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괴롭히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다

by 서하

나는 공간을 꾸미는 걸 무척 좋아한다. 카페도 그렇고 학원도 그렇고, 오픈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요리조리 꾸밀 수 있는 그 시간이 제일 재밌는 순간이었다. 학원은 카페보다는 더 심플한 컨셉으로 편안하면서도 집중하기 좋게 우드앤 화이트 톤을 주로 쓰고, 초록초록한 식물을 곳곳에 배치했다.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서 서울에서 부터 같이 이사다니는 6년차 야자부터 퇴사 선물로 받은 홍콩야자, 개업 선물로 받은 돈나무에 여러개 더 보태서 푸릇함을 곳곳에 심어뒀다. 이모한테 테라리움을 주문해서 받아보니 물을 좀더 높게 채우고 거기다 물고기를 키우면 딱이겠다 싶었다. 어항이 크지 않으니 작은 사이즈의 물고기로, 그리고 무환수 어항이니 생명력 강한 아이들이 있으면 데려오겠다는 마음으로 수족관으로 향했다.


사장님한테 어항을 보여드리면서 여건을 설명드리니 적당한 물고기를 추천해주셔서 다섯마리를 데려왔다. 테라리움을 어항처럼 구조를 바꾸고 식물도 더 심고 약처리를 한 물을 채운뒤 물고기를 이사시켰다. 물고기들은 새집을 이리저리 탐색하면서 잘 움직였다. 몇시간뒤 다시 보니 두마리가 안보여서 한참을 찾았는데 테라리움의 바위 틈새로 들어가서 그림자 속에서 쉬고있는 거였다. 너희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며칠은 다섯마리 다 잘 적응하는 듯 했는데, 어느날 보니 한마리만 항상 앞에 나와서 놀고 나머지 네마리는 꽁꽁 숨어서 안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유를 알고 싶어서 유심히 관찰을 했더니 앞에 나와있는 한마리가 다른 물고기를 엄청 쫓아가며 공격을 해대니까 다른 물고기들이 다 숨어서 안나오는 거였다. 밥을 먹으러 잠시라도 나오면 대장 물고기가 바로 쪼아대서 물고기들이 혼비백산 바위 틈새로 파고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런 공격적인 놈이 있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받아서 용궁가는 경우가 있다길래 결국 분리를 했다. 사나운 놈이 사라지고 나니 몇 시간 후 나머지 네마리 다 나와서 놀고있더라.

마음 본바탕이 단단히 꼬인 놈, 다른 애들을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는 놈은 어딜가나 있는 거였구나. 물고기 사회나 사람사회나 똑같아서 웃기고 신기했다. ​

어떤 그룹이든 서열을 세우고 우위에 서서 남을 깔아뭉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집단이 바뀌어도 또 타겟을 다시 물색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지만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아니면 인지하고 있어도 자기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다. 그런 역지사지가 되는 사람은 애초에 그런 짓을 하지 않을테니까. 내가 그런 악한 사람의 표적이 되지 않더라도, 같은 그룹안에서 누군가가 표적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괴롭다. 어릴때는 그런 괴롭힘이 겉으로 보이게 이루어졌는데, 사회에 나가면 겉으로는 안그런척 하면서 아래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는게 더 소름끼쳤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은 해야하니 사회인 가면을 쓰지만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본인이 당하는게 아니니까 대부분은 못본척 하고 슬슬 피하기만 하니 가장 약한 사람, 잘 감내하는 사람이 표적이 되어 주로 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알고보면 정글같은 사회, 그곳을 이루는 강약약강인 존재들. 그리고 은근슬쩍 모르는척 시류에 편승하며 방관하는 자들.

웩.

물고기를 보면서 인간사회를 본다. 우리와 다를바가 없다.

하지만 물고기들아, 너희가 나를 주인으로 만난 이상 난 '모르는척' 가만 두고 볼수가 없다!

결국 혼자 지내게 된 성질 더러운 한마리, 그래도 외로울까봐 어항을 서로 붙여놨더니 서로 알아보는지 자주 마주보고 붙어있다. 평화로운 네마리와 외로운 한마리, 이렇게 따로 또 같이하는 물고기의 생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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