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
Tom Ford
누군가에게는 GD의 가디건으로, 누군가에게는 워너비 슈트 브랜드로, 누군가에겐 구찌 부활의 상징일 톰포드. 그렇다면 나에게 톰포드란? '무지 비싼 브랜드'정도가 될 것 같다.
항상 매끈한 슈트 차림의 그는 그의 브랜드 가격택만큼이나 나에겐 닿을 수 없는 존재였다. 나와 공통점이라곤 1도 없을 것이란 확신마저 드는 부류랄까?
그런데,
오늘 아침 구독중인 컨텐츠를 읽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거야! 바로 이거!"
짜릿했다. 그는 나에게 짜릿한 흥분을 선사했다. 오늘 이후 톰 포드는 '나와 마음이 통하는' 톰포드가 되었다. 내가 찾아해맨 그 문장, 내가 요즘 가장 관심갖는 분야의 중요성을 그가 진정 '명징'하게 표현해주었다. ('명징'외엔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는 이동진 평론가님, 그 마음 지금은 공감합니다.)
오션 플라스틱 워치(100% 해양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시계, 가격은 약 130만원)를 만든 그에게 명품 브랜드가 무슨 친환경이냐는 질문에 톰포드는 위의 문장으로 일축했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친환경적인 삶 이다. 이 관심사를 실천하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미니멀리즘, 비건지향 3가지 키워드를 실천하려 노력중이다. 한번 꽂힌 것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향이 있는데 대체로 업무와 관련되어 꽂힘을 유도당하여 그랬는지 금새 빠져나오기도 잘 한다. 그런데 이 관심사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한번 꽂히고 나니 점점 더 깊게 빠져들고, 생각해봐야 할 것도 많아 옆으로 아래로 계속 빠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나의 이런 변화들이 주변 사람들에겐 어딘지 안맞는 옷처럼 보임을 알게되었다. 오! 역시 잘 어울리는 관심사야! 화이팅! 류의 반응보다는 니가?니가?니가? 가 일관적인 반응이다. 이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생각보다 진심인 나의 생활과 태도 변화를 보면서 응원해주기도 하지만, 아마 이전의 내 생활과 내 업을 알기에 하는 말 일거라 생각한다.
나는 백화점 바이어로 일한다. 즉 '소비가 미덕인' 세상속이다. 계속해서 사야 할 이유와 교체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고 의,식,주 모두 화려함 일색인 세상말이다. 그 화려함 뒤에는 엄청난 쓰레기와 재고들이 있는 그런 세상. 이 세상의 중심에서 친환경을 외치는 나 역시 '인지부조화'를 느끼며 내 관심사와 업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친환경적인 삶은 살고 싶어하니 텀블러에 커피를 채우고 도시락도 챙겨 출근 하는데, 일단 출근 후엔 생존을 위해 무조건 전년보단 매출을 신장시키기 위한 활동에 몰입한다. 백화점 층별로 브랜드 가격대가 나뉘는것 처럼 고객에겐 계속 해서 더 소유하고 더 럭셔리한 삶을 바라보게 한다. 쇼핑이 최고의 미덕임을 주입하고, 각종 일회용 소모품을 만들어대고, 대량의 소비재를 각국에서 실어나른다.
인지부조화가 매 순간 발생한다.
다음 시즌 바잉을 회의 때, 이번엔 테*대신 스텐인레스 후라이팬을 하겠다(코팅팬은 우리몸과 환경에 해롭고 계속 교체해야하지만, 스텐은 평생 쓸 수 있으니), 구스 이불대신 웰론을 쓰겠다(동물권을 생각하면 구스보단 웰론이 나으니)고 보고하면 "자아 실현은 집에 가서 해" 라는 피드백이 따랐다.
내가 실천하고 싶은 이상향을 생각하면 직업을 바꿔야 하나?
아님 내 직업을 위해 나의 신념을 버려야 하는걸까?라는 고민에 혼자 자주 심각해졌다.
그런 나의 고민을 톰 포드가 말한 이 한문장이 명확히 해결해준 기분이었다.
윤리적인 럭셔리가 최고의 럭셔리이다.
물질적인 럭셔리만 추구한 삶의 결과는 이제 모두가 부인 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 해수면 상승, 기록적 폭염과 폭우, 세계를 휩쓰는 질병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소비문화도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 소비재를 바라보는 태도 바뀌어야 할 때이다. 소비재를 삶을 치장할 수단이나 삶의 대체물이 아닌 우리가 진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은 훨씬 적어질 것이고, 이미 가진 것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럭셔리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윤리적 럭셔리는 큰 의미와 대안이 될 수 있을것이다.
나 역시 내 일 안에서 이 문장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품을 바잉할때 윤리적 브랜드를 늘려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제안할 수 있을것이다. 좀 더 미리 준비하고 현지와 소통한다면 여러번 쪼개서 shipping하지 않고 한번에 묶어 수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서 쓰일 포장재에 대해서도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겠지? 완충재를 변경하고, 박스는 재사용가능한 디자인으로 건의할 수 있을 것이다. 동료들과 식사 후 일회용 컵에 담아오는 커피 대신 텀블러 커피 구독 서비스를 함께 이용해보자고 제안할수도 있겠다. 백화점에서 나오는 폐지와 재고들을 적절한 곳에 순환시켜주는 모델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이본쉬나드의 말 처럼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인지부조화라고 생각하는 그 부분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일터로 나가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 질 것 같다.
"저는 요즘 들어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 잭 덕분인데, 아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이제는 패션이 바뀌어야 합니다. 모피뿐만 아니라 인조 모피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생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해롭거든요. 우리는 이제 모피의 질감 없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실험실에서 자란 버섯으로 된 가죽, 재활용이 가능한 패키지, 독성이 없는 로고 스탬프등을 사용하려고 해요." _Tom Ford002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