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째 인터뷰:매릴린(Marilin)

by 하모니블렌더

2016.09.10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 매릴린입니다. 너 이름은 뭐였더라? 하니요. 네, 하니가 저를 인터뷰하는 중이고요. 이 나이 때에(70세) 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싶어 하더라고요. 저는 은퇴를 했고, 이 나이에 꽤 행복하게, 만족하며 살고있어요. 아마 그 이유는 제가 가진 삶에 있겠죠? 저는 17살 때 결혼을 했어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요. 그리고 이혼을 했죠.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해서 간호조무사가 되었어요.

그 후에 결혼을 또 했고, 세 명의 아이를 더 가졌고요. 그리고나서 이혼을 하게 되었죠. 그 후 또 다시 학교로 돌아갔어요. 이번엔 정식 간호사가 되었죠. 그래서 은퇴하기 전까지 쭉 일을 했고요. 그리고 제 다섯 명의 자녀들은 모두 너무 멋진 아이들이예요. 정말 정말 사랑하고요. 그래서 제가 살아가는 삶 역시 좋다고 느끼죠. 몇몇의 불행한 상황들과 훌륭하다 말 할 수 없는 이혼을 겪었지만요. 제 아이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학교에 다시 돌아갔던 것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렇고요. 이 정도면 다 말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온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편의상 여기서부터 편한 말투로 수정했습니다.)






Q. 캐나다 사람이세요? 맞아. 매니토바 위니펙에서 태어났고, 10살 때 가족들과 밴쿠버로 이사왔지.
아하. 그럼 캐내디언으로서 자랑스러운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음.. 특히 뉴스를 보면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볼 때 캐나다에서 태어난 것 자체에 너무 감사하게 되지. 물론 완벽하지 않아. 정치도 그렇고, 아무것도 완벽하지 않아. 그치만 다른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 끔찍한 상황들을 겪는 것처럼 살고있진 않잖아? 어떤 이유로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 태어났든 축복이라 생각하고, 내 자식들 또한 이 곳에 태어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해.

아까 말했듯 여기도 완벽하진 않지만. 맞아요. 어떤 나라든 완벽한 곳은 없죠. 어떤 사람도요. 맞는 말이야.
그럼 지금도 다섯 명의 자녀들은 모두 캐나다에 살고요? 응. 다들 밴쿠버에 있어.







Q. 현재 본인의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인 것은 무엇인가요?


음, 물론 다른 어떤 것보다 내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하지. 많이는 아니고. 그치?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근데 먼저는 내 자녀들이지. 그리고 친구들이고. 친구들을 보러 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자식들을 많이 보는 것. 그렇게 그들의 삶에 들어가 있는 것. 그게 지금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전혀 일은 안 하세요? 아까 말했듯 은퇴했고, 이후로 일은 안 하지.
은퇴한 이후의 삶은 힘들지 않으세요? 내 경우엔 그렇진 않았어. 왜냐면 내 여자친구들도 있고, 자식들도 있고. 꽤 바쁘게 지낸다니까(하하). 맞아요. 커피 마시러 매일 오시잖아요. 그렇지. 너 말이 맞아. 커피가 필요하지. 근데 정말 시간이 있어서 좋아. 나는 아트갤러리 멤버십이 있는데 심포니, 밴시티 극장에도 가고 그러지.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들이 많아서 보러 가곤 해. 이젠 이런 것들을 할 여유 시간이 있어서 좋아. 서두를 것도 없고 말이야. 그런 게 좋지.







Q. 그렇다면 20대 때는 어떤 것이 가장 중요했나요?


사실 나는 20살 때 이미 두 아이가 있었고, 이혼을 했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을 뒷바라지 해주기 위한 방법을 찾는 거였지. 나를 위해서도. 그래서 다시 학교를 간 거였고, 간호조무사가 되었지. 그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거였어. 직업을 찾고, 나와 두 아이가 살 것을 마련하는 것. 보통의 20살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지. 맞아요. 그 때 당시에 행복했었나요? 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어. 두 아이들이.. 몇 살 이었더라.

내가 이혼했을 때 3, 4살이었던 것 같아. 정말 바쁜 시간들이었지. 학교에 가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돌보고, 정리를 하고. 나를 위한 시간은 없었지. 그래서 많이 피곤했지. 정말 그러셨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 기운빠지곤 했었어. 이해가 되려나. 우울한 게 아니라. 왜냐면 정말 많이 피곤했거든.

그리고 20대 후반에는 다시 결혼을 했지. 3명의 아이가 더 생겼고, 그 때 나이는 30살이었어. 그 때 역시 굉장히 바빴지. 정말 그러셨을 거 같아요. 저희 엄마 역시 제가 10대 때 두 동생들을 키우면서 많이 힘들고 바쁘셨는데 매릴린은 더 어린 나이에 학교, 일, 아이들까지.. 그랬지.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완전 독립적이진 않고, 조금 두려워하는 게 있을 것 같아. 맞아요.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너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하면 되는거지. 강해지려고 단단히 맘 먹으려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거 같아.

적어도 여기서는 말이지. 20대에 학교에 다시 돌아갔고, 30대 후반에 또 학교로 돌아갔고, 간호사가 되었고, 가족들을 먹여 살렸지. 항상 희망은 있잖아. 그치? 늘 희망은 있는거야. 계속 똑같을 필요는 없어. 그리고 또 하나. 나이는 전혀 상관 없다는거야.






Q. 몇 살 때 처음으로 '독립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셨어요?


의식했던 건 아니었는데.. 왜냐면 난 17살 때 결혼해서 가족을 떠나 남편의 집으로 갔으니까. 내 생각엔 꽤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이었던 것 같아.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일을 나가셨고, 엄마 역시 홀로 자식을 키우셨는데 나와 여동생, 그러니까 내가 첫째였고 마치 여동생의 엄마처럼 굴었던 것 같아. 뭔지 알겠어? 네.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제 동생들은 아직도 학교를 다니는데요. 9살, 11살 차이가 나서 가끔씩 제가 두 번째 엄마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응. 맞아. 그런 느낌. 엄마가 없을 때면 너가 강하게 동생들을 이끌고 돌보아야 하지.

가장인거니까. 맞아요. 그래서 난 항상 독립적이었던 것 같아.







Q.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버킷리스트? 아니. 지금은 없어. 지금 내 삶에 매우 만족하기 때문에. 아....음.. 근데 딱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게 뭐냐면 말이야...나쁘게 생각하진 마. 나는, 빨리 죽었으면 좋겠고, 내 몸이 아프고, 어떠한 병으로 인해 수 년간 내 자식들이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해. 그게 내 버킷리스트야. 오마이갓..(지금까지와는 달리 목소리를 조금 떨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진심이었다. 그 진심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데.. 너무 먹먹해져서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다.) 정말 진심이야. 고통을 받을 필욘 없잖아. 저는 아직 그저 딸로서 그 마음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요. 저희 할머니도 그렇고 모든 어른들은 그런 마음이신 것 같아요. 그렇지. 그래선 안 되지.


Q. 또 따로 무언가 하고 싶으신 게 있나요?

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까지는, 음.. 지금 이대로의 삶에 꽤 만족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똑같이 계속 하고 싶어. 와.. 좋네요.


Q. 취미는 뭐예요?
뜨개질. 자수 놓기. 네? 한 번 검색해서 봐봐. 아아. 자수! 응. 꽃도 만들고, 베개에도 모양을 새기고 그런거. 그리고 독서. 나는 독서를 많이 해. 그리고 TV 보기(하하). 이것도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취미 맞아요. (하하) 그게 내 취미야.



Q. 20대 때, 뭘 하고 싶으셨어요? 간호?

아니. 어렸을 땐 사실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근데 난 어렸고,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이 되기 위한 대학에 갈 수가 없었지. 그대신 간호사가 되기로 했던거고. 그리고 난 후회 하지 않아. 간호사여서 정말 좋았어. 좋았지.



Q. 간호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뭐였어요?

가장 좋았던 것? 환자. 환자를 대하는 것. 모든 정책, 규칙이나 그런 것들에 있어선 다 좋아할 수 없었지만 환자를 다루고 치료하는 것은 좋았지.사람.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돌봤던 것. 그게 좋았지. 사람들 돌보는 걸 잘 하셨나봐요. 응. 내 생각엔 잘했던 것 같아. 내가 말하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내 환자들은 항상 나한테 돌봄을 받길 원했고, 환자들도 내가 그들을 잘 돌봤던 걸 알았던거야.편하게 해주고. 정말 마음을 다해 한거죠. 그치. 항상 신경썼지. 그래서 그런 것 같아. 그랬지. (하하)





Q. 20대를 위한 조언이 있다면 해주시겠어요?

아니. 없어. 없다고요? 응. 없어. 조언을 하지 않아. 내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걔네들은 지금 다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대부분의 사람들, 적어도 내가 사는 이 캐나다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뭘 원하는지 스스로 안다고 생각해. 물론 좋은 조언을 해줄 수는 있는 거지만, 걔네는 어떻게든 자기들이 원하는 길로 갈거야.

누군가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예를 들어 내 아이들 중 하나가 무언가에 대해 내게 의견을 묻는다면, 내 의견을 말할거야. '너 이렇게 해야돼'라는 조언이 아니라. 조언은 안 할거야. 네 마음이 가는대로 해. 정말이야.

만약 조언을 꼭 해줘야 하는거라면 그거일거야. Follow your heart. 이 정도면 될까? 그럼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꼭 도움이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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