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포효
누구 목소리
어느 저녁 괴성이 동네에 울렸다.
“엄마, 여기 멧돼지가 사나?”
뒷 동네에 작은 자연보호지역이 있는 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것은 분명 멧돼지나 혹은 그만큼 큰 덩치를 가진 동물의 소리였다. 어스름한 숲 속의 저녁에 듣는다면 어디선가 거대한 야생동물이 해를 가할 것 같은 위협적인 소리이다.
그 괴상하리만치 큰 동물소리가 코알라로부터 나온 것이란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으르.....으르엉....억억억..."
귀엽고 말없는 코알라에게서 그런 괴성이 나오다니!
충격적인 반전의 소유자였다.
거대한 포효
코알라의 소리는 마치 사자나 곰과 같은 야수의 포효와 흡사하다. 그리고 멧돼지나 돼지가 내는 소리와 리듬이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캥거루가 사람은 거의 들을 수 없는 “찍찍” 정도의 소리로 서로 간 의사표현을 하는 것에 반해, 작은 코알라는 거대한 포효를 한다. 목을 하늘로 추켜올리고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다. 그 목소리의 반전은 마치 영화 슈렉의 피오나 공주가 마법에서 걸린 모습과 풀린 모습 같다고나 할까. 전혀 예상치 못한 코알라의 음성과 울음소리는 대반전 자체이다.
여름철이 시작하려는 요즘은 코알라 포효가 제철이다. 코알라의 번식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컷 코알라는 산이 울릴듯한 괴성으로 자신의 영역을 알리고, 암컷을 유혹한다고 한다. 인간이 들으면 다가가다가도 멈출 괴상한 음성이지만, 암컷 코알라들에게는 목소리가 크고 괴성이 심할수록 멋지고 매력적으로 들릴지 궁금하다.
수컷 코알라들에게는 자체 확성기 효과를 낼 수 있는 특수한 후두 구조가 있다고 한다. 이 구조는 낮은 음역대와 공명 기술을 사용하여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 더 크게 소리 내어 큰 몸집을 가진 사나이처럼 보여 암컷에게 과시한다.
코알라 세계, 목소리 큰 놈이 승자가 되는 것인가.
코알라의 포효는 너무 예상밖의 소리라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코알라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조용한 건드리면 코알라도 포효한다라는 말이 어색하진 않을 만큼이다.
반전의 기술
살면서 반전 혹은 반전의 매력 포인트를 만나는 일들이 있다. 사람들에게서도 동물에게서도 반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선입견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일반적 추측이나 단정에서 오는 작은 변화들이 반전을 만든다. 반전의 배신이 있기도 하겠지만 반전의 매력을 좋아한다.
노래를 참 잘하게 생겼는데 음치라거나, 몸치인 줄 알았는데 춤꾼이라거나, 책도 안 읽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작가라거나. 반전의 영역은 끝이 없겠다. 반전은 사람이 다른 대상을 얼마나 본인의 시선과 생각으로만 보는지 돌아볼 수 있다. 1차원적으로만 바라보았거나 생각했구나 깨닫게 된다. 반전은 또 다른 각도로 대상을 발견하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상대로부터의 뜻밖의 발견. 그로부터 오는 작은 놀라움은 상대를 향한 굳은 시선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조금 더 궁금하고 다가가게 한다. 왠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은 우연의 순간, 반전을 보여주고 찾아가는 기술을 장착하고 싶어진다.
(코알라 포효 녹음이 안되어 yourube에서 찾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