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_작가의 달리기

발소리 숨소리를 따라

by 경쾌늘보


달리기 하는 동안


아가사 크리스티는 "책을 구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설거지하는 동안이다."라고 말했다.

"The best time for planning a book is while you’re doing the dishes."


설거지 단어를 '달리기'로 바꾼다면?

"The best time for planning a book is while you're running."

기꺼이 반가워할 작가들이 있다. 나는 그들 중 10명을 선정하여 달리기와 글쓰기를 따라간 여정을 지나왔다.


<작가의 달리기>에서 만난 작가들은 남녀 각각 5명씩, 한국을 포함 일본, 영국, 캐나다, 미국, 호주 등 6개국에서 선정했다.


나름의 기준은 소개할 작가들의 저서를 최소 1권이라도 읽어야 했기에, 연재를 하기 전에는 몰랐던 작가들의 책을 읽고 국내외 인터뷰나 기사들을 꼼꼼하게 찾아보았다.


대부분의 달리기를 사랑한 작가들은 하루에 5Km-10Km 정도를 꾸준히 달리거나 울트라 마라톤 수준까지 다양했다.


그들의 책들과 기사들을 따라가고, 달리기를 보고 있자니 나 또한 작가들의 발소리와 숨소리를 따라가는 듯 바쁜 여정을 달려왔다.



작가가 사랑한 달리기


작가들이 말하는 달리기에 관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생각이나 글이 막혔을 때 한 템포 비워내는 일에 큰 역할을 한다. 책상에 붙들려 있기보다 밖으로 나간다. 달리면서 얻는 쾌감 (혹은 고통)으로 그 비워진 공간에 다시 글을 쓴다.


달리기를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나 글이 마구 떠오른다고 말할 것 같지만, 사실 작가들은 달리기가 창의성에 직접 연관을 준다거나 달리면서 글감이 확연히떠오른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무라카미 표현대로 '무념'의 상태로 혹은 무념을 위해 달린다. 글쓰기가 막힐 때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 달리면 생각들이 가라앉거나 떨어져 나간다. 그 상태가 오히려 글쓰기, 창의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둘째는, 체력을 위함이다. 글쓰기는 체력전이다. 그리고 건강한 몸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체력이란 강력한 무기이다. 달리기를 통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건강도 회복한다. 불안이나 우울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고백도 많다.


마지막으로, 달리기는 매일의 루틴이기도 하다. 루틴을 행하는 것은 오늘 하루도 잘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스몰 윈)을 쌓게 한다. 달리고 글 쓰는 루틴들이 하루하루 이어져 독자들의 마음에 닿는 글들을 낳는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달리기를 사랑한 작가들 중 일부는 이번 연재에 소개하지 못했다. 예컨대,


“달리기를 하면 생각이 자유롭게 떠돌 수 있다. 작가에게 꼭 필요한 상태다."

Running seems to allow my mind to roam freely, which is essential for a writer.


라고 말한 조이스 캐럴 오츠의 경우, 오랜 세월 달렸고 수상작품도 여럿 있지만 작가의 책 장르를 읽기 망설여졌다. 또 어떤 작가들은 달리기에 관한 기사나 정보가 매우 부족한 이유였다. 한편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작가들이 혹시 달리기를 하는지 기사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본업이 글 쓰는 일이면서 달리기를사랑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놓고 가기 아쉬운 작가들이 있다. 바로 달리기를 통해 글을 쓰게 된 사람들이다. 달리기가 작가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만든 사람들, 예를 들면 여자가 마라톤 참가에 금지됐던 시기에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하여 완주한 캐서린 슈이쳐나 달리기계의 경전처럼 읽히는 책을 쓴 의사, 조지 쉬한 등 그들의 달리기 이야기를 책으로 들려주기 위해 글쓰기 세계로 들어온 사례들이 많다.


나도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음에 그들의 달리기 스토리들을 다시 큐레이션 하여 돌아 올 계획이다.


여담으로, 이번에 달리는 작가들의 이미지를 찾아보다 발견한 것은 외국 작가들의 경우 달리기 하는 장면이나 운동복 차림의 사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달리기를 사랑하는 한국 작가들은 운동복 차림의 이미지를 찾기 어려웠다. '작가'라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문화마다 다르기 때문일지 모른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 Lewis


글쓰기도 달리기도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이어가는 일인 것은 확실하다.

오늘도 그 길 위에 있는 그들을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