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우성_내면을 향해 달리기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온 마라톤 하는 시인

by 경쾌늘보


훌륭한 러닝은 기록을 단축시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속도를 발견하는 것이다.




시인과 달리기 조합을 찾아


나는 '시'의 세계는 잘 모른다. 요즘 들어 드는 얕은 생각은 문학의 궁극은 어쩌면 시일까 하는 정도이다. 말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장황한 문장과 페이지를 빌어하는 것에서 몇 가지 단어로 여백과 압축의 미를 사용하여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달리기> 연재를 하며 작가들의 달리기를 만나고 있다. 그 여정에서 예상치 못한 작가들을 만나는 부분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달리기 하는 소설가들, 외국작가들을 보다가 문득 달리기 하는 '시인'도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글, 문장을 다루는 일은 종종 지면 위의 행위로만 생각되고, 소설가와 육체적 운동이라는 익숙지 않은 조합이라는 일반적 선입견이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정적으로 느껴지는 시를 쓰는 시인과 달리기라는 조합을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찾았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시인, 이우성 작가의 달리기 이야기를 만났다.

시인은 1980년생이고, 지금까지 20여 년간 달리기를 해왔다. 요즘도 주 70Km 정도 달린다는 그는 달리기 예찬론 보다 달리기를 신성시하는 작가이다.



미남 러너


이우성 작가는 러너들의 매거진, 러너스 월드 코리아의 초대 편집장이기도 했고, 뉴욕 시티 마라톤 3회 이상 완주자, 달리기에 관한 기고도 여럿 쓸 만큼 달리기를 사랑하는 '시인'인 점에 놀랐지만, 처음 본 그의 시집 제목에도 또 놀랐다. 도발적이고 시적이지 않은 제목.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2012>

문학적이지도 겸손하지도 않은 이 시집의 제목으로는 절대 출판 안 해주겠다는 출판사의 일화가 있었다지.


그 미남 러너와 달리기가 궁금해졌다.


작가는 그 외에도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로맨틱 한시>, <좋아서,>, <친구는 나의 용기> 그리고 최근 (25년 6월) <명상하고 달리고 쓰기>를 출간하였다. 그는 시인, 작가 외에 미남 컴퍼니라는 기획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편집자이고 하고 카페와 식당도 운영하는 다재다능한 삶을 살고 있다.



시가 너무 쓰고 싶었던 시인


그는 대학시절 지하철에서 어느 시집을 읽었다. 나희덕 시인의 시집이었다. 너무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작게 소리 내어 읽었다. 좋은 것이란 이런 거구나,시인은 이렇게 좋은 것과 슬픈 것이 닮아 있는 시, 그런 시를 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시를 계속 썼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몇 년 동안 퇴근 후 12-2시까지 무조건 시를 썼다고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간절했던 시간, 소중했던 시간.

“세상에 없는 제 언어로 말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하는 날은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된 날이었다. 그는 꺼이꺼이 울고 또 울었다 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10년간 열심히 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는 딱 10년 만에 등단하게 되었다. 시상식이 있는 날에도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그의 시에도 종종 등장하는 시인의 어머니도 그의 등단 후에 늦은 나이에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하고 졸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달리기, 명상과 창작의 도구


그는 달리기가 창작의 도구임을 강조한다.


"달릴 때 나는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자연스럽게, 오로지 몸의 상태에만 집중하게 되고 만족감이 충만해진다.

음, 작품을 쓸 때 단어를 하나씩 찾아 연결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 순간에 이르면 절실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쉽게 구분하게 된다.

하루 종일 나를 지배했던 고민들이 대부분 무용하고사소한 것이었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래서 정말로 ‘쿨’해진다. 몸과 시간을, 조금씩 이겨내면서 용기도 생긴다.

옳은 판단을 하게 되고, 낯선 감각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먼 거리를, 천천히 달리거나 걸을 뿐인데, 마치 정신이 가야 할 바른길을 찾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마음속의 단어들을 이어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시를 쓰지 않을 때는 달리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지 않을 때는 시를 쓴다는 이우성 작가.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일종의 명상이 된다. 내면의 자신으로 향해 달리기 된다. 그래서 달리기가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된다. 바람에 잡념이 날아가는 느낌. 그는 말하기를 달리면서 시를 여러 편 썼다한다. 달리면서 떠오르는 빛, 감정,느낌 등을 기억해서 글을 쓴다.




달리기가 주는 마음의 안정


SNS가 주는 비교 불안감, 그곳에는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의 사진들이 즐비한다. 그곳에서의 소외감을 저녁마다의 약속으로 해소했다는 시인. 그 약속은 달리기 약속이다. 혼자든 함께든, 짧게든 길게든 달리기 약속을 우선시하고 지키려는 그는 달리기를 통해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함을 줄여갔고 달릴 수 있는 자신과 달리고 있는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느리게 작은 보폭으로 라인을 따라 앞으로 가는 것뿐이다.

오늘의 달리기가 그렇고 내일의 달리기 역시 그렇다.

그러니 매일 달리면 뭐가 달라지는지 물을 필요가 없다.

매일 하는 게 달리기일 필요도 없다. 하루도 빠짐없이 해내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매일 같은 약속을 자신에게 해볼 필요는 있다.

이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저녁마다 매일 글을 쓰거나, 매일 산책을 하거나, 매일 노래를 부르거나.

스마트폰 스케줄 표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도 사실은 꽉 차 있다.

단순하고도 명확한 일정으로.

그것이 무엇인가를 달라지게 하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매일 달린다고 했지만 안 달리는 날도 있다.

나에게 중요한 건 늘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달리면서 나는 마음의 안정을 발견했다.

남과 비교하는 횟수가 줄었고 그만큼 평온해졌다.

꽤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계절을 보내면서 현재의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밤에 매일 한 시간씩 달려요. 느리게, 매우 느리게. 신기하죠. 달리기를 하면 오히려 힘이 생긴다는 게.”

나도 매일 달려서 그 신기함을 안다. 나도 예전엔 매일 글을 써갔는데 지금은 대신 달린다. 쓰지 못해서 달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가끔 생각한다. 글쓰기는 마음의 러닝이니까. 자신의 흔적을 스스로 좇아가는.

<이우성, 친구는 나의 용기, p99>




이우성 시인은 말한다. 재능보다는 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글쓰기이든 달리기이든.

그의 글들을 읽어보다 글쓰기와 달리기의 상호적 리듬과 연관성이 더 확실해진다.



이우성 시인, 뉴욕 마라톤 결승선 통과할때의 표정, 그의 최신 책 <명상하고 달리고 쓰기>



*달리기에 관한 그의 글들이 좋고 잘 전달하고 싶기에 이번 편에는 직접인용을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참고: 한겨레 esc섹션, 웹진 <비유>, 정승환의 문학의숲)





다음 편에는 달리기 하는 여자 시인을 만나볼까 합니다.

그런데 변동될 수도 있고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