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 컨설팅 2차 회고
Narrative 100 project 최종 결과 레포트를 받아들었다. 평일에 도착했는데, 퇴근 후 지쳐있는 에너지로 열어보고 싶지 않아 주말에 파일을 열었다. 브랜딩 전문가가 나의 인생 서사를 같이 훑어보고, 11페이지짜리 PDF를 만들어주다니.. 감개무량하다. 모든 내용을 브런치에 다 남길 순 없고, 나의 강약점과 핵심 모순. 사이드 프로젝트 외 이것저것 욕심쟁이처럼 에너지를 쏟아왔지만 손에 잡히는 건 딱히 없다고 느꼈던 자신 없음의 감정까지. 모조리 들킨 느낌. (ㅎ ㅓㅎ ㅓ..이 정도면 족집게 아니냐며..)
무튼 오늘은 퍼스널 컨설팅에 대한 레포트를 받은 후,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에 대해 남겨보려 한다.
[나에 대한 진단]
Problem
지속적인 창작은 하지만, 전략이 부재하여 에너지가 흩어집니다. 이는 핵심 메시지의 부재와도 연결됩니다.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다른 모든 콘텐츠를 플라이휠처럼 연결 짓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Future Direction
이제는 가능성의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 나의 이름을 걸고 실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기민함과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취미의 영역에 두기 보다는 진짜 나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몰두합니다.
지난 글에도 '에너지 분산'이 내 인생 통틀어 가장 큰 문제였다 고백했는데, 이는 이것저것 사부작거렸던 '나의 소심했던 창작 활동'에서 버젓이 드러난다. 개인 유튜브를 열었다가 닫았다, 블로그를 썼다가 말았다, 브런치는 그나마 글쓰기 모임으로 연명 중인데.. 퇴사 후 <저마다의 갭이어> 유튜브 채널을 열었으나 간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확신이 있어 도전했으나, 이직 후 STOP.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네버엔딩 무물]
명료하게 답하기 위해 오늘도 네버엔딩 무물을 던져본다.
Q. 시간이 없었는가?
입사 후 열정을 불태워가며 일했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거의 없었던 건 사실. 입사와 맞물려 이전에 개인적으로 브랜딩 작업을 했던 건도 있었고, 대기업 면접도 중간에 한 번 봤었다. 9달 중, 2-3달은 정말 새벽 2-3시까지 일하며 살았다. 그 외 시간도 주말 포함 업무를 꽤 많이 했다. 그런데 계속 이걸 지속하자니, 쉽지는 않다. 9 to 6 d안에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고, 집중해서 퍼포먼스도 잘 내고 싶다.
그렇다면, 하루에 딱 2시간 씩이라도 에너지를 응축해서 만들고자 하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저마다의 갭이어'는 여전히 유효한가? 냉철하게 물어보자. 지금 내 욕망은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성장 중'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콘텐츠도 끝이 명료해야 한다.
'어른에게도 갭이어가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맥락 없이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 위에 쌓아볼 것인가.
정말 '갭이어'라는 단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자영님 피드백처럼 갭이어 이야기를 단순히 얕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솔직한 경험을 하나둘 더 풀어내야 한다. 그토록 '갭'이란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예 버리고, '기획자'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은 어떤가? 근데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맞는가? 기획자/마케터 동료들 또는 커리어로 쌓고 싶은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 맞을까? 난다긴다 하는 기획자/마케터들 사이에서 내가 아는 척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되나? 내 경험 기반으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근데 갭이어 주제를 또 잃고 싶지 않다. 그럼 연결성을 만들어야 하는데,,, blah.. 솔직하게 이런 잡다한 질문들이 솟구쳤다.
Q.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면?
A. 여전히 '갭이어' 주제로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이고 싶다. 세상이 달려가는 속도에 모두가 체하지 않도록, 자기만의 속도를 내기 위해 스스로 '갭'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눈치 보지 않는,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그랬을 때 각자가 가진 고유함이 빛날 수 있고, 그 고유함을 기반으로 조화로운 사회가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ㄴ 왜 꼭 '갭이어'야 하는가?
20대에 '갭'을 경험했던 두 번의 경험 때문이다.
첫 번째: 휴학하고 과감하게 1년짜리 영어 스피킹 프로그램에 도전했던 것. 그 때 처음으로 치열하게 영어 공부를 해봤던 경험이 있다. 내가 영어를 여전히 애정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 밴쿠버에 가서 다양성을 글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고 온 경험. 내가 사는 대한민국 사회는 하나의 룰일 뿐. 밖에 나가 살면 얼마든지 뒤바뀔 수도 있는 룰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30대에 '갭'을 갖기는 쉽지 않았다. 스스로 용기내어 '갭'을 가지려 할 때 그 누구도 '그래 1년 쉬어라'하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7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쉰지 6개월이 넘어갔을 때도 불안함이 엄습했다. 분명 5개월차까지 이래저래 인생의 바쁜 일들이 아주 많았는데 스스로에게 '잠깐의 쉼'도 평온하게 허용하지 않으려는 관성이 올라와 괴로웠다. 말로는 '갭이어'라고 우겼지만, 이래저래 잣대를 들이대며 스스로 라벨링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그나마 갭이어라고 이름을 붙였길 망정이지, 그냥 쉬었으면 쉬는 것도 잘 되지 않았으리라..!
현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을 때 나의 '갭'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직해서 열심히 전문성 쌓아올리는 중이지만, 주말에 여전히 일하기 바쁘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열망하며 일 욕심,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기 바쁘다. 지난 7년 간 증명하지 못했던 나의 능력을 꼭 증명해보고 말테야 하는 마음으로 달려드는 나를 보며. 아차차. 나만의 속도를 가기 위해서는 하루 10분이라도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갭'이 필요했지 싶다.
Q. 피드백 받은 부분을 적용해 '전략적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면?
자영님 피드백대로, 지금 살아가는 나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갭이어'를 대뜸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에게 왜 갭이어가 중요했는지.
살면서 갭이어를 보냈던 경험이 어땠는지. 30대 중반에 왜 갑자기 쉬게 되었고, 그 때의 갭이어는 어떻게 보냈는지. 당시 7년간 쌓아왔던 브랜드 빌드 경험을 두고, 어떤 걸 정리하고 싶었는지. 지금은 9년차 기획자로서 어떻게 갭을 보내고 있는지.. 나의 서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어 콘텐츠를 쌓아야 한다.
원래는 나의 실시간 갭이어를 생중계한다는 마음으로 오픈했던 채널인데, 정작 '갭이어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할 걸 생각하니 진도가 나지 않았다. 너무 완벽하고 무겁게 생각했다. 당장은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속가능성이 있는가? 현재 기준,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맞는가? 나에게 전략적으로 이득되는 방식인가? 나를 잘 드러내기에 적합한가? 이런 질문을 냉철하게 던질수록 내가 이 콘텐츠를 왜 지금 당장 해야 하는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야 하는게 정말 맞는가에 대한 의심이 올라왔다.
[결론에 다다르는 중]
Q. 뾰족하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컨설팅을 가지며 깨달은 것 하나. 애초에 '저마다의 갭이어' 채널은 공공성을 띈 메시지 & 취미 정도로 남기기 싫었다. 영상 콘텐츠를 통해 퍼스널 브랜딩에 도전하려 했던 이유 뒤에 '야망'이 있었다. 제 2의 수익 파이프라인도 만들고 싶었고, 브랜드 기획자로서 나를 팔고 싶었다. 그랬을 때 이 '갭이어' 방향성이 맞는가?를 돌아보면 오히려 '하모니블렌더'라는 엄브렐라 밑으로 재생목록으로 들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생각 정리 중)
자영님 말대로 걸어왔던 길에 대해 인정해주고, 나를 명료하게 정리한 후 명확한 메시지 콘텐츠를 구상해봐야겠다.
Q.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엄브렐라는?
다양성. 조화. 포용력. 다정. 이런 것들이다. 오히려 기획자로서 성장하기까지 무경력에서 나에게 중요한 일 경험을 어떻게 쌓아왔는지, 어떤 가치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는지, 그 가운데 갭이어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콘텐츠로 나의 인생 얘기를 진솔하게 담아보고, 그 안에서 갭이어 콘텐츠를 다뤄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