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도시락 동반자

최강암흑요리사라 미안해

by 경쾌늘보


과일인가 야채인가


앞으로 뒤로 해도 같은 토. 마. 토.

어린 시절 미국 영화나 영어선생님이 '토마토'라고 발음하기보다 '토메이도~'라고 해서

토마토라고 발음하면 안 될 것 같은 학창 시절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얼마나 토종같이 착 달라붙는 발음인가 토. 마. 토!)


과일인지 야채인지 늘 논쟁의 중심에 있던 토마토.

실제로 1883년 미국에서 수입과일에는 면세를, 수입야채에는 관세를 부과한 시절, 토마토 수입업자들이 토마토를 과일로 주장하여 면세 소송을 했지만

1893년 대법원은 '토마토는 야채다.'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웃픈 역사도 있었다.


계절을 말해주는 야채 진열대를 구경하는 것은 입보다 눈이 먼저 호강하는 일이다.

진열대가 토마토 풍년인 것을 보니

애들레이드의 여름도 무르익었다는 것.


여름에 당도가 절정에 이르는 과일들이 많지만,

이쯤 되면 토마토가 과일이라는 것에 손을 들어줘도될 만큼 깊고 달콤해진다.



나의 토마토


여름 아침, 엄마는 듬성듬성 썰어놓은 토마토를 용기에 넣고 설탕을 뿌려 냉장고에 넣어 놓으셨다.

그리고 얼마 후 꺼내어 시원하고 달콤해진 토마토 과육과 흐물거리는 젤리 주머니 과즙을 후루룩 마시면, 동생들과 더운 여름이 잠시 천국이 되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소환된다.


빨갛거나 토마토와 덜 익은 초록빛이 섞여있는 토마토.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먹거리인 줄만 알았던 토마토가

놀이거리인 것이 놀랍고 이색적이었다.


스페인에서 매년 열리는 토마토 투척 축제 (La Tomatina).

대형 트럭 가득 운반된 토마토를 던지며 노는? 토마토 전투를 봤을 때 토마토가 다르게 다가왔었다.

투척용으로 재배하여 껍질이 더 무르다는 그 토마토로 던지며 온몸에 토마토를 허용하는 기분은 어떨까상상해 본다.


이토록 많은 토마토라니


토마토라고 부르는 그 빨강은 한 종류인 줄만 알았다.


호주의 마트에서 배운다.

토마토 종류가 이토록 많다는 것을.


한국에서 먹던 그 토마토는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토마토이다.

방울토마토라 불리는 작고 동글한 토마토는

체리 토마토,

또 다른 작은 사이즈 스트로베리 토마토도 있다. 물론 딸기 모양 때문이다.

그리고 작고 긴 모양은 미니 로마 토마토라고 한다.


초콜릿 색이라 초콜릿 토마토도 있고,

다른 매끈한 토마토와 달리 호박처럼 울퉁불퉁한 에얼룸(Heirloom) 토마토

아직도 어색하고 낯설다.


줄기 채 파는 것은 트러스 토마토,

그러니까 줄기 채 파는 작은 토마토는 체리 트러스 토마토가 된다.


그중 이곳에 살며 가장 많이 샀던 품종은

껍질이 약간 단단한 미니 로마 토마토일 것이다.

매일 간식과 도시락을 싸야하는 호주에서 학부모 된 운명으로,

도시락통에서 무르지 않고 쌩쌩히 과일시간 (fruit break)까지 버티며 맛도 좋아 아이들이 선택한, 방울토마토.


나의 어린 시절 토마토는 집 냉장고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의 아이들의 어린 시절 토마토는 학교 도시락통에서 기다리고 있었겠다.



모두의 식재료


다문화가 공존하는 호주에서

토마토는 꽤나 다국적으로 사랑받는 식재료.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 지역 배경의 사람들이나 남미계 사람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재료이기에 식당에 가면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들이 자주등장한다.


얼마 전 종영한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한 가지 극한의 재료로 기발하고도 창의적인 요리,

아니 예술의 경지를 만들어 내는 요리사들에 감탄이절로 나왔다.


그들에게 당근이 주어졌지만,

혹시 토마토가 주어졌다면

어떤 예술들이 탄생했을까 궁금해진다.


흑 중에서도 암흑에 플러스, 최강암흑요리사인 나로서는 아이들에게 그저 이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얘들아 방울토마토 씻어놨다~."






도시락으로 딱인 미니 토마토들
생김도 제멋대로인 토마토들


토마티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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