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목도하며

코알라의 죽음 1

by 경쾌늘보

새해에 꺼내는 엔딩이야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교수의 책 제목이 있기도 하지요.

성경에도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잔칫집보다 초상집에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새해 연초에 죽음을 꺼내는 일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을 한번 정돈하고 시작하기엔, 오히려 이 시기만큼 솔직한 때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코알라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귀여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있을 것 같은 것은 사람의 일방적 바람이려나요.

그러나 코알라도 사람도, 모든 생명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탄생과 죽음이요.


코알라가 사는 동네에 살며, 저는 그들의 삶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막 태어난 코알라가 엄마의 품에 매달려 자라고,
유아기를 지나 나무를 옮겨 다니며 조금씩 독립하는 모습까지 이어서 보게 되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알라는 단순히 풍경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자연에서 공존하는 생명체, 산책 길에서 지켜보며 살아있음 확인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들의 죽음까지 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삶에는 언제나 죽음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죽음을 일상에서 멀리 밀어내려는 태도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익숙한 태도일 수 있겠습니다.


코알라가 자주 있는 나무 아래에서 죽은 코알라를 발견한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 본 것은 저에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호주에는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차에 치인 캥거루들의 시신들을 자주 만나지만, 모두 차 안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아직 감사하게도 가족과의 사별도 겪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던, 애정하던 존재의 숨이 끊어진 몸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한 번은 나무뿌리에 머리를 콕 박고 죽어 있는 장면을, 한 번은 내장이 항문 밖으로 나와있고 눈은 이미 새가 파먹은 듯한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병이나 다른 이유로 목숨이 다한 것일까. 보송하고 부드러운 털은 땅 주변에 흩어져 있고 시신은 부석하게 변하여 있었어요.



삶의 위협과 공존


나무 위에서 사는 코알라가 하루에 땅에 있는 시간은 고작 10-20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은 땅에서 마무리합니다. 그 코알라는 죽음을 직감하고 땅으로 내려온 것일까, 아니면 땅에 내려왔다가 변을 당했을까 저는 답 없는 질문들을 곰곰이 해봅니다.


물론 코알라들의 삶에도 위협은 있습니다. 산불이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와 클라미디아라는 병도 큰 위협입니다. 그러나 손 쓸 수 없는 원인들을 제쳐두고, 땅에 있을 때 죽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차 사고'와 '개의 공격'입니다. 차와 개, 모두 사람의 소유입니다.


코알라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은 천천히 운전합니다. 그리고 개를 산책할 때는 개를 코알라를 공격하는 상황으로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목줄을 꼭 잡고 갑니다. 개와 코알라는 우연히 종종 조우합니다. 코알라가 가까이 있을 때나 나무 위에 있을 때 제일 먼저 다가가 짖는 것도 개입니다. 죽은 코알라를 냄새로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개였습니다.


자연에 가까이 가며 자연스레 생각이 듭니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말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는 것을.

속도를 늦추는 일,

목줄을 놓지 않는 일,

서로의 삶을 위협하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들이

이 동네의 생명들을 하루 더 살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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