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
나는 스칼렛 요한슨 팬이다.
이름과 어울리는 고전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외모와 중저음의 음성, 그리고 뛰어난 연기력까지. 인터뷰 영상을 보면 솔직당당, 털털하고 유머러스해서 더 호감인데 이제는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숙미까지 더해져서 한층 더 깊이있는 배우가 된 듯 하다.
영화 ‘루시‘는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공상과학 영화인데 최민식도 출연하고 한국말 대사도 중간에 나와서 한국이랑 관련있는 영화인가 싶기도 하다. 루시는 액션이 많고 전개가 빨라서 가벼운 영화로 재밌게 볼 수 있는데, 사실 심오한 철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신은 무엇인가? 신은 어디에 있는가?'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고 증명해낼수 없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루시가 우연히 마약범죄단에 연루되어 장기 속에 신종 마약 CPH4가 이식되어 마약조직단이 원하는 나라로 배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약물은 아주 소량만 섭취해도 뇌 사용량이 향상되어 초능적인 능력과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루시가 마약범죄단에서 탈출하는 과정속에서 그녀의 장기 속에 있던 약물이 터지게 된다.
인간의 보통 뇌 사용량이 10%남짓인데 루시의 뇌 사용량은 20%를 돌파하면서 점점 올라간다. 루시는 싸움도 잘하게 되고 사람들이 멀리서 하는 말도 선택적으로 다 들을수 있게 된다. 사람의 행동도 컨트롤하고 상대를 터치하지 않고 손가락 까닥 하는 것만으로도 그를 던지고 죽일수도 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루시의 뇌 사용량이 40%를 돌파하자 루시의 몸속 세포들은 죽어가기 시작한다. 생명이 위협 받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 약물에 대해 아는 전문가들을 찾아나선 루시 앞에 마약조직단이 마약을 돌려받고자 나타나고 루시와 한판 혈투가 벌어진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마지막 장면인데,
뇌 사용량이 급격하게 치솟으면서 결국 루시의 뇌사용량이 100%에 도달하게 되자 루시는 사라져버린다. 그러면서 루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루시는 사라졌지만 형체가 보이지 않을뿐 '나는 언제나, 어디에나, 모든곳에 있다' 라는 것으로 끝난다.
나는 이부분이 루시가 신이 된 거라고 느꼈다.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불성을 가지고 있는 부처이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업을 지으면서 그 불성이 가려지기에 신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산다고 한다. 루시가 뇌 사용량이 100%에 도달하면서 루시 안에 있던 불성, 즉 신성이 깨어난 것으로 해석되었다.
언젠가 책에서 인상깊게 본 글귀가 떠올랐다.
인간이 성숙해진다는건 '자기 자신' 이라고 규정짓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란다.
미성숙하고 철없는 인간일수록 자기 자신이라고 규정짓는 범위가 좁은데, 정말 심각한 사람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이라는 규정 안에 본인 조차 포함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정도로 자아가 약한 상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안에 딱 자신만 넣기도 하고, 조금 더 넓어지면 가족 정도로 넓혀지는데, 깨우치고 성숙한 사람일수록 자기의 범위가 점점 더 이웃, 국민, 세계시민, 전인류, 전체 동물 이런식으로 넓어지다가 끝내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넓혀지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게 바로 루시가 말한 '나는 언제나, 어디에나, 모든곳에 있다.' 라는 거 아닐까?
신의 경지가 된 다는 건 인간이 자기의 범위를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을때,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나라는 것을, 그 모든 것들이 나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때 도달한다는 걸 의미하는게 아닐까.
이 어려운 경지를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아무 상관 없어보이는 남이 나와 연결된 존재라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생로병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서로 관련도 없고 알지도 못하지만 살아냄의 ‘고됨‘을 알기에 동지로서 짠함을 느끼고 응원하게 된다.
잘하고 있고, 충분하고, 고생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