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나서야 삶이 시작하다
불안이 도망간 자리
"해피 엔딩을 좋아해요."
작가는 어느 유투브 채널의 인터뷰에서 영화도 소설도 그녀의 삶도 해피 엔딩이기를 바란다고.
달리기를 기점으로 그녀의 삶은 해피 엔딩으로 가고있는 현재진형행으로 보인다.
달리기로 인해, 불안과 우울이 도망간 자리에 ‘자유’가 자랐다.
혼자 있어도, 어디를 가도, 얽매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그 자유는 온전한 성인으로 설 수 있게 했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용기가 되어 글을 썼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불행으로 끝났던 결혼이 끝이 아닌,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시작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여행지에서 출장지에서도 달리기를 즐기고, 자신을 위해 아침시간에 12Km 정도는 계산 없이 달리는 러너가 되었다. 또한 그녀와 같이 정신건강으로 녹다운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하며 함께 달려주기도 하고 소설가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
벨라 매키, <달리기의 기쁨>
오늘의 달리는 작가, 벨라 매키(Bella Mackie)이다.
1983년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는 가디언지(The Guardian)의 편집부장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한 기고문, 에세이를 써왔다. 이후 2021년 출판한 블랙코미디 소설 <How to kill your family>는 한때 베스트셀러 1위, 선데이 타임스에서 48주간 톱 10안의 차트 위를 날아 다기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작가의 달리기>를 기획하고 달리기 하는 작가들을알아보던 중 나는 벨라 매키의 이야기를 처음 만났다. 그때 그녀의 달리기 에세이 <Jog On>이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는데, 반갑게도 2025년 5월 말에 한국에서도 <달리기의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이 되어 요즘 책 리뷰들을 온라인에서 마주치곤 한다.
이번 편에서는 달리기가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녀의 고백을 따라가 보려 한다.
마음의 감옥에 살다
벨라 매키의 불안장애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의 기억으로 4살 혹은 5살쯤 호흡곤란을 느꼈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11살, 중학교로 진학한 해에 그녀는 강박장애(OCD)가 시작되었다. 그해 1년을 통째로 울고 보냈던 만큼괴로웠던 것으로 그녀는 회고한다. 증세는 점점 심해져 대학교에 입학 후 불안장애로 학교를 중도 포기해야 했다.
특정 숫자, 기호, 알파벳 등을 피하고 싶어 하는 증상들이 점점 심해져 자신이 정한 ‘안전지대’가 아니면 나갈 수도 없었다.
광장공포증과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General Anxiety Disorder),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그녀는 정신건강 백화점이었다. 그것들은 삶을 포위했고 지경을좁혀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불행의 한가운데서 달리기
그녀의 달리기 이야기는 깨진 결혼생활로부터 시작한다.
29살에 결혼한 매키는 결혼 1주년이 안되어 남편이 그녀를 떠나는 일을 겪는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우연히 또 다른 국면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미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여동생을 보고, 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을 하기로 했다. 육체적 운동을.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벨라에게 밖으로 ‘혼자’ 나가서 안 해본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마치 우주에 한 발을 디딛는 것 같았을 것 같다.
울 시간이 필요했던 그녀는 3분짜리 곡, 자신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한 제목의 ‘She F**** Hates Me’를 들으며 어두컴컴한 운동장을 달려보았다. 남들이조롱할까 봐 너무 두려웠지만 머리를 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해서 시작했다.
첫 달리기, 3분 곡도 한 번에 달릴 수 없어 중간에 쉬고 달렸다.
이상한 일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나갔다. 변화가 일어났다. 감정의 지각변동이 서서히 일어났다. 불안과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낯선 곳, 사람이 많은 곳은 절대 못 가고, 혼자는 가게도 갈 수 없었던 그녀는 달렸다. 동네를 달려보기도 했고, 조금씩 혼자 갈 수 있는 반경을 넓혀갔다. 불행에서 도망치려 (Running away) 했던 발걸음들이 예기치 않게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게 하는 달리기(Running)가 되었다. 혼자도 행복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벨라는 말했다. 청소년 시절에는 과체중에, 성인 될 때까지 운동 한번 하지 않은 체력의 몸, 흡연자에 음주를 좋아하는 자신의 첫 달리기, 폐가 타는 것 같았다고. 그러나 첫 달리기 3분은 자신에게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고, 3분에서 5분, 10분, 그리고 5Km를 달리게 되었다.
달리기와 불안장애의 공통점
“땀이 나고, 심박이 치솟고 호흡이 가빠진다. 그리고 속이 뒤틀린다.”
불안장애를 겪을 때와 달리기 할 때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이런 현상들이 긍정적이라는 것.
그 버팀에는 쓰러지거나 기절하는 일이 없고,
조금 더 가보자 할 수 있는 느낌이 있다고 벨라는 말한다.
몸과 정신의 연결, 러너스 브레이크
벨라는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몸과 마음(정신)의 연결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서양에서 흔히 신체와 정신을 분리된 별개의 것으로보는 반면, 달리기를 하는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뇌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달릴 때 느끼는 머릿속 정화작용이, 일종의 마음챙김이 되어 즐거움이 되는데 그녀는 그것을 ‘러너스 브레이크 (runner’s break)'라고 불렀다.
전 편, 베른트 하인리히와 대조적으로 그녀의 달리기는 레이스 계획이 전혀 없다. 달리기가 즐거움 본연이 되기 위해, 페이스와 기록에 휘둘려 재미를 잃고 싶지 않기에 10년의 달리기 인생 동안 한 번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다.
남들과의 비교, 경쟁에서 벗어나 오롯이 언제 어디서든 마음챙김(mindfulness) 즐길 수 있는 달리기를 고수하는 그녀의 달리기이다.
돌이켜보면, 달리기를 어떤 동기에서 시작했든 그것이 다이어트든 건강이든, 단지 몸만 바뀌는 게 아니다.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면 그 변화는 훨씬 더 깊고 강렬하다. 나 또한 달리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무지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신체적 변화나 능력을 보는 것보다 정신적 심리적 변화, 일종의 카트르시스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밖으로 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스몰 윈, 달리기 시작하기
벨라는 정신적 아픔을 겪거나, 운동에 소질이 없는 누구라도 쉽게 달리기 세계로 뛰어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그녀가 주는 5가지 팁이다.
1. 기대 없이 시작하기. 작은 시작이라도 천천히 시작해 보자. 밖에서의 1분은 스몰 윈이다.
2.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걱정하지 말자. 사람들은 폰만 쳐다본다.
3. 편한 것을 입고 하자. 번쩍번쩍한 장비들은 필요 없다.
4. 친근한 장소를 달려보자. 당신이 사는 골목길이나 옆동네를 누벼보자.
5.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달려보자.
(벨라는 신나는 음악이나 아가샤 크리스티의 소설 오디오북을 듣는다지요.)
By lossing the endless worry, I found myself underneath.
Bella Mackie
3분의 스몰 윈 (small win)이 승리(triumph)가 될 때까지,
일단 시작해 보실까요?
이번 편에서 영국의 80년대생 여자 작가를 만났어요.
다음 편에서는 한국의 80년대생 여자 작가를 만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