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의 열정
무심 무화과
무화과는 왜 내게 친숙하지 않았을까.
무화과는 사과, 배, 수박처럼
누구나의 장바구니에 들어가고,
선물로 오가는 과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시큰둥했다.
그래서 무심했다.
한국에서 어느 집 마당에 열려 있던 무화과 나무는
잎도 열매도 같은 색에 맛은 떫기까지,
게다가 덜 익은 열매의 하얀 진액이
손에 닿을 때면 불편하기까지 했다.
꽃으로 말하지 않는다
애들레이드 여름이 끝자락 즈음이면
우리 집 마당 복숭아는 무르익다 못해 떨어지고,
옆집 레몬나무에도 노란 향들이 주렁주렁하다.
그중 지인이 뒷마당에서 갓 딴 무화과를 한 바구니 건네주는 것은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매끈하고 탐스러운 빛깔도 없다.
껍질은 무관심하게 지나가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그 속은 붉은 열정 축제 중이다.
화려한 꽃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고 꽃이 진 채 계절 뒤로 사라지는
품종을 개량한 꽃나무들을 생각하면,
무화과의 사는 법은 사뭇 다르다.
꽃도 없고, 멋진 잎도 없다.
주목받을 일 없는 무화과는
평범한 풀처럼 보이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여름을 보낸다.
그러나 꽃을 안으로 피운 무화과의 속은
가까이 다가가 열어보는 자만 알 수 있다.
알수록 친근해진다.
무덤덤한 껍질 내면에 피워낸 꽃들.
꽃이 없었던 것 (無花)이 아니라,
꽃은 안에 있으니
내화 (內花)과가 오히려 맞는 것 아닐까.
무화과 농장
제철 무화과의 당도는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건조시켜 당도를 높여 간식이나 술안주로도 먹고 무화과 잼으로도 먹는다.
과일 코너나 마트에서 사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가족들과 제철 행사로 무화과 농장에 간다.
입장료 $5를 내고 PYO (Pick Your Own), 직접 따는 체험이다.
농장에서 가족들과 무화과를 갓 따서 먹는다.
피할 수 없는 태양 아래, 어쩔 수 없는 벌레와 벌들을피해 가며 무화과를 따 먹는 일들은 웃음으로 저장되어 추억상자에 들어간다.
애들레이드에서의 아이들 유년시절이 무화과 같으면 좋겠다.
무덤덤해 보이고 화려할 것 없는 이곳의 삶이 추억을 열어보면 알알이 꽃이 열매를 피운 시간이었길.
나의 삶도 무화과를 떠올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