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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규 Jun 01. 2019

대박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자

적당히 귀를 막고 사는 것도 현명한 투자자의 지혜다

주식 매매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온갖 주식 매매 비법들이 차고 넘친다.

상한가 따라잡기, 연속 하한가 공략하기, 재료매매, 호가창 분석, 거래창구 분석 등등…

여기에 여러 차트도사들의 차트 강의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차트 강의에는 일종의 속임수가 있다.

심리학 용어로 '사후 확증 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것인데 수많은 차트 중 자신의 의도와 맞는 차트만 사후에 추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거래가 다 끝난 과거의 차트 중에서 골라내는 것이니 얼마든지 입맛에 맞는 차트를 찾아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나간 차트에 추세선이나 지지선, 저항선을 죽죽 그어대면 어디에서 매수하고 어디에서 팔았어야 했는지 바둑의 묘수풀이처럼 기가 막히게 딱딱 들어맞는 답이 나온다.

정답 보고 시험 치는 것과 같으니 어찌 틀릴 수 있으랴.

'주식시장의 불편한 진실(홍기환 저, 필맥, 2011년)'에 이에 관해 꼬집는 글이 있다.

차트 전문가들이 이처럼 과거의 차트에 선을 그어놓고 '주가가 추세선을 살짝 이탈한 후 재진입했다.'고 설명하지만 그 당시 시점에서는 살짝 이탈한 것인지 본격 이탈을 시작하는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도 한때 차트에 심취했었지만 차트분석대로 미래의 주가가 움직여 준다면 차트박사들은 모두 억만장자가 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자신만의 차트 비책을 공개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러한 비법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어 떼돈을 계속 벌어들일 수 없을 테니까.


'차트박사'는 매매비법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축구나 야구경기 해설자처럼 지나간 차트를 맛깔나게 해설해 주는 차트 해석 전문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오프라인 주식강의에 관한 신문광고도 자주 눈에 띈다.

자칭 주식도사들이 무료로 강의한다는 건데 나도 오래전에 뭔가 건질 게 있나 싶어서 시험 삼아 딱 두 번 가봤다.

예상대로 비법을 알려주지는 않고 비싼 유료회원 모집을 위한 미끼였음을 알았다.

심지어 공짜로 강의 들으러 왔는데 박수가 시원찮다고 일부러 면박을 주면서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강사도 있었다.


잠시만 생각해 보자.

그들이 과연 세상의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만한 주식거래 비법을 가지고 있을까?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떠돌이 장사꾼 마냥 전국을 누비며 푼돈(?) 긁어모으러 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럴 시간에 그들만의 비책으로 주식시장의 돈을 소리 없이 야금야금 훑어가는 게 훨씬 큰 이익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리 꼬박꼬박 참석하러 다니는 분들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거부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개미투자자들을 돕기로 마음먹었다든지 장학기금을 설립해서 매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그런 기사를 읽다 보면 연 수익률 20%를 목표로 하고 대부분 그 이상을 달성해 오면서도 나의 투자수익률이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몇 년도 안 되는 단기간에 수천~수만 퍼센트의 수익을 올려 보통사람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신의 경지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썼기에 그토록 짧은 기간에 일반투자자는 꿈도 꿀 수 없는 부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몹시 궁금했다.

그러나 언론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그 고수들은 하나같이 두루뭉술한 비법(?)만을 흘릴 뿐이다.

주식투자 어느 정도 해 본 사람이라면 금세 무슨 말인지 알만한 내용인데 정말 그런 방법으로 지속적인 고수익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또한 드는 게 사실이다.

분명히 뭔가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 같기는 한데 공개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운과 때가 시기적절하게 잘 맞아 단타매매로 그런 고수익이 가능했다면 사실대로 말하기가 어려울 테고

뭔가 진짜 비법이 있다면 자신의 미래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짜로 만천하에 공개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든 간에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그들이 정말로 그러한 초능력적인 수익을 지금까지 계속 올려왔다면 전 세계 500대 갑부 순위 정도에는  이름을 올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투자법은 아니란 얘기다.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는 언론에 나온 절정고수들처럼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만들어 부자가 된 게 아니다.

수십 년간에 걸쳐 매년 평균 20~30% 정도의 꾸준한 수익을 쌓아가며 수익금을 원금에 합해 재투자함으써 복리효과를 이용하여 거부가 된 것이다.

수년 전 한국에도 몇몇 물고기 이름으로 불리는 초절정고수들이 있었다.

그런 쪽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들의 이후 소식은 잘 모른다.

최근에는 주식투자 수익금으로 장학기금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박 모 씨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그의 선행이 알려져 청년 버핏으로도 불린다고 하며 '강연 100℃'라는TV 프로그램에 나와 강연하는 그의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그가 주식투자로 벌었다는 금액이 400억이 아니라 사실은 14억 원이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순수한 마음에서 행하는 그의 기부 선행을 의심한 적은 없지만 1~2천만 원으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400억 원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땐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면 거북이처럼 느려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일반투자자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맥이 빠질 것이다.

이렇게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허황된 대박 스토리에 현혹되지 않아도 되니 정석 투자자들에게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히 일확천금에 현혹되면 장기간 잘해오고 있는 투자전략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무너뜨릴 수도 있으니 적당히 귀를 막고 사는 것도 현명한 투자자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사후 확증 편향 (hindsight Bias) :

사후 예측이라고도 하며 후견지명(後見之明)이라는 센스 있는 표현도 있다.

어떤 사건의 결과를 알고 난 후 마치 처음부터 그 일의 결과가 그렇게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매일경제신문 2017년8월9일자



('동일비중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가치투자하라'에 실린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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