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단어는 단연코 ’딸기’다.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돌고 코를 실룩거리게 하는 딸기의 능력은 가히 놀랍다. 쨍한 빨간색에 눈이 즐겁고, 상큼한 향기에 기분이 설레고, 수분 가득한 달콤함에 입이 녹는다. 항산화 물질도 풍부하니 이보다 좋은 먹거리가 있을까.
회사 다니면서 돈 버는 행복을 제대로 느낀 순간은 제일 비싼 딸기를 망설임 없이 살때였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과일가게가 있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치듯 살게 없어도 꼭 구경은 하고 지나갔다. 그러다 딸기가 나오는 철에는 3일에 한번씩은 딸기를 샀다 . 딸기는 싼 과일은 아니니까 옛날에는 마음놓고 매일 먹을순 없는 과일이었는데, 회사라는 안정적인 수입처가 생기고 부터는 망설임 없이 딸기를 사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뿌듯했다. 많이 컸군, 짜식! 이렇듯 돈버는 기쁨을 싱싱한 딸기를 보면서 느끼는데, 이번 딸기 철에도 매일 딸기를 먹는 호사를 누렸다. 하루에 6개씩, 아침에 삶은 계란과 함께먹는 루틴을 정해놓고 달콤한 행복을 느꼈다.
어제는 독서모임이 있어서 아침부터 열심히 운전해서 내고향 부산~ 으로 갔다. 아주 감명깊은 독서모임을 하면서 느낀건 역시나 사람! 결이 맞는 사람들과 진솔하게 내면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되면 영혼이 춤추는 기분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고 감동도 받았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주차를 해둔 백화점으로 향했다. 주차비 때문에라도 여기서 쇼핑을 해야하는데 뭘 살까 구경하다가 식품관에서 눈에 딱 들어온 딸기! 설향딸기를 세일한단다. 딸기 크기도 과장 좀 보태서 내 주먹만했는데 한 통에 만원 남짓이라니. 나눠줄 생각으로 욕심을 내서 다섯 통을 샀다.
딸기를 트렁크에 싣고 경주로 돌아오는 길, 차안이 딸기향으로 가득했다. 이날은 스케줄이 빡빡한 날이었는데,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예약해둔 미용실에 가서 매직을 하고 밤에는 보충수업을 해야했다. 그런데 저 싱싱한 딸기를 엄마, 아빠, 그리고 근처에 사는 이모한테 얼른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있는 시간은 한시간 반, 카페에 들러 엄마, 아빠, 이모 한테 한통씩 나눠주고 가면 미용실 예약 시간에 분명 늦을거같은데…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빨리 이 맛있는 딸기를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로 향했다. 급하게 가다보니 이동식 과속 카메라를 늦게 보고 급 속도를 낮췄지만 찍힌 기분이 들었다. 아차, 의욕이 앞서다 실수했다. 그래도 어쩔수 없지, 이왕 찍힌김에 최대한 달려 카페에 딸기 세 통을 배달했다. 그리고 바로 달려 미용실로 갔는데 15분이나 지각했다. 사실 저번주에 예약했다가 일정이 생겨 취소했기에, 이번 예약은 시간 맞춰 가는게 당연한 예의었는데 늦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렇지만 나에겐 딸기가 있었다! 단골 미용실에 도착하자 마자 미용사분께 싱싱한 딸기 한통을 내밀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이 딸기라도 받아주세요”
순간 경직된 그녀의 얼굴이 살짝 풀리는 느낌, 아, 딸기 넉넉하게 사길 너무 잘했다. 원래도 정성스럽게 머리를 해주셔서 늘 찾는 미용실이지만, 유독 더 클리닉을 많이 해주시는 듯 했다. 약품을 발라놓고 김을 쐬고 있는데, 딸기 빈통을 가져와서 너무 달달해서 직원들과 그자리에서 다 먹었다며 인증까지 해주셨다.
기분 좋게 머리를 하고 보충수업까지 잘 마쳤다. 시간은 밤 열시, 저녁을 안먹었기에 배가 출출했다. 나에게는 마지막 딸기 한통이 있지. 얼른 씻어 딸기를 입에 넣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렸다. 빡빡한 삶에 딸기 한 알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과속 범칙금이 날아올지도 모르고 미용실에 지각해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지만, 빈 딸기 통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얼굴들을 떠올리면 '그까짓 거 뭐 어때!' 싶어지는 것이다. 인생이 가끔 텁텁하고 시큼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이 계절을 버티게 할 빨간 딸기가 있으니까.
내일 아침에도 딸기 6개에 삶은 계란 하나, 행복 장전 완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