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투병, 글쓰기
내가 욕망하는 것을 이루려면, 결국 지루한 싸움을 해야 돼요.
달리기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 ] 검색했다.
최근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작가가 있다.
나는 [달리기] 검색했다.
철 지난 유행어로 힌트를 보태자면,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똑같은 이름 우영우.
오늘 만날 대한민국 소설가 정유정이다.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이야기꾼, 정유정 작가는 '욕망 3부작'이라 불리는 3편 중 첫 번째로 <완전한 행복> 그리고 최근 2024년에 두 번째 편 <영원한 천국>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며 정유정 소설 팬덤을 일으키기도 했다. 작가의 이 전 작품 중에는 악의 3부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이 있다.
소설가, 이야기꾼의 꿈
작가의 등단을 위한 소설 쓰기 고분군투는 출판하는 책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화제에 오를 때 함께 이야기된다.
1966년생인 정작가는 간호대학 졸업 후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직원으로 9년을 일했다. 대학시절 친구들의 소설 숙제를 대신 써주기도 할 만큼 글쓰기를 좋아하고 직장 다닐 때도 소설 쓰기를 열망했다. 작가로 인정받기 위한 등용문 ‘등단’을 위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만 전념한 6년간 11번의 실패를 거쳐 드디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등단에 성공한다.
짧은 머리 긴 머리
최근 작품인 <영원한 천국> 이전의 기사와 인터뷰를 보면 작가는 항상 짧은 커트머리 스타일에 재킷 같은 정장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2024년 최신작인 <영원한 천국>에 대한 기사나 북토크 등에서 보이는 스타일은 어깨를 넘긴 머리길이와 좀 더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로 사람들을 대한다.
사실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이야 때마나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지만,
작가의 헤어스타일에 담겨있는 투병생활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 <7년의 밤>으로 작가로서 인정과 인기를 얻고 연재도 확정되었던 2012년, 암 선고를 받았다.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아 가까운 가족들에게만 알리고 방사선 치료를 38회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어쩌면 글쓰기는 작가의 삶을 위한 투쟁이지 않았을까. 인터뷰나 대중 앞에 나와야 할 때는 티가 나지 않게 숏커트 헤어스타일로 나왔다.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길, 2년간 한 달에 한 번씩 항암주사를 맞아야 했고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지리산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지리산의 한 암자에 머물며 <28>을 쓰는 중, 작가는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늘 동경했던, 작가도 가보지 못했던 히말라야를 직접 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는 떠났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암 투병 중이나 사실을 밝히지 않고 쓴 안나푸르나 기행 에세이가 <히말라야 환상방황>(2014)이다.
투병 중 달리기와 만남
방사선 치료 후 지리산에서 글쓰기를 하던 때 작가의 달리기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머릿속이 안개 낀 것처럼 뿌옇더라고요. 집에선 안 써지니까 산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머리가 맑아지지 않더라고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지리산 둘레길을 뛰었어요.” (연합뉴스)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 달렸을 것 같은 단순한 추측을 깬다. 그녀는 달리기를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막혔던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직업으로 삼은 작가들의 말과 어조, 태도를 듣다 보면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곤조곤 말하는 이도 있고, 비판적이거나 염세적인 기운이 언뜻 비치는 경우도 있다. 글처럼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작가도 있고, 작가답게 ‘말도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는 듯한 이들도 있다.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목소리에 담긴 열망이다. 무엇이든 해내고자 하는 뜨거운 에너지와 자신감이 또렷하다. 항암 치료 중 히말라야를 오르고, 순례자의 길을 완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그런 그녀의 달리기는, 또 얼마나 열정적일까.
문장이 쉬는 숨, 달리기
소설을 위해 철저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정유정 작가.
자료수집을 위해 아프리카 사막과 홋카이도 유빙 지역도 다녀온 작가는,
이제 달리기가 좋아져 제대로 달려보기 위한 준비도 '철저'하여
운동복은 물론 러닝화, 러닝양말에 GPS 장비도 장만했다는 러너이다.
달리기를 하는 정유정을 상상한다.
과거, 아직 어둠이 깔린 지리산 둘레길을 달렸을 그녀.
현재, 어느 도시의 조용한 골목.
미래, 꿈꾸는 트레일 러닝 코스.
그녀는 뛰고 있다.
구역질 나는 퇴고 과정과
완성 불안감을 견디기 위해.
막힌 문장들을 보내주고
멈춘 문장들을 들이기 위해.
시작했기에 끝까지 가는 마음
작가는 3년 전 이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도 된다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머리도 기르고 글쓰기와 북토크, 강연 등 바쁜 일상들을 살아가고 있다.
밀도 높은 소설만큼이나 일상이 철저한 정유정 작가.
요즘 잠이 많아져 새벽 5시에 일어난다는 그녀는,
5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메탈 음악으로 정신을 깨운다.
그리고 오전엔 초고,
오후엔 퇴고.
그날의 글쓰기를 마친다.
저녁 5시가 되면 운동화 끈을 묶고 바깥으로 나선다.
달리기 시간이다.
내가 욕망하는 것을 이루려면, 결국 지루한 싸움을 해야 돼요.
달리기도 마찬가지예요.
유튜브로 찾으면 다 나와요. 자세, 러닝화, 호흡법까지.
실상 달리기 시작하면 적용 안 돼요.
숨차고, 다리 아프고,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죠.
두어 번 나가고 포기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10분 달리고 5분 쉬더라도, 일단 뛰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5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돼요.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