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빚을 갚아야겠다는 결심이 무색하게 나를 막막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리볼빙이었다. 사실 700 만원으로 대출을 받아 절반을 납부하기 전에도 한 번의 시도가 있었다. 바로 주택부금 담보대출. 지금은 다 털어버리고 없어진 그 주택부금으로 빚을 줄였던 적이 있다. 이렇듯 여러 차례 리볼빙 줄이기에 실패한 나였다.
'아, 이래서 리볼빙을 하면 안 되는 거구나.'
마음먹고 빚을 갚겠다고 계산을 하고 보니, 리볼빙은 답이 없었다. 이전처럼 몇 백만 원씩 단번에 납부한들, 소비습관이 완전히 건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쌓일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제는 몇 백만 원을 한 번에 납부할 능력도 없었다. 다른 대출 원리금을 합한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매달 몇 십만 원 정도. 그 정도로는 리볼빙 이자만 갚을 수 있을게 뻔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끊어낼 수 없는 쇠사슬에 스스로 걸려든 기분이었다. 리볼빙 이자만 몇 년 동안 감당하며 빚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삶. 처참한 기분이었다.
정말 해결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출 조회버튼을 눌렀다. 그 당시 신용점수는 KCB와 NICE 모두 700점 초반대로 회복했을 때였다. 그러나 수차례, 대출 조회조차 되지 않는 날이 많았던 터라 1%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대출 조회가 되는 몇 분 동안 나는 '제발'을 계속 외쳤다.
그리고 그날은 나에게 너무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노트에 남겨놓은 일기를 그대로 공개해 본다.
2026년 1월 29일 목요일.
이번에도 안될 거라 생각하며 대출조회를 눌렀다. 리볼빙이 뭔지 잘 모르고서 신청한 그날을 후회하면서. 그래도 몇 날 며칠, 내가 진 빚은 꼭 책임지고 어떻게든 해결하겠노라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이자를 줄일만한 다른 출구가 없을까 기대하며 대출조회를 시작했다.
거절당할 거라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했다. 웬걸, 금리가 한 자리인 대출이 조회가 됐다. 한도 1000만 원에 금리 6.8%.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30분 동안 어플과 씨름했고, 대출 승인을 받았다. 세상에. 어안이 벙벙했다. 손에 힘이 없는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보증금을 제외하고 990만 원 정도가 입금됐다. 떨리는 손으로 리볼빙 이월금액 920만 원을 전부 납부했다. 세상에. 미납금 70만 원과 함께 대출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몇 년간 가득했던 카드 금액이 0원이 됐다. 아직도 벙벙하다.
지옥 같은 과거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바로 리볼빙을 취소했다. 리볼빙을 해지한 후, 카드 한도를 104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줄였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카드금액이 0원이 됐다.
불과 몇 개월 전에 한도 2000만 원에서 1040 만원으로, 신용점수가 500점 대가 되면서 강제로 한도 감액이 되었다. 그리고 아빠가 넣어준 주택청약부금을 깨고, 줄줄이 달려있던 담보대출을 일시 상환하면서 겨우, 600점대로 회복. 그리고 그때 바로 남은 자금과 대출을 받아 중금리 대출과 작은 카드대출금들을 추가로 처리했다.
대출금을 그 이후에 꼬박 갚아가며 연체 없이 반년을 잘 보낸 덕분이었을까. 700점 대로 회복이 됐고, 그 덕에 오늘은 카드대금을 전부 처리할 수 있는 거액의 대출을, 그것도 생각보다 낮은 금리로 받아냈다. 왠지 희망이 보이는 기분이다. 너무.. 너무너무 감사하고 기쁜 날.
거의 2년 동안 900만 원 넘도록 쌓여있던 카드대금이 0원이 되었다. 비록 대출 목록은 하나 더 늘었지만 그동안의 노력과 앞으로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 덕에 좋은 기회가 온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신용점수는 다시 600점대가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NICE는 80점이 껑충 뛰어올랐다. 잘한 선택이란 신호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