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詩 챔피언, 원주민 여자 러너 시인
I run to the ocean where all my tears from years past have collected,
달리는 여자 시인을 찾아
달리기를 사랑하는 여자 시인?
지난 편은 한국 남자 러너 시인을 만났으니 이번엔 외국 여자 러너 시인을 만나고 싶었다.
영국의 유명한 시인 헬렌 모트 (Helen Mort)는 다수의 작품으로 수상경력도 대단하고 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울트라 마라톤, 트레일 러너인 작가는 자연에서 달린 경험을 통해 자연에 대해 한층 깊은 시선과 영감의 순간들을 시로 담는다.
<작가의 달리기> 여자 시인 편으로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하여 알아보던 중, 나의 관심을 크게 끈 한 시인을 발견함으로써 기꺼이 방향을 틀었다. 이 시인을 소개하기로 한 이유에는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작가들의 출신 나라 균형을 맞추기 위함도 있었고, 호주에 살며 호주 작가 한명쯤은 알아야겠다 싶기도 했다.
헬렌 모트에겐 미안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모셔와도 좋을 것 같다.
호주 원주민 작가
오늘은 어떤 작가를 만날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대하는 분들에게 마치 무대에 오른 것처럼 큰소리로 소개하고 싶다.
“제가 흙속에 흑진주를 찾았습니다”라고.
오늘의 작가를 ‘찾았다’는 말은 전에는 전혀 몰랐던 작가라는 뜻이고, 알게 되어 기쁘다 라는 말이다.
이름은 멜라니 무눈거르 (Melanie Mununggurr), 호주의 원주민 (Aboriginal) 여자이다.
호주 북쪽 Norther Territory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원주민 청소년과 여성들이 호주 정부로부터 받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청소년 사법 정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 그녀를 ‘시인’으로 발굴하고 왕관을 씌운 계기가 있었다.
시를 다루는 또 하나의 길, Australia Poetry Slam
테니스 그랜드 슬램이나 한국의 힙합 컴피티션처럼 ‘시 배틀’을 들어본 적 있는가?
호주에는 일 년에 한 번 시드니에서 시낭송 배틀전이 열린다.
이름하여 ‘Australia Poetry Slam’이다.
Poetry Slam은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호주 시 슬램의 운영 방식이 재미있다. 지역별로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선정된 대표 몇 명의 시인들만 주 대표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최종 그랜드 파이널에 초대된다. 그들은 청중 앞에서 자신의 자작시를 낭독 한다.
심사위원 5명이 있다. 그런데 이 심사위원은 미리 선정한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다. 당일 사회자가 청중들 중 무작위로 뽑게 된다. 5명 청중 심사위원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작가의 낭독 후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심사위원 5명이 준 점수의평균점수로 최대 득점자가 챔피언이 된다. 참고로 대상 수상자 (챔피언)에겐 상금 2만 달러와 ‘국제 작가의 주간 (International Writers’ Week’ 같은 행사에 갈 수 있는 혜택과 시집을 발간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주어진 시간은 2분이다. 그들을 보며 느낀 것은 사람은 2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강력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시와 함께 퍼포먼스까지 하는 고도의 예술처럼 보였다. 참가자는 자신의 시에 리듬과 템포를 입힌다. 조용히 말할 때와 크게 말할 때가 있고, 부드럽게 말할 때와 힘주어 말할 때가 있다. 2분간의 연주를 보는 것 같다. 아다지오부터 프레스토로,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시모까지 다양하다.
호주 시(詩) 배틀 우승자
멜라니는 2018년 호주 시 슬램 (Australia Poetry Slam)에서 1등을 한 챔피언이다. 시 낭독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당히 차분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조용히 자신의 시를 읊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대회의 참가자들이 시를 낭독하는 장면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왜 시를 꼭 차분하게 읽어야만 하는지, 어쩌면 그것도 선입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혹은 문화적 차이가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지만 시를 글자로 읽는 것, 조용히 낭독하는 것과 작가의 의도대로 리듬을 더해낭독하는 것은 시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제도와 정체성에 대한 저항, 쓰기와 달리기
작가는 10살로 기억하는 어느 날, 또래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너희 엄마가 백인(white)이고 아빠가 원주민(black)이면 너는 회색(grey)이어야 하는 거 아냐?”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이 질문은 그녀가 자라면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피부색으로 인한 정체성에 관한 도전들의 시작이었다. 주로 백인에 의해 제기되는 원주민 정체성, 곧 그녀는 백인과 흑인 사이 그리고 전통과 주류 속에서 회색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종종 달렸다. 빠르게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천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달렸다. 사회적 폭력에 저항하는 몸짓은 달리기로, 그녀의 목소리는 시로 표현한다. 작가의 달리기 루틴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없지만 그녀의 시에서 그리고 SNS에서 달리기의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아이 임신 막달에 대회에 참가했던 작가는
"자신이 ‘Australia Poetry Slam’에서 1등이 된 것이 First Nations라고 불리는 호주 내 원주민 사람들에게 그들의 꿈을 좇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않도록 격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좌익수로 나와 공을 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봤다."고 말했다.
멜라니는 호주 정부의 차별적 제도로부터 원주민들을 보호하고 항변하기 위해 시를 쓰고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달리기는 정체성과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고 마음을 달래주는 위로이기도 했다.
작가는 영어로 글을 쓰고 시를 낭독하기도 하지만 호주 원주민 다음 세대들에게 전통을 전수하기 위해그 부족의 언어로도 시를 쓰고 가르친다고 한다.
호주 내 원주민으로 사는 그녀의 달리기 시를
감상해 보자.
*혹시나 영어울렁증 분들을 위해,
얕은 번역실력과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아래에 한글 번역 준비되어 있습니다.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욕을 생략 할 수 없어 송구합니다.
I run
Melanie Mununggurr-Williams
I like to call myself a runner
Cos that’s what I do
When life attacks me from all angles like I’m a paper bag in a thunderstorm
I run
I run from all my problems, tune out all sounds of day and life
Until the only sound I’m left with is my feet hitting the tarmac, carrying me away
My heart thumping deep within the lonely, hollow, cavity of my chest
I run
I do fun-runs and marathons to escape cyclonic turmoil,
Run through rivers in the hope my scent will get lost in the currents
But like a black tracker, my problems find me
They chase me down the way white authorities chased down brown-skin babies
Hold me captive the way this country holds asylum seekers and taunt me the way my abuser does, despite me already leaving the scene of that crime
I run
I run through beautiful boundaries that segregate real from true
Run into a blur of horizons of sadness and the gravitational pull of a woman going mad
Nice girl to bitch, good guy to asshole, the cycle posing the same question as,
‘What came first?
The chicken or the egg?’
I answer no one really knows
but personal perspectives tells me the nice girl came before asshole created bitch
now I’m stuck with trying to run from her,
that beat down beauty
Suicidal psycho caught between the western white-man’s world
and ancient Aboriginal antiquity
I run to the hills and sing my praises to my inner child cos she reminds
me of the beauty of a rainbow in the rain,
The excitement of mud between my toes,
The happiness of life’s simplicities, she
Is the first pearl in my ocean
I run to the ocean where all my tears from years past have collected,
Knowing that if I blow it a kiss the least it will do is wave back, and if I’m lucky
My salty sweat from all that I have run from
Will one day
Bathe me clean
나는 달린다
멜라니 무눈거르
나는 나를 러너라고 부르는 걸 좋아해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니까
삶이 사방에서 나를 덮쳐올 때, 마치 천둥 속 종이봉투처럼 흔들릴 때
나는 달린다
모든 문제에서 달아나고,
하루의 소리와 삶의 소리를 모두 차단한다
결국 남는 건 아스팔트를 치는 내 발소리,
그 소리가 나를 멀리 데려간다
외롭고 텅 빈 가슴속에서 울리는 심장 박동을 안고
나는 달린다
사이클론처럼 휘몰아치는 혼란을 피하려
펀런도 하고 마라톤도 뛴다
강을 달릴 땐 내 흔적이 물살 속에 사라지길 바란다
하지만 흑인 추적자처럼, 내 문제들은 날 찾아낸다
백인 권력이 갈색 피부의 아이들을 쫓았던 것처럼
문제들은 나를 쫓고
이 나라가 망명자들을 가두는 것처럼
내 가해자는, 내가 그 범죄의 현장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조롱한다
나는 달린다
진짜와 참 사이를 가르는 아름다운 경계를 넘어 달리고
슬픔의 지평선과
미쳐가는 여성의 중력에 끌리듯 달린다
‘착한 여자에서 미친년으로, 좋은 남자에서 개새끼로’
계속 반복되는 그 순환은 마치 이런 질문과도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나는 대답하지 아무도 진짜는 몰라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은 말하지
개자식이 여자를 미친년으로 만들기 전 착한 소녀가 먼저였다고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에게서 도망치려 달리고 있어
짓밟힌 아름다움,
자살 충동의 광기 속 그녀로부터,
서양 백인 세계와 고대 원주민 전통 사이
그 어딘가에 끼어
나는 언덕을 향해 달리고
비 속의 무지개처럼
내면의 아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발가락 사이에 끼는 진흙의 설렘,
삶의 단순함에서 오는 기쁨,
그녀는 내 바닷속 첫 번째 진주다
나는 바다로 달린다
수년 동안 흘린 눈물들이 모여 있는 그곳으로
그 바다에 키스하듯 입맞춤을 건네면
적어도 물결 하나는 화답하겠지
운이 좋다면
내가 도망쳐온 모든 것으로부터
흘린 이 짠 땀방울이
언젠가
나를 깨끗이 씻어주기를
작가의 파워 있는 생생한 낭독을 직접 들어보실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x03nIylz4H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