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대화를 잊지 않기 위해
오랜만에 쓰는 브런치 글이다.
오픈된 글쓰기에 수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나는,
아니 그냥 게으른 나는,
블로그든 브런치든 꽤 오랬동안 운영하지 않은
온라인 속 연습장을 볼 때마다 숙제를 다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기어코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뻔뻔하게 이렇게 다시 한 번 브런치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그냥 태생인가보다.
이쯤되면 조용히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워,
꿋꿋하게 평생 글을 쓰는게 나을수도.
새해 계획 하나는 '전화영어'를 매달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고
영어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태도'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를 '푸쉬'해야만 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최근 몇 년만에 전화영어를 결제했고, 얼굴을 보는 수업이라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고보니 한 달 째 잘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할 때마다 떨리고,
내 마음에 드는 선생님. 정확히는 내가 편할 것 같은 인상을 고르고 또 고르는데 시간을 다 쓰기도 한다.
오늘은 아프리카계 아메리칸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여행 중간에, 자신의 본토인 아프리카로 갔다고 한다. 선생님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학생의 삶부터 묻지만, 나는 그녀의 삶도 궁금했다. 요즘 네 삶은 어때? 그러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금은 착잡한 표정으로 boring이라고 대답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쇼핑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서는, 그렇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it's just boring.이라고 구태여 한 번 더 말했다.
Work & Home 코로나로 인해 보다 단순해진 나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단순한 삶이 감사한 것이라며 그녀는 전에 가르치던 학생이 커리어와 집을 두고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길 해줬다. 정확히 어떤 문제를 겪었는진 모르지만 아마도 그 home은 정말 생계와 관련된 일이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100% 다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계속되는 싸움의 싸움. 그 싸움을 통해 대체 뭘 얻으려는 건지도 모르는 그 싸움에 답답해했다. 그리고 가난함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었다. 아마 그래서 더 이상 쇼핑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나 다행인 건 본인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예상컨대,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해 감사함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일학생인 나도 그러길 바랬다. 사실 그 이후로는 정말 뭐라고 답변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 대화를 좀 이어가다 종료했다.
전화영어는 분명 영어교육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내가 현재 잘 모르고 있는 타국에 대한 얘기를 한 명의 '시민'에게서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내 일만 힘들어, 우리나라만 힘들어가 아니라 조금 더 넓게 보면 대학생 때만 관심가졌던 타국의 상황, 내가 해외에 있을 때만 관심있었던 타국의 상황이 조금씩 마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 이런 것에 답답함을 느끼구나.
아, 이런 것에 분노하는구나.
아, 이런 것에 행복감을 느끼는구나.
사소하지만, 일상을 공유하는 게 전화영어의 교육방식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내 마음가짐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전화영어를 킨다면 그건 두려움 때문이 아닌
각 나라의 상황, 각 나라의 좋은 친구들 또는 어른과 대화할 수 있는 귀한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대화 주제를 준비하면, 나에게도 이득이다.
오늘은 요 정도로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단순한 삶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갈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