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고리즘에 쇼미더머니 12가 떠서 핵심 영상만 몇 개 보게 되었다. 쇼미더머니 초기 팬으로서 이번 12는 꽤 흥미로웠고, 오랜만에 랩 영상을 보니 잠 들어있던 '랩 본성'이 올라오면서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박치임) 오랜만에 랩을 접하고, 왜 이렇게까지 엔돌핀이 돌았나 싶었더니 최근 한 달 간 회사 생활에서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달 만 그런 것은 아니었음)
마음에 어려웠던 2가지 이유.
그리고 본질적인 이유 1가지를 적어본다.
본질적인 이유부터 냅다 고백하자면 감사를 잃었다.
최근 연봉 협상도 잘 했는데.. 그 행복이 오래 가지 않는 거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주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던 지라, 감사해야 할 일이 맞다. 아니 진짜 감사하다. 근데 당혹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내 안에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 놀랍다 놀라워. but, 내가 회사에서 겪은 여러 일들을 논하면 '그럴만 했어'라고 답해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적나라하게 모든 것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사람을 종종 교체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 퇴사자가 많아진다는 사실에 나도 동의한다. 3억, 30억, 300억 할 때 조직원이 바뀐다는 사실을 이미 여기저기서 들었던 터라 이것에 불만은 없다. 이직 후, '아 왜 저 사람이 지금 나가야만 했는지 알겠다'고 냉정하게 생각할 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남의 일로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당혹감이 올라오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정말 별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직접 겪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대표님, 리더들과 잘 소통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나아지지 않았다. 나아진 척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극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내 마음을 명확히 진단할 수 없어도, 그때 그때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최대한 소화하고, 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왜 여전히 괜찮지 않은지 생각해보면 마음을 툭 터놓고 일했던 동료들이 다 떠나갔던 이유가 가장 크다. 최근 서로 기댔던 동료가 꿈에 나왔다. 그만큼 몇 개월 전 우리 팀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조금 남아있는 상태다. 지금 이 시기를 바람처럼 잘 흘러갈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새로운 팀원들로 교체되고 또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었다. 쉽지 않은 한 달을 보냈지만 그래도 새 팀원에게 이런저런 마음을 터놓으며 일 잘하는 팀원이 들어와 다행이라며 자극도 받고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리더가 들어왔다. 맞춰가면 된다. 아 근데. 근데 왜 마음이 또 어렵냐고요.
이유를 찾아헤매다 2가지로 정리했다.
1. 일의 관점
브랜드마케팅 팀 리더로 입사하여, 현재는 브랜딩을 담당하는 브랜드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상세페이지 제작 및 기타 운영 지원을 위한 콘텐츠 기획에 쏟고 있다. 브랜드를 위해 당장 필요한 급건 업무들이니 해야하는 게 마땅하다. 입사하고 이미 새 브랜드 런칭 경험도 했으니, 약 9개월을 일하며 쓸데 없는 포폴을 쌓은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내가 원하는 업무를 못하고 있어요'라며 징징거릴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런칭한 브랜드에 대해 가이드를 잡은대로 고도화 하며, 고객과 어떤 접점에서 브랜드의 코어를 전해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컨셉팅을 경험시킬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 콘텐츠로 어떤 맥락을 쌓을까. 이런 브랜드적인 관점으로 쌓아야 하는 것을 하나도 쌓지 못하고, 또 판매 및 운영 관점으로만 흘러가고 있어 아쉬웠다.
다른 측면에서는 기존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답답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회사가 워낙 어떤 일이든 데드라인을 짧게 주고, 빠르게 실험하며 개선하는 스타일이다보니 고객과 천천히 시간과 맥락을 쌓는 일에는 머뭇거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출과 속도가 중요하니 계속해서 '병렬적으로 고치며 달리자'고 말한다. 이게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9개월 내내 이런 의사결정을 하며 나아가니 나 역시 조금 지친 게 아닐까. 입사 10개월차면 이게 회사의 DNA라고 받아들이고 가면 되는데, 여전히 비슷한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힘이 빠졌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일을 해내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하며 주장도 해본다. 어떤 리더는 20%의 스페어 타임을 만들지 않으면 절대 그 일을 결국 하게 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어떤 리더는 그건 짬이 난 후에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 하고, 짧은 테스트 버전으로 이번에 이걸 도전해보자고 말한다. 두 리더의 말 모두 맞다. 결국 적정한 때를 기다리며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며 중요한 업무에 내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시간 관리도 잘 하고, 스페어 관리도 잘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하며 일해나가면 된다. (글을 쓰는 것 만큼 이게 쉽지가 않아서 문제지. 20%의 스페어 타임이 없이 돌아가는 중, 주말에도 일함 이슈) 이런 대화를 한 두 번 나눈 것은 아니라, 내가 최근 힘이 더 빠졌던 이유를 짚어보며 끄덕여졌다.
한 달 전 퇴사했던 동료가 그랬다. "이 회사에서 정말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NO라는 답변을 내렸기 때문에 떠난 것이다. 나는 여전히 YES or NO 사이에서 YES쪽으로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는 것 같고.
모든 비즈니스가 쉽지 않지만 이번 리브랜딩 프로젝트가 쉽지는 않은 카테고리다. 몇 달간 이 브랜드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뾰족한 묘수' 하나쯤 나와야 할 시간에 아직도 그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러닝'이 많이 필요하고, 이 회사가 가진 포텐셜 중 A에서 B로 주력 카테고리를 옮기는 거라, 그럼 왜 우리가 B에서 압도적인지. 어떤 맥락을 만들어갈 것인지. 깊이 있게 기획하고, 지속적인 서사를 쌓아야 한다. 일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이걸 해내지 않으면, 이 회사에 온 이유가 없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느끼면서도 빠르게 시작하고 싶다.
