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수세미에 세제를 풀고 쌓인 컵, 그릇등을 싹싹 문지르고 물로 쏴르르 씻어낸다. 이때쯤 살짝 지친다. 아메리카노 한잔 내려 등을 기대앉아서 마시는데 핸드폰을 들고 보다 보면 시간님을 도둑맞아 버리는 일이 생기므로 이때 주의해야 한다.
지저분하게 늘어놓은 장난감은 둘째치고 쌓인 먼지와 과자 부스러기는 어쩌랴.. 장난감과 책은 대충 밀어놓고, 물걸레질을 한번 한다. 대충 거실 청소가 끝날 즈음 좀 쉬고 싶은데 빨래 다되었다고 세탁기가 노래한다. 그래. 알았다. 해 좋을 때 널어줘야지. 이것까지는 그래도 할 만한데 너무 귀찮은 것은 빠짝 건조된 옷가지들을 접어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
이 일을 모두 놓고, 일단 온라인 요가 수련을 할 때도 있다. 1시간 20분의 수련에 집중하고 나면 피곤했던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도 맑아진다. 진짜 피곤한 날엔 온라인 수련하다가 졸기도 하는 건 안 비밀..
수련 후 먹을 것 좀 챙겨 먹으면 어느덧 오전 시간이 거의 다 지난다.
그 외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거나 현재 진행 중인 cp요가 시니어 지도자과정 이론 공부를 하거나 장을 보거나(누가 뭐래도 난 주부니까) 새치 염색을 하거나(도저히 못 봐주는 상태가 오는 주기가 빨라짐) 책을 읽는다거나, 수업 준비 하거나 가끔 병원을 가고, 아이들 학원비 결제 등등 챙기고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 많은 일들을 다 할 수는 없으니 어느 날은 집안일을 완전히 놓고 다른 볼일을 본다. 그러면 다행인 것이 어느 날은 이도저도 하지 않고 시간만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날.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마자 운전대를 잡았다. 목적지는 영종도. 요가 수련을 하기 위해 그곳을 향했다.
집안일과 해야 할 일 모두 내려놓고 그저 향한다.
인천대교를 건널 때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같다. 신기해.
찐한 수련을 마치고, 가고 싶었던 곳에 갔다.
전에 한번 가보았던 곳이다.
맨발 걷기와 해수족욕을 할 수 있는 곳. 행복하다.
씨싸이드파크 해수족욕탕.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한 발 한 발 디디며 땅의 기운을 받는다. 까슬까슬함에 때때로 발이 아프기도 했지만 땅과 맞닿아있음이 기쁘고 벅차오른다. 저 멀리에는 바다가 보였다. 황토를 밟을 수 있는 곳에서는 황토를 밟고, 지압돌들이 깔려 있는 곳에서는 발을 꾹꾹 눌러 풀어냈다.
낮 12시 맨발로 걸으며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운동하러 나오신 노부부, 과일 등을 나눠 드시고 계신 분들, 한가롭게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여성 등 그림 같고 예뻤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자리에 내가 있다. 걷고 있다. 뇌가 쉰다는 건 이런 기분일까?
맨발 걷기 후 발을 깨끗하게 씻고 해수 족욕을 즐겼다.
실외 자리를 잡고 등을 살짝 기대었다. 물이 생각보다 뜨거워서 놀랐다. 발만 담그고 앉아 있는데 위로받는 느낌이다. 멍 때리고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20분 정도 족욕을 하고 주위를 조금 더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