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들을 사살하라

코알라의 죽음 2

by 경쾌늘보

코알라 대량 사살 사건


해당 부서는 이전에 야생동물 전문가와 경험 많은 수의사들이 이 작전을 승인했으며, 화재 후 굶주리거나 불에 탄 코알라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BC News/2025년 6월 26일

The department previously said wildlife experts and experienced vets approved the operation, which was deemed necessary to end the suffering of starving or burnt koalas after the fire. ABC News/26 Jun2025


호주에서 살기 전까지 동물은 나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도 호주 땅의 동물들은 대우받고 살고 있구나 하며 놀랐던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공원들의 접근성이 좋다 할 수 없었으며, 좋은 공원들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공원들은 방치되거나 안전하지 않았다. 특정 다수가 지배적인 것으로 유명한 공원들도 있었다.


일인당 누릴 수 있는 면적과 시간을 얼추 따져보아도 한국의 쾌적하고 한적한 공원에서 한 개인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건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호주의 도시에 와서 먼저 놀란 것은 사람뿐 아니라 개들만 누릴 수 있는 공원이 동네마다 있는 것이었다. 면적도 한국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만큼 혹은 더 컸다. 문화 충격이었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휴식과 안전이 우선,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는 다음이었다. 시드니의 타롱가 동물원은 아마 동물에게 내어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곳이기도 할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혐오나 공포의 대상이 되는 뱀에게 조차도 그러하다. 한국에서의 ‘뱀 조심’ 표시가 뱀이 있으니 위험하다는 높은 수위의 경고 느낌이라면, ‘Beware of snakes’는 '이곳에 뱀도 당연히 있으니 알아서 피하든 멈추든 해.'라는 뉘앙스이다.


코알라 전담 구조팀이 항상 있으며, 화재나 사고로 다치거나 힘든 코알라들을 자원봉사자들이 맡아 케어하는 시스템도 있다.

동물에게 관대한 나라로 보이기 충분했다.



믿기지 않았던 뉴스


동물에게 그러한 나라일진대, 어느 날 산책하며 들은 뉴스에 귀를 의심했다. 잘못 알아들었나 싶었다.


“빅토리아 주 당국이 코알라 약 1,000마리가량을 공중에서 총으로 사살했다.”


호주에서? 이게 대체 가능한 일인가?

뉴스를 듣고 뉴스가 사실인지 찾아보았다. 2025년 3월, 호주의 빅토리아 주에 큰 산불(Bushfire)이 났다. 그로 인해 대량 면적의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소실되었고 그에 따라 코알라들의 먹이와 서식지도 사라졌다. 남은 코알라들은 생존 가능한 곳으로 모여들었고, 포화상태가 되었다. 화재로 인한 부상, 굶주림으로 힘든 상태였다고 했다.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4시간가량의 국립공원, 인적이 닿을 수 없거나 높은 지역에 있는 코알라들을 헬리콥터에서 저격하여 사살하였다. 빅토리아 주 당국은 야생동물 전문가들과 전문 수의사들과의 진지한 상의 끝에 코알라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설명은 있었지만 쉽게 납득은 되지 않았다.


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았고 예보 없던 단행이었기에 언론과 시민들도 매우 놀랄 수밖에 없던 사건이었다.

헬리콥터에서 총을 쏘았기에 부상과 사망을 정확히 구별할 수 없다는 것과, 어미 코알라의 경우 사살 직후 배 속에 아기 코알라가 생존해 있다면 바로 꺼내서 살려야 했다는 동물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코알라가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다른 주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에서는 빅토리아 주 환경부를 소송하였다. 아직도 법적 공방은 계속 중인 것 같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이 일을 생각하며 계속 떠오른 한 문장이었다. 다른 서식지로 옮겨 주면 안 되었을까? 전문들은 많은 수의 코알라들에게 다른 서식지를 찾아 주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귀여워만 했지 정작 나 자신도 어떤 행동이나 대책도 없었다.

그렇다 해도 ‘복지’의 이름으로 ‘대량 총살’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2020년 남호주의 캥거루 아일랜드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인명 피해와 많은 나무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동물들이 희생된 일이 있었다. 생존 코알라의 수가 얼마큼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섬 지역에 남은 코알라들을 본토로 수송하여 수술이나 재활 후 자연으로 다시 방사했다는 일을 들었기에 더 그러했을 수 있다.



어렵기만 하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발생 등으로 대량 사살되는 돼지나 새들에게는 연민이 없었으면서, 넓은 호주 땅 어느 구석에서 사살된 동물들 뉴스를 듣고 심란해하는 자신이 어려웠다. 대안은 없으면서 막연히 그게 맞나 하고 있는 자신이 어렵다. 그때마침 말기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지인이 안락사 허용을 외치며 쓰던 글을 보고 있기에 더 어렵다. 쉽게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깊은 혜안과 통찰은 함께 오지 않는 것인지 하며 어려웠다.


인류는 다른 인류를 대량학살했던 역사를 지나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 트라우마는 사람의 DNA에 남아 있는 듯하다. 대상은 대부분 무해한 다수였기에 일방적 '대량학살'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과 부담감은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생각의 꼬리를 물게 했다.



복지와 살해 사이


코알라 대량 사살이 있기 1년 전, 같은 빅토리아 주에서의 일이다. 85세의 한 농부가 대량의 땅을 구입하였다. 가축을 위한 목장을 만들기 위해였고, 그 땅에는 나무들이 많았기에 업자들을 동원해 나무들을 베었다. 그 나무들은 유칼립투스였고, 그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가 주 당국에 신고를 하였다. 조사 결과, 먹이와 서식지를 잃은 코알라 74마리가 사망하거나 영양실조나 수분부족으로 안락사해야 할 상태였고, 184마리가 다른 서식지로 옮겨졌다. 이 일로 해당 농부는 벌금 $34,000(약 3천2백만 원)을 부여받았다. 공사에 동원된 건설업체는 $79,000의 벌금형을 받았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코알라를 죽음에 이르게 한 농부와 업체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도, 복지라는 명목으로 총살을 한 것도 같은 주의 결정이다.


구조와 보호라는 명분에
살해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

범죄와 정책도 동전의 양면처럼 닿아 있다는 것.
대상만 달라질 뿐,
결정의 권한은 늘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
이 두 사건은 조용히 보여주는 건 아닐까.


위에서 바라본 초록 무성했을 높은 숲 아래를 생각해본다. 복지라는 단어가 이토록 붉은색이었던가.


사람이 만든 우화에는 지혜로운 동물 재판관들이 등장한다.

이 일들의 판단을,

코알라 재판관에게 잠시 맡길 수 있다면 어떨까.


대량살상의 트라우마를 겪고 생존한 코알라들이

대대로 그날의 참상 이야기를 전하며 살아가진 않을까, 상상해 본다.


Image from Warrawong Wildlife



Image from New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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