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가 혼자가 아닐 때

탄생

by 경쾌늘보

귀여움 더블 샷


각자도생 코알라, 괴기한 포효 시즌이 지나면

동네 유칼립투스 나뭇가지 위에 귀한 장면들이 보입니다.

바로, 엄마 코알라와 아기 코알라가 함께 있는 모습이요.


같은 산책로를 정기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코알라가 거주하는 나무마다 코알라들의 신변 변화를 관찰하게 됩니다.

엄마가 된 코알라는 뱃속 아기 코알라가 클 때까지

같은 나무에서 거주해요.

아마도 나뭇잎이 확보된 나무이겠죠.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아기 코알라와 엄마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바뀌는 것입니다.



거리두기 기술


처음 한동안은 꼭 붙어있어요.

배주머니에서 고개만 내밀던 아기 코알라,

얼마 뒤에 가면 배주머니에서 나와 안겨있고

또 시간이 지난 뒤에는 등에 업혀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엄마 코알라는 배주머니에서 유칼립투스를 먹어 짜낸 젖과 배설물을 통해 영양분을 아기에게 모두 줍니다.

큰 천적은 없지만도 때로 공격하는 새들로부터 아기를 보호해 주고 체온을 고스란히 아기 코알라에게 전달해 줍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여전히 몸집이 작은 아기 코알라지만 그때는 멀지 않은 다른 나뭇가지에 서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 작은데 조금 거리 두기를 하는 엄마와 아기,

서서히 떠나보낼 연습을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6개월 정도의 어미와 아기 코알라 둘의 밀착, 애착시간.

어떤 대화를 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어느 곳 나무의 나뭇잎이 많다고 팁을 알려줄까요,

다른 어느 동물을 조심하라고 알려줄까요,

매 순간 눈을 마주치며 예쁘다 귀엽다 사랑한다 말해 줄까요.


또 얼마지 않아 가보니

이번에는 같은 나무이지만 더 멀리 떨어져 있네요.


그리고 다음에 갔을 때,

여전히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어미와 새끼는

나무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모자 (혹은 모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보게 되어 생긴

왠지 모를 얇은 서운함은 저만의 것이겠지요.



품에서 밖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충분한 애착형성으로

떠나보내고 떠나는 것을 준비하는 둘은

곧 다시 각자의 삶과 영역에서 살아갈 겁니다.


암컷 코알라의 임신 기간은 한 달(33-35일) 정도라고 합니다.

뱃속에서 한 달을 키우고는

2g 정도의 콩알만 한 아기 코알라(Joey)를 낳아

바로 배주머니에 넣어

6개월을 키웁니다.


어느 땐 아기인가 싶은 정도로 작은 코알라들이 혼자 나무에 있는 것을 봅니다.

엄마 곁을 떠나

살아갈 나무를 찾아 높은 가지 위에 오른 막 독립한 코알라일 거라 추측합니다.

제 눈에는 아직도 몸집 작은 아기임에 마음이 더 가지만

그는 또 늠름한 한 어른 코알라로 자라며 살아가리라 여겨야지요.


먹이를 찾으러 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나 다른 동물들의 눈에 띄기도 하고

쏟아지는 비와 폭풍에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을 즐기며,

코알라만의 삶을 살아가겠지요.


우연히 엄마와 아기 코알라의 성장을 관찰하게 된 것은

운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새 생명의 경이함과 신비로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이지만

생명을 낳고 양육하는 일,

귀한 일을 하는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

두 코알라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며칠 전 저희 가족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조카의 탄생 소식을 멀리서 듣고 사진으로 봅니다.

인형만큼 작은 몸의 새 생명이

잘 먹고 잘 자고 꼬물꼬물.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크고 표정이 다양해지는 모습이

새삼 신비하고 너무 귀엽네요.

아기 코알라도 사람 아기도 엄마 품에 쏙 들어가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짧은 시간이

어떠한 새 생명들 이게도 같은 축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어김없이, 오차 없이 시간은 지나고

아기들은 크고 성장하지요.


엄마 코알라가 품은 아기 코알라가

세상을 향해 혼자 나가는 것처럼,

우리가 품은 시간도 아이들을

고요하고 당당하게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시간이길

코알라가 떠난 나무를 보며 잠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