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사막 모험의 주인공
'사막'과 연상되는 것들이라면 모래, 낙타, 오아시스 정도일까?
그런데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은 왜 사막이라고 하는 걸까?
사막의 정의는 강수량이 매우 적은 곳이라는데 핵심은 건조함인 것 같다.
우유니 사막은 건기에 호수의 물이 증발하고 남겨진 소금 등등으로 이루어진 소금 평야지대이지만 건조함을 포인트로 두고 사막이라고도 불린다고.
같은 결로 미국 서부의 암석지역도,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의 거친 자갈이나 초원의 땅도, 심지어 빙하지역도, 강수량이 극도로 적은 일종의 사막이라고 한다.
어느 종류의 사막이건 사막은 인간에게는 가혹한 곳이다.
이집트의 '시와 Siwa'는 모래사막이다.
거친 모래 속으로 발이 푹푹 빠져 한 걸음을 옮기기가 힘겹고, 사방에서 몰아치는 모래바람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숨 쉴 방향을 찾기가 어려웠다. 머리 위에서 쉬지 않고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그늘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뜨거운 태양에 의해 모든 수분이 날아간 건조함으로 팽팽해진 피부가 터질 것처럼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차로 원하는 지점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없던 시절에는, 살기 위해서, 모래에 빠져 그대로 묻혀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저 걸음을 내딛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뜨거운 태양 빛으로 달궈진 모래의 표면을 걷다 보면 반짝이는 빛이 아른거리며 착시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짧은 여행 중에서도 그저 잠시 동안 사막을 경험했을 뿐인데 온몸이 흐느적거렸다. 그런 지친 나의 눈에 뭔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던 건 내가 지어낸 착각이었을까.
부족한 물을 아껴 마시며 몇 날 며칠을 느려지는 다리를 끌어 걷고 또 걷다 보면, 오아시스라는 신기루는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환상이었을 것이다. 굳이 과학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말이다.
지도에 'siwa'를 검색하면 사막이 아닌 오아시스라고 표시된다.
'시와' 사막 여행은 신기루가 아닌 실존하는 오아시스의 마을에서 출발한다.
이집트의 도시들이 나일 강을 따라 형성되었듯, 물이 있는 오아시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되었을 것이다. 사막인들에게는 꿈의 장소였을 것 같다.
'시와' 마을을 구경하는 일은 꽤 신기한 모험이었다.
모래성 짓기처럼 쌓아 놓은 올드 타운의 건물들은 꽤 단단했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곳을 구경 온 외국인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귀여운 아이들도 만날 수가 있었다.
마을의 모습도, 사람들의 의상도,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생활 방식도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으며 상상하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이드를 만나고 적정 인원이 모아지면 사막투어가 시작된다.
출발한 곳에서 꽤 달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자연을 향해 간다.
사막 여행은 어떤 것일까? 첫 여행에서는 설렘이 컸던 것 같다.
'시와' 사막에서 첫 투어 장소는 오아시스이다. 삶의 터전이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오아시스.
이 건조한 모래 투성이 땅에서 여기에만 마르지 않고 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오아시스는 꽤 크고 깊었다. 수영복을 챙겨 온 사람들은 오아시스에서 수영을 했다. 사막에서 수영이라니!
물가에 누워 저 멀리의 모래산과, 물 주변을 나란히 둘러싼 초록들과, 물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고 있는 고요한 순간들. 신기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서 잠시 달려 나왔고, 고작 하루도 안 된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현실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때는 차원을 넘어선 느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수십억 행성 중 하나에 사는 수십억 사람 중에 하나인 채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사막의 신기루라는 차원을 넘는 통로를 지나 모험을 시작하는 느낌.
나의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는 '시와' 사막 여행기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