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40도 이상, 미친*들

쉬라 했더니 퍼져 있는 달리기 농부의 1월

by 경쾌늘보



농부들의 겨울은 어떤 걸까?

마냥 쉬는 것만은 아닐 테다.


땅은 쉬지만,

농부는 한동안은 몸을 쉬고는

다시 일어나 언 땅이 녹기를 바랄 것이다.


좋은 씨를 준비해 놓고,

느슨해진 농기구나 고장 난 기계들을 확인하고

고치거나 필요한 것을 장만한다.


자연재해, 병충해, 기후 정보 등을

업데이트하고

농사일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들을 공부할 것이다.


지난해 지었던 농사들을 회고하며

어떤 고랑에 어떤 식물이나 곡물을 심을지

아직 피지 않은 흙 위에 풍성한 그림을 그릴 것이다.


활기 있는 삶의 터전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농부.



달리기 혹한기


11월부터 이어진

나의 달리기 농한기도 그러할 것이라 상상했다.

몸을 쉬는 동안 부상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몇 가지 새로운 기술들을 공부하고,

올 한 해도 뤠디요!라고 나갈 준비를 마친 러너.

1월 말이면 그럴 줄 알았다.


농한기라 쉬기로 했지

혹한기로 간다고는 안 했는데,

제대로 언 땅이 더디 녹나 보다.


밭이 아직 수분을 못 채웠고

토양 상태가 덜 솎아졌을 뿐더러

날씨 탓에 씨앗도 마르나 보다.


부상 부분이 말끔히 낫지 않았고,

새로운 일 시작으로 피곤이 층층이며,

게다가 여름 기온이 사악하다.


여러모로 악재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언 땅 녹듯,

모든 게 나아질 날이 오겠지. 올 거다.




달리기에 미친자들


26년 1월, 애들레이드는 35도 되는 날이 열흘 정도였고,

그중에서도 40도가 넘는 날이 무려 7번이나 있었다.


35도만 되어도 달리기 하기는 어렵다 보는 하찮은 달리기 농부인지라,

30대 온도에 (물론 습하진 않지만) 달리는 사람들 보면

한편으론 "미련하다" 싶고 한편으론 "미쳤다" 싶다.


그런데 미쳤다 하면서 사실 부러워한다.

아직 나는 덜 미쳤나 보다, 미칠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하며

미친*들을 차 안에서 부러운 눈으로 지나쳐간다.





바퀴에 미친자들


한편 달리는 미친자들도 있지만,

바퀴를 구르는 미친자들도 있다.


1월이면 투어 다운언더라는 사이클 대회가 있다.

전 세계의 사이클리스트들이 애들레이드로 사이클 달랑 들고 온다.


도로는 사이클리스트들에게 양보된다.

그들은 대부분 그룹으로 연습하는데

40도가 넘는 날에도 대회는 취소되지 않는다.


"제발 그늘에서 쉬어~."

라고 말하여주고 싶어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 더위에 140-180Km를 완주한다.

그런데 왠지 그들이 지닌 단단한 마음 줄기와 체력이 부러워진다.


한때 가장 좋아하는 운동/취미는 자전거 타기라 말했던 시절이 있다.

사이클 아닌 자전거.

딱히 다른 운동은 못하기도 하고,

다른 탈 것이 없어서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구르면 두 바퀴로 나를 좀 더 멀리 데려다주고

바람을 가져다준 고마운 바퀴.


달리기 농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자꾸 한 눈 팔고 있는 농부여.


Santos Tour Downunder, 두 바퀘에 미친자들





이번 월요일이었다.

일기예보가 숫자를 어떤 색으로 표현할지 몰라 급하게 고른 듯

처음 보는 색이 떴다.

빨강도 아닌 보라.

45도 예보,

빗나가길 기대했지만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다행히 공휴일이었고,

다행히 휴가 가기로 정해 놓은 날이었다.








달리기 농부의 남편, 어부는 물질?을 했고

싱싱한 전복을 식탁 위에 올려주었다.




물 위의 미친자들


남호주의 해변들을 돌아다니며

눈 호강도 하고 바닷물에 몸도 담갔다.

햇살이 어찌나 매섭던지,

바닷물도 안 춥고 어깨는 빨갛게 익어 올랐다.


그 와중에 왜 또 미친 자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그들은 물 위의 미친자들.

파도를 가르며 유유히 몸으로 수영하는 바다수영자들.

바다 수영을 어떻게 하면 잘할지 물어보니,

수영장 수영부터 잘해야 한다고.


돌아와 모니터의 눈길이 머무는 아이템에 스스로 놀란다.

"네가 감히?"

"아니, 구경만 하는 거야 구경.." 하며 또 스스로 다독인다.

감히 철인 3종경기 용 웻슈트라니.


허나 그것을 보니 잠시 마음이 설렌다.

설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야 바다 쫄보.

수영장 수영도 제대로 못하면서 후훗.

달리기 농사나 잘해야지 후훗.




남호주 해변_Second Valley Beach
남호주 해변_Normanville Beach
어부의 저녁식탁
묵었던 에어비엔비 숙소
자꾸 눈길가게 멋지잖아. 더구나 40% 세일이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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