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시작한 지 이제 2주가 지났다. 다섯 개의 수업을 한다는 게 생각한 것보다 수월한 부분도 있지만 아니나 다를까 생각한 것보다 힘든 부분도 있다.
수월한 점으로는 다섯 개의 수업을 하지만 모두 같은 과목이라 강의 준비를 한 번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강의 중 학생들이 할 수 있는 in-class activity와 writing exercises, 토론 질문들은 한 번 만들어두면 다섯 개 수업에서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힘든 점은 같은 내용을 5개의 분반에서 반복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까지는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네 번째부터는 내가 슬슬 재미없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네 번째 다섯 번째 반의 학생들은 처음 듣는 내용이다. 내가 재미없어하면 학생들도 함께 지루해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재미있는 척을 해야 한다.
(티칭 1년 차 때 알게 된 것인데, 강의 평가에 이런 항목이 있다. “선생님은 과목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그 항목에는 5점인 “매우 그렇다"에서 1점인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학생이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때는 내가 가르치고 싶은 문학 과목이 아닌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라 내가 열정이 없는 것은 내 관심사에 맞게 수업을 배정해주지 않은 학과 탓이라는 생각을 어리석게 했다. 현실은 티칭에 있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관심가사 무엇이 됐든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은 선생님의 열정을 느껴가며 배울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깨달음을 얻은 3년 차부터는 내가 가르치고 싶지 않은 과목을 맡았을 때도 최대한의 열정을 끌어모아 강의를 했고, 그게 정말 힘든 수업에서는 열정이 있는 척을 했다. 그 결과는 내 진심이 무엇이 되었건 내가 “열정"을 갖고 강의한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학생들이 만족을 느끼면 얻어가는 것도 많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있는 열정, 없는 열정을 끌어모은다. 그것이 그 학기의 경험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강의준비는 한 번만 하면 되는 대신 같은 내용을 또 이캠퍼스에 똑같이 올려야 한다. 그래서 과제 지침, 과제 제출함, 공지사항 등은 한번 만든 것을 5군데에 올려야 한다. 그래서 지난 2주간의 to do list를 보니 모든 항목에 다섯 개의 소항목이 있고 그게 하나씩 체크가 되어있다. 그 모든 체크 마크들이 모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지만 매일매일이 작은 과제 task들로 가득한지도 한눈에 보인다. 그렇게 자잘한 일을 티칭을 안 하는 시간을 가득 채우고 나면 눈이 피로하고 어깨가 뭉쳐있다는 게 느껴진다. 뇌는 오랜 시간의 단순 노동으로 인해 과부하가 오고 마음은 살짝 지친다.
강의를 하나 할 때는 강의실에 열다섯 번 들어갔다 나오면 학기의 절반이 지나가 있는데, 수업을 다섯 개 하는 지금은 열다섯 번을 들어갔는데 이제 학기의 두 번째 주가 끝났다. 아직 14주가 남았고 140번의 강의가 남았다. 이렇게 계산을 해 놓고 보니 너무 압도적 overwhelming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아야지, 당장의 오늘과 내일을 살아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계산을 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내가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학생들과의 유대감은 떨어지고, 그저 강의는 going through the motion의 직무가 되고 무미건조한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짧게 줄이고 일찍 자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