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가지 하나쯤
동네 캥거루
저녁 무렵 산책을 나가면 뭔가 큼직하고 빠른 무리들이 눈앞으로 훅 지나갑니다.
캥거루 가족들입니다.
대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캥거루 떼 장면을 넣었던 예전 광고도 있었죠.
캥거루는 사람과 떨어진 대자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을 가까이에도 삽니다. 호주 전체 인구보다 캥거루 수가 더 많다고 하지요.
아직까지는 캥거루를 조우하는 것이 제게 두려운 일은 아닙니다. 서로 거리 두기를 하고 지켜봅니다.
그렇지만 주변에 캥거루에게 당한 사례들이 가끔 있긴 하나 봅니다. 뉴스나 동영상에서 보는 소식이 진짜일까 싶을때 딸의 친구 강아지도 캥거루에게 공격당하고, 그를 말리던 아빠도 캥거루와 (시비 붙었다는 말이 어색하긴 하지만) 문제가 있어 병원에 갔어야 한 일이 있었어요.
다른 라이프, KK (Kangaroo vs Koala)
'호주' 하면 떠오르는 동물, 캥거루와 코알라.
한국에는 없는 종인 유대류(marsupial)이고 호주에만 사는 토종 동물이라 저도 묶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특성이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살아갑니다. 둘은 먹이도 활동 영역도 달라 함께 있는 장면이라면 인형이나 합성, 그림으로만 가능할 뿐 자연적으로는 전혀 마주칠 일이 없는 두 그룹입니다.
캥거루, 코알라 둘 다 어미 뱃속에 주머니가 있어서 태어나면 어미 주머니 안에서 자랍니다. 캥거루도 코알라도 어미들이 새끼들을 몸에서 한시도 떼지 않고 자신의 것을 주며 키우는 것은 동일합니다.
캥거루 라이프, 공동체
그런데 자라면 캥거루는 새끼도 무리에 들어가 다니고, 엄마 아빠 캥거루에 일가친척까지 함께 군락을 이뤄 떼로 군집생활을 합니다.
언젠가 숲 속에서 캥거루 집단을 조우한 적 있는데, 영화에서 보던 수컷 싸움을 하는데 복싱 경기가 따로 없더라고요. 그들은 그렇게 함께 모여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캥거루의 주식은 잔디나 풀이기에 풀이 많은 곳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그럴 때 차와 부딪히기도 하는 사고가 생깁니다.
코알라 라이프, 각자도생
반면, 코알라는 자식을 키워 독립시켜 영역을 분리하죠. 각자 유칼립투스 나무를 찾은 후 높은 곳에서 오로지 홀로 삶을 살아갑니다. 먹이에 영양도 부족하고 나뭇잎 독성을 분해하느라 자기 바쁘기도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에도 다른 코알라들과의 놀이문화나 교류는 극히 드물어요.
사회성이라고는 없는 철저한 단독 생활이 시작되고 지속됩니다. 각자도생입니다.
각자 방식으로
남호주 애들레이드의 흔한 저녁 무렵이면, 어디든 자유로이 가는 캥거루의 활기와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코알라의 묵직함이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로 공존합니다.
캥거루가 긴 다리와 근육으로 지평선을 가르고 숲을가로지르며 달려갈 때, 코알라는 무겁고 둔한 몸을 높다란 가지 끝에 의지하여 스스로를 고정시키고 며칠이고 자리에서 먹고 잡니다.
코알라는 귀여운 털뭉치인데, 어찌 보면 고독한 털뭉치이기도 하네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씹으며 고독도 함께 씹고 있을까요? 고독을 씹는다는 표현의 원조는 코알라일까 싶습니다.
고독을 다루는 기술은 코알라가 마스터이려나요.
이런 코알라의 특성일진데 동물원에서 때가 되면 사람들의 손길을 감당해야 하는 녀석들이 생각나네요.일부 주에서는 이제 코알라 안아보기 이벤트는 사라졌고, 사진찍기나 잠시 쓰다듬기 정도로 바뀌었고 하루에 감당해야 하는 시간을 한마리당 30분 내로 정해놓은 곳도 있어요. 같은 종과도 교류없는 코알라가 말은 못하지만 사람과의 접촉을 반길 리는 없을 것 같아요.
함께 또 따로
조금 더 젊은 시절에는 캥거루처럼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마음이 놓였던 것 같아요. 그러나 차차 그 시절에 상상도 못 한 세월이 흐르니, 코알라처럼 고독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나만의 가지 하나쯤 갖는 것도 필수인 것 같아요. 활기와 고요 사이. 생기 있는 움직임이 필요할 때와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할 때를 잘 아는 기술도 익혀갑니다.
사람이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두 극단 지점에서 한쪽에만 머물 필요는 없는 운명이 아니라 점이 새삼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은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살기도하고, 때로는 울타리 안에 혼자살기를 선택할 수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니까요. 어떤 삶의 속도와 형태를 선택할지, 그 어느 길에서든 멈추기도 하고 달려가기도 하며 가장 좋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고유한 능력을 잘 사용하며 살아가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