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는 물을 안 마신다?
코알라 이름
코알라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주 원주민들의 관찰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추정됩니다.
굴라 (Gulah) 또는 쿨라 (koola)로 발음되는 뉴사우스웨일스의 원주민 발음을 영어식 발음으로 음차 하여
코알라 (Koala)가 되었다는 유래입니다.
그러면 원주민들이 보았던 코알라는 어떤 동물이었을까?
그들의 눈에는 나무에 살며 물을 마시지 않는 동물로 보였답니다.
굴라/쿨라가 '물을 마시지 않는 그 동물'이라죠.
기본적으로 물을 마시지 않으며, 유칼립투스 여린 잎을 먹으며 살아가는 동물 코알라.
야생 손님 방문
하지만 어느 날 뒷마당에 찾아온 귀한 손님 코알라는 이 두 가지 특성을 선입견이란 듯, 모두 깨주어 코알라의 또 다른 면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희 집 손님 야생 코알라,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봅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햇살 따끈한 오후였어요.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무언가 있다 직감했지만 눈에 무엇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나무를 보며 계속 짖어대는 강아지의 시선을 따라 살금살금 가보았어요.
그 나무는 바틀브러시 나무, 병을 청소하는 솔처럼 생겼다 하여 한국에서는 병솔꽃이라도 불리는 빨간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일 년에 한 철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잎들 사이에 얇고 빨간 붓점을 찍어내는 듯 예뻐 보여 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광경이었죠.
건조한 여름 시즌의 바스락 거리는 풀들을 밟으며 다가간 끝에 발견한 것은,
나뭇가지 속에 몸을 숨긴 코알라 한 마리.
병솔나무 가지는 올곧은 형태가 아닌 그 안에 가지와 가지가 복잡한 형태로 자라 있었는데
그 가지들 사이에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며 숨어 있었습니다.
뒷마당을 서성이다 강아지 소리에 놀라 아무 나무로 올라갔을까 생각했지만 놀라운 것은
유칼립투스가 아닌데 병솔나무의 빨간 꽃잎을 조금씩 오물오물 씹고 있었답니다.
No drinker?
호주 북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여름은 매우 건조합니다. 모든 잎들이 바싹 마를 때쯤 사람들은 동물들을 위해 집 앞 나무나 길에 물을 채운 물그릇을 놓아두어요. 지나가는 목마른 동물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나 할까요. 귀여운 코알라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흥분되긴 했지만 갑자기 물그릇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목이 말라 여기까지 왔을까?”
동물을 너무 좋아하여 신난 아이와 적당한 용기에 물을 담아 다시 코알라에게 다가갔습니다. '덥석'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코알라는 덥석 물그릇에 입을 대고는 꼴깍꼴깍 소리를 내며 혀를 축이더군요. 너무 빨리 먹다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잠시 물그릇을 뒤로 뺏었는데, 녀석이 뭉툭하고 큰 손톱으로 물그릇을 놓지 않네요.
코알라의 손톱은 두껍고 딱딱한 유칼립투스 나무를 기어 올라가기에 최적화된 날카롭고 두꺼운 갈고리 모양입니다. 순간 선의로 다가간 물 주기가 사고로 되는 불상사는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 두꺼운 장갑을 끼었습니다.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말이죠. 순하긴 하지만 야생이다 보니 길들여진 동물들과는 다를 거란 생각에 한 발자국 물러났어요.
코알라와 핸드폰
빨간 꽃잎 사이에 있는 코알라의 모습은 유칼립투스나무에 있는 흔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그 풍경이 독특하기도 하거니와, 낯선 사람이 주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폰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아두고 있었어요. 그 찰나 코알라가 팔을 쭉 뻗어 제 폰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어요.
초상권을 주장하는 것일까 촬영기피증일까, 혹은 인간의 신 문명이 그들 세계에도 소문이 난 걸까,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폰을 낚아채고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나는 원숭이도 아닌 코알라에게 폰을 뺏긴 세계 최초의 인간이 되는 건 아닐까? 일이 점점 재미있어질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은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에 약간의 거리 두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아이는 코알라에게 물을 대접한 것과 야생 코알라를뒷마당에서 아주 가까이 본 것에 흥분하여 이름도 지어주자고 했습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없지만, 장난꾸러기처럼 보여 코난으로 정해주고 안녕을 빌어주었어요.
이름대로는 아니어도
코난은 아직도 있을까?
아이가 궁금하여 물어봅니다.
한참을 머물렀던 코알라는 다른 여정을 찾아 떠났는지
다음 날에 그 나무에서 보이지 않았어요.
그 이름과 다른 하루를 지켜보는 흥미를 선사해 준 코난. “나도 이름과 다르게 행동할때가 많단다.”
하며 혼자 피식 웃습니다.
혹시나 모를 코난의 방문을 위해 아이는 물그릇을 항상 그 나무에 아래 두었답니다.
털이 다 젖도록 물을 좋아했던,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름의 동물 코알라.
메밀꽃 필 무렵이 아닌, 병솔 꽃 필 무렵이면 코난이 오나 궁금해집니다.
"목마를 땐 언제든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