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4일 되었지만,
빼먹고 가기 아쉬운 12월 애들레이드 제철 과일이 있다.
한국에서 살 때는 실체를 본 적 없던 과일,
체리.
케익 위에 올라간 한 조각 빨간 동그라미,
그것을 사람들은' 체리'라고 불렀다.
설탕에 잠겨 흐물거리며 반짝이던,
과일이라기보다는 장식에 가까웠던 체리.
체리 따기
호주에 온 초기에 가장 궁금했던 체험 중 하나가
체리 따기 아니었을까.
체리는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라
12월에 절정을 이룬다.
빠르면 11월 말이나 12월 초부터
체리 농장에서 광고를 한다.
"Pick Your Own Cherry!"
농장에서 나무에 달린 체리를
바로 따서 먹을 수 있을 만큼 먹는다는 아이디어는
허락받은 탐식 대탐험이었다.
예약을 하고,
입장료 $3-5를 내면
바구니 하나씩을 준다.
집에 가져갈 체리들은 나무에서 따 담은 후
무게만큼 계산을 한다.
나무에 맺힌 체리는 마음껏 먹어도 된다.
체리 한 그루
체리 농장 처음 방문 때였다.
고랑마다 주렁주렁 맺힌 체리 나무들이 줄을 서있었다.
남편과 일행은 큰 결심을 하나 했다.
적어도 한 그루는 다 먹어보겠노라고
아침도 거르고 갔다.
체리 나무를 처음 본 한국 남자 성인들은
먹음직한 체리 나무 한 그루씩 골랐지만,
결국 한 나무의 열매들 반도 못 먹었다.
작은 체리는 계속 들어갈 것 같지만,
몸은 생각보다 빨리 신호를 보낸다.
체리는 많이 먹으라고 허락된 과일이 아니다.
체리는 유기산이 많은 과일이다.
공복에 체리 따먹기는
결국 화장실 갈 일이 더 많아졌을 뿐이었다.
체리의 특성상 상온에서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없다.
오히려 냉장고에 넣어 한 감 차갑게 한 후
상온에서 먹는다면 더 맛있게 먹는 과일이다.
"체리 나무 한 그루를 못 먹네." 하며
농담으로 억울해 하고 아쉬워했던 그날도
돌아보면 젊고 귀여웠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체리를 따고,
깨물어 먹으며 체리 즙을
피처럼 얼굴과 옷에 묻혀
"드라큐라다~~" 하며 웃는다.
제철 재미
이제 뙤약볕에 돈 주고 체리를 따라 하면
아이들은 무임노동이라고 거부할 것이다.
제철에 맞는 과일처럼
제철에 맞는 놀이가 있다.
때가 지나면 못 먹는 과일이나 음식처럼
때가 지나니 못 하는 놀이들도
지나야 알게 된다.
'제철'을 알아차리고,
그때를 누리는 것이
삶을 지나가는 제철의 재미인가 보다.
사랑의 인사, 체리
올해는 더위가 늦게 찾아왔다.
체리 농장도 늦게 열였고,
체리 가격도 예년의 두 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리는 크리스마스의 맛과 멋이다.
하트 모양의 빨간 장식이 되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전하는 풍성함이 된다.
이번 크리스마스,
통통하게 잘 익은 체리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나는 안다.
이 체리 한 상자가
크리스마스의 인사이자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