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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박수

크리스마에는 축복을, 그리고 수박을

by 경쾌늘보


냉장고 여름 필수템?


누구나 냉장고에 떨어지지 않고 두고 싶은 음식이나 과일이 하나쯤 있을까?

나는 "글쎄.." 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수박!" 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사람이 집에 함께 살고 있다.


12월 중순이다.

약 보름 후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다.

남반구 호주에 여름이 성큼 오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름 과일에 빼놓을 수 없는 수박.

수박은 호주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여름 제철 과일이다.



먹는 모양은 개성대로


어렸을때 여름이면

잘 익었는지 세모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속을 보여주는 과일 과게 아저씨, 끈으로 만들어진 수박 전용 손잡이?로 부모님 손에 들려오는 수박.

다시 세모로 잘라 먹기도 하고,

반통을 잘라 숫가락으로 퍼먹기도 하고,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씨 멀리 뱉기 등은 필수이다.


친구네 집에 갔을때

네모 모양으로 잘라 먹거나

정사각형 큐브 모양으로 자르는 모습에

수박 먹는 방법도 집집마다 문화가 있다 싶었다.



고르고 자르기


어떤 게 좋은 수박인지, 잘 익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만국 공통 같은가 보다.

'두드려보기'

잘 익었나 물어보면 과일가게 직원도 수박을 두드려소리를 듣는다.

통통 소리가 나든,

퉁퉁 소리가 나든,

다 잘 익었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줄 알면서도 속아준다.

사실 소리로는 당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좀 더 과학적이라 한다.

그래도 수박 살 때의 마음은 수박만큼이나 커지나 보다.

이제 막 나온 수박을 쪼갠다.

자를 때부터 수박향이 퍼진다.

요즘 나온 수박들은 당도가 높고 무르지 않아

아삭아삭 식감까지 좋다.

박수가 나온다. 수박이 박수다.

아이들은 얇은 반달모양으로 잘라 주는 것을 좋아한다.

커보이고 많아보여서겠지^^.

껍질만 남은 반달을 입에 가져대고 스마일이라 한다.



호주는 수박도 크다!


호주의 수박들은 우선 크기에서 압도적이다.

그러기에 조각으로 잘라 파는 경우가 훨씬 많다.

조각 수박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 한 덩어리에 10Kg 정도 하는 수박을 계산대에 올리면 다들 궁금해한다. 이렇게 많은 수박을 뭐할려고.

그렇지만, 한국인에게 수박은 덩어리로 사야 제맛이다.

여전히 그 큰 수박도 한 덩어리를 산다.


호주 수박은 한국 수박과 달리

줄이 진하거나 선명하지 않다.

껍질이 대략 초록덩어리가 같다.

희멀겋다.

그러나 속담에도 있듯,

겉만 보고는 모를 것이 또 수박이기도 하다.


그리고 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검정씨가 있는 수박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 하는 수박씨 뱉기 놀이나 대회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해보겠지.



수박과 크리스마스 콜라보


대신 12월 크리스마스 테이블에서 갖가지 모양으로 만날 수 있다.

빨간 속살과 초록 껍질은 크리스마스 컬러와도 딱이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도 자르고,

리스를 만들어 보고자

매년 생각은 하지만 정작 못한 것 같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약간의 정성과 디테일을 첨가하여 수박 트리를 만들어 보자고 또 마음만 먹는다.


언젠가 친구의 손 크신 엄마께서

여름이면 시장에서 수박을 10통쯤 사서 차에 싣고

가족과 친척집에 한통씩 내려주셨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수박 셔틀을 하는 수박 산타가 되어볼까 상상해 본다.



요즘 수박
아이들 취향저격, 얇은 반달모양으로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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