- 결론 : 일의 관점에서 회사에서 나를 채용했던 본 목적과 현의 업무가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해 쌓인 불만이 맞다. 근데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관점에서 그 일이 너무 너무 중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당장의 매출이 너무 너무 중요하니까. 회사 DNA 자체가 브랜딩에 익숙한 곳은 아니니까. 게다가 신제품을 많이 출시해야 하는 것도 포기 못하니까. 결국 그 모든 걸 짧은 시간 안에 해내는 방식을 늘 팀에게 요구해왔던 터라...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회사생활도 연애와 같아서, 9개월쯤 만나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들이 있다. 왜 그런 결정을 하고 넘어가는지 체득하는 것. 그럼 그냥 하면 되는데 이 방식으로 9개월 째 일을 해보니 '계속 이렇게 갈 것인가'에 대한 답답함이 올라왔던 게다. 회사의 DNA가 그렇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떨 땐 조용히 따르다가도, 또 어떨 땐 고개를 뻣뻣하게 세워본다. 그럼 그 중간 어디쯤에서 서로가 수긍하는 좋은 포인트에 다다르기도 한다. 허나, 나는 노동자이고 결국 리더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얼라인 해야 한다는 생각도 크다. (뭐 어쩌라고 병에 걸려버림) 게다가 중동 전쟁으로 이래저래 힘든 구간을 맞이해,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일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 애초에 스타트업 출신이라 니일내일 가려가며 일하는 것에 오히려 어색하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정말 이도저도 아닌 채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회사에 오래 일하고 싶다면, 기개를 잃지 않고 내 주장을 말하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사람 관점
두 번째 이유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여튼 브랜드마케팅 리더에서 브랜드기획 매니저로 보직 변경이 되며 다시 내 위에 리더가 생겼다. 두 번째 리더. 원래 리더가 바뀌면, 그 리더가 이 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그 그림을 신뢰하고 나아가는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 다만, 회사에서 겪은 일들이 너무 많아 애초에 내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면(?) 좋은 태도가 훼손된 채로 삐죽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일손이 부족하니, 당장 리더가 와서 '우리 일을 좀 가져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리더도 시간이 필요하다. 리더는 리더의 일을 하러 온 사람이고,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처음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경력직이니 서로 잘 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예민하고 복잡스런 상태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팀 리더도, 팀원도 다 중니어-시니어. 이러면 이제 각자도생으로 미친듯이 1.5배, 2배를 각각 해줘야 하는 상황. (지금 회사에서는 이 스토리가 계속 반복된다.)
최근 일주일은 내게 그런 일주일이었다. 어딘가 긴장감이 맴돌고, 일은 쏟아지고, 바쁘니까 마음은 조급하고. 새로운 리더는 잘 챙겨야 하고. 사람을 뽑았다면 일이 줄어야 하는데 적응 기간 동안은 일이 배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현실적으로 사람이 계속 나가고, 바뀌고. 인력 구조의 문제로 인해 마음이 조금 지쳤던 것 같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무엇인가.
왜 이렇게 짜증이 나고, 불만이 생기는 건가.
결국 또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일까? 아니다. 회사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얼라인만 된다면, 주 6일이든 7일이든 일을 조금씩 하면서 짜릿하게 일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도 있다.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2가지 문제가 반복되던 중, 지금 내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답답함. 바로 그거였다. 근데 거기에 몸과 마음의 체력 상태가 잘 받쳐주지 않았고, 최근 엄마가 아팠었어서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다. 일에 대한 장악력을 잃고, 해나가고 싶은 마음 대신 불만이 쌓여갔다.
이 모든 불만을 해소하려면? 가장 중요한 일을 일단 '실행'해야 어떻게든 '해결'된다. 최근 트레바리에서도 인간이 언제 '불안'을 느끼는가. 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기억나는 답변 하나는 '실행'이었다. 결국 'DOING'을 해야 내 안에 불확실한 불안이 사라진다.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 둘 마음이 없다면, 잘 해보기로 마음 먹고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해보자.
(오늘의 일기)
그래서 오늘도 결국 일을 했다. 내일도 일요일이지만 일을 해야 한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고 답답도 했던 시기지만, 결국 잘 버티고 있다. 감사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경제 위기인 이 시대에 연봉 협상도 훌륭하게 잘했고,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도 간다. 그러니까 좋은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불안의 시뮬레이션을 오바해서 돌리지 말자. 일단 '할 것을 하며' 이 시간을 잘 보내보자.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중심을 잃을 것 같으면 나를 위해 쿨하게 떠나도 되니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말자.
최근 아빠가 그랬다. 나쁜 어른이 있을 때, 그 나쁨을 배울 것은 조심하고 그 시간을 버텨내라고. 그럼 오히려 성장할 거라고. 어느 순간 그 나쁨을 똑같이 행동하고 있을 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한편으로는 얼마 전 트레바리에서 또라이를 감동시키고, 또라이에게 인정받으면 그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했는데 그 정도로 내가 멘탈이 단단하게 훈련받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 글은 무겁지만, 현재 내면에 있는 가장 솔직한 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을 털어내고보니 결국 내 진심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기인했다. 어제보다 나은 나. 그리고 세상에 좋은 기획을 내놓고 있다는 믿음으로 일을 해나가고 싶다. 부디 그런 기회들이 많이 생기는 한 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