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의 뉴욕 마라톤>도 함께
솔로 마라토너?
"어떻게 혼자 마라톤을 준비했어요?"
전혀 피지컬 하지 않은 40대 중후반의 한 여자가 달리기를 시작해 마라톤을 완주한 사실에 대해, 종종 받는 질문이다. 내가 원래 운동을 좋아했는지, 달리기를 잘했었는지에 관하여도 더불어 물어온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운동을 잘하지 않았고, 달리기는 더더욱 싫어했다.
처음 마음먹은 '평생에 한번 하프마라톤'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와 그 후의 마라톤까지 줄곧 혼자 연습을 했으나 그것이 특이한 것이라 스스로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혼자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왔다. 혼자 했던 까닭은 사실 나의 속도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러너의 속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주변에 함께 할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 함께하기엔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 혹은 조언처럼 나 자신을 어느 그룹에든 끼어넣으면 어떨까 해서 용기 내어 이른 아침에 달리는 러닝 클럽 앞까지 갔지만 그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아마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강한 체육인 포스로 조용히 돌아오기도 했다. 초반에는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과 어떤 '대회'를 나간다는 것도 몹시 부끄러워 가족들, 심지어 남편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가족들과 주변 친구들에게 달리기를 하고 있고 대회에 나갈 계획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웃음이 먼저 나왔다. 조롱이 아니고 너무 의외의 계획과 그동안 알아왔던 나와 전혀 안 어울리는 일이어서였다. 내가 나의 친구였어도 그런 반응을 했을 것 같다. "네가? 달린다고?"
그러면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신은 생각만 했지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옆에서 시작한 사람에 대한 놀라움, 중년의 나이에 다칠까 봐 혹은 이미 어느 부분이 다쳐서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내가 그랬듯 달리기, 마라톤 같은 특히 장거리는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중 한 친구가 얼마 전 무심히 길에서 주웠다며 예쁘게 포장하여 준 선물꾸러미. 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의 마라톤 도전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응원을 해 준 친구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는 친구도 아닌데 옆에서 보는 한 러너의 노력이 그에게 닿았고, 또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의 소유자인 덕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마라톤 책을 멋진 모자와 함께 선물해 주었다.
<My New York Marathon>
책은 프랑스 노르망디에 사는 한 남자의 뉴욕 마라톤 도전기이다. 세바스챤 삼손이라는 이름의 저자는 미술선생님이기도 하여 그의 여정을 만화로 담았다. 그가 도전한 해는 201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의 경험이다. 그렇지만 첫 마라톤에 도전하는 여정에서의 어려움, 감정과 감동은 세상이 급변하고 과학이 극히 발전했다 한들 한 인간으로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경험들은 세월과 무관한 경험이라 공감할 수 있다. 그도 자신감 없음과 고독을 즐긴다는 두 가지 이유로 러닝 클럽이나 크루에 속하지 않고 자연에서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 저항하는 신체적 고통을 만화로 그려내어 재미있기도 하고, 초보들이 흔히 겪는 발과 무릎의 부상들로 인해 스포츠 의사나 척추교정사, 발교정사 등을 만나는 장면들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른 점은, 그는 왕년에 (학창 시절) 칼 루이스를 꿈꿀 정도의 체육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달리기 선수인 아내가 있었고 뉴욕 마라톤도 그 때문에 하게 되었다. 아내의 달리기 크루들이 뉴욕 마라톤 신청을 이야기하는 것 보고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 무턱대고 신청을 했다. 그 후 아내는 마라톤을 위해서는 혼자 보다 같은 목표가 있는 사람들과 무리 지어 인터벌이나 장거리 연습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하여 등 떠밀리듯 그들과 함께 장거리 연습도 하게 되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이라는 처음 가는 나라에 나 자신을 대입해 보기도 했다. 입국심사, 뉴욕이라는 상상만 했던 도시를 마라톤 전 투어하는 장면들, 일행 중 한 명의 짐이 다른 도시로 잘못 가 신발을 비롯한 마라톤 용품이 오지 않아 불만 섞인 얼굴의 친구, 죽을 것 같은 첫 마라톤의 모든 여정 등 생의 첫 마라톤을 했을 때의 모든 장면들이 차곡차곡 페이지마다 담겨있어 미소 짓게 했다. 일러스트를 잘 그리는 재능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도 함께.
땡큐 마이 서포터즈!
내용 중 이런 장면이 나온다.
I recall the maxim of and old die-hard runner, "It's only a marathon if you do it in less than 4 hours!" Well I don't give a rat;s ass about that!
어느 오래된 열혈 러너의 격언을 떠올린다. "4시간 미만으로 완주해야만 그것을 마라톤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은 요즘 한국말로는 이렇게 번역하겠다. "그런 말은 개나 줘버려~!"
이제 느슨했던 훈련을 촘촘하게 좁힐 필요가 있는 때가 되었다. 언제든 무리 안 하고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한다는 것이 나의 모토이다. 첫 마라톤의 목표가 온전히 완주인 것은 납득이 되지만, 그 후의 마라톤의 목표가 단순히 '완주'라면 곤란하다는 러너들 사이의 암묵적 푸시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럴 때 혼자여서 다행이다. 나는 여전히 완주를 목표로 할 것이다. 하다 보니 완주 시간이 좁혀졌다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완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달리지는 않을 듯하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넘었을 때에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라는 제목처럼 '마라톤 하는 할머니가 될래'라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게 실현 가능할지 아닐지 아직은 모른다. 나의 체력이 될지 나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을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누군가의 응원이 닿아 한 발씩, 한해씩 달려감을 안다. 주변이든 온라인이든 그들의 서포트가 감사하다. 덕분에 게을러져 있던 몸과 마음을 추스런본다. 이제 다시 그 여정을 즐길 준비를 시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