.
3. 나는 어떤 형태의 삶을 원하는가?
- 어떤 일이든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삶 (근간)
- 언어 장벽 없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해외를 왔다갔다 하는 삶 (가장 오래되고 큰 욕망)
- 삶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삶 (가치관)
- 감정적으로 솔직하되 배려할 수 있는 삶 (태도)
-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
- 사람들과 잘 협업하며 사는 삶 (일의 형태)
4. 나는 내 삶이 어떤 모습, 어떤 느낌이기를 원하는가?
- 밀도 있는 공이 가볍게 굴러가는 느낌.
5.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가?
- 커리어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사람. 어떤 일을 하든 사회에 좋은 기여를 하며, 나 스스로 기쁜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 선택을 지혜롭게 하는 사람. 기획적으로 '실력' 있는 사람. 이야기를 잘 짓는 사람. 비즈니스 구조를 잘 이해하는 사람. 숫자를 잘 뜯어볼 수 있는 사람. 일이 되게 하는 사람.
- 성향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위로가 필요할 때 백 마디 말보다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근데 입이 간지러워 백 마디 말을 하더라도 웃기고 귀여운 사람. 그래서 걱정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밀라논나, 캐나다에서 만난 매릴린 할머니처럼 사랑스럽지만 지혜롭고 자연스러운 어른.
- 경제적
돈 많은 사람. 가족을 위해 '경제적인 울타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 그 여정을 무거움보다 재미로 채우다보니 진짜로 그 울타리를 잘 만들어줘버린 사람. 그 끝에서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사람.
6. 나의 인생이 어떻게 보이길 바라는가?
- 일상 곳곳에서 작은 기쁨을 자주 느끼는 친구라고 느낀다.
- 평온한 기쁨이 차있다.
- 단단한 사람 같다.
- 주체적으로 일하는 삶을 살고 있다.
7. 일상의 삶이 어떠하기를 바라는가?
- 집, 노트북, 휴대폰 사진 등이 언제나 잘 정돈된 삶
- 가족, 친구들과 주말은 소소하게 커피 한 잔 나누며 깔깔걸로 살기
- 가볍고 맑은 몸과 마음 상태 (건강!)
8. 내가 내 삶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자주 글쓰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바가 뭔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들여다보기
9. 나의 가족, 친구, 사업 동료, 고객, 직원, 공동체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기를 원하는가?
- 같이 보내는 시간이 '의미'와 '배움/성장'이 있는 시간이었으면
-> 의미/성장이 없으면 무의미한가? no. 그건 아님.
->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디깅하는 글을 써보도록 하자.
10.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겠는가?
- 6번과 동일
11. 지금으로부터 2년 뒤 무엇을 하고 있으면 좋겠는가?
- 공간 1개 런칭 or 유튜브 채널 구독자 3만 달성 및 운영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는? 내 삶이 다하는 때에는?
- 미래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머물 집 하나를 마련했으면. 사업체 1개를 같이 공동 운영
- 연 4회씩 해외 여행을 쏘다니고 있었으면 좋겠음 (출장 환영)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인생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영적으로, 신체적으로, 재정적으로, 기술적으로, 지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관계에 대해서는?
-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언제 그 돈이 필요할까?
참고로, 위 질문들은 마이클 거버의『사업의 철학』이란 책에서 나온 내용이다.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손으로 직접 끄적이며 정리를 꼭